‘축구단 없애겠다는 경찰청’ 원칙, 공정성, 정의가 없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최근 아산무궁화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 여러 매체들은 경찰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경찰대학 산하 무궁화 축구단이 더이상 인원을 받지 않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만일 아산의 선수 충원이 중단될 경우 시즌 말미 14명이 남게 된다. 내년 시즌은 선수 부족으로 K리그 참가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결국 아산은 폐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스포츠니어스>는 아산의 상황을 다각도로 취재했다. 물론 문재인 정부와 경찰청이 2023년까지 의경을 폐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기에 무궁화 축구단이 사라지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급작스러웠다. 아산 구단도 축구계 관계자들도 “예상보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반응이었다. 상식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취재 결과 예상대로 상식 밖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무궁화 축구단 인원 충원 중단, 아직 확정 아니다
먼저 한 가닥 희망적인 소식은 인원 충원 중단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스포츠니어스> 취재 결과 현재 충원 중단은 경찰청의 실무자 급에서 논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실무자 선에서는 어느 정도 확정 지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이를 확정짓기 위해서는 경찰 조직 내부 최종 결정권자의 결재가 필요하다. 아직 이 결재가 시행된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상황은 암울하다.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실무자들은 충원 중단을 사실상 확정짓고 있다는 것이 내부 소식통의 전언이다. 아산 구단 관계자들은 다각도로 경찰 실무자들과 접촉하며 이를 저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박성관 아산 대표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한국프로축구연맹 등을 만나 현재 아산의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반전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아산 구단은 일말의 가능성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이다. 충원 중단을 내부적으로 결정한 경찰청 실무자들이 요지부동이라는 이야기 또한 흘러나오고 있다. 아산 지역의 실망감도 크다. 아산 구단이 공들여 쌓은 탑이 순식간에 무너질 위기다.

경찰청의 일방 통보, 명백한 협약서 위반
무엇보다 이번 결정이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 기관이 축구계, 지방자치단체와의 신뢰를 저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2017년 1월 11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아산시와 한국프로축구연맹, 경찰대학은 축구회관에서 아산 구단 운영에 협조하는 협약을 맺었다. 이 자리에는 복기왕 당시 아산시장, 서범수 경찰대학장, 허정무 연맹 부총재가 참석했다.

이 협약서에는 세 단체가 축구단 운영을 위해 어떻게 협조할 것인지에 대해 명시되어 있다. 연맹이 연간 5억 원을 지원하고 아산시는 실질적 구단 운영 주체의 역할을, 경찰대학은 선수 선발 및 훈련 등을 담당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단순히 지원에 대해서만 명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협약서를 지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일 경우 또한 있다.

이 때의 약속은 어디로?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협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기간은 2년이다. 2018 시즌까지다. 그리고 세 단체의 특별한 해지 사유가 없을 경우 계속해서 연장된다. 그렇다면 ‘특별한 사유’가 생겨야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단 K리그 참가 및 운영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유를 미리 통지해야 한다. 그 기간이 2018년 6월 30일까지다. 현재 본격적으로 경찰청의 충원 중단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9월이다. 그 전까지 아산 구단은 경찰청에서 충원 중단에 대한 어떠한 통보도 받은 적 없다. 그야말로 날벼락인 셈이다.

적어도 정부 기관이라면 계약 또는 협약 준수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경찰청은 입맛대로 움직이고 있다. 원칙도 없고 과정도 올바르지 못하다. 만일 경찰청이 협약서대로 6월 30일 이전에 통보했다면 아산 구단 또한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 무언가를 만들어 낼 시간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무언가를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2023년은 바라지도 않는다. 2020년까지 가지 못할 이유 있는가?”
경찰청 발 소식에 아산 지역계는 격앙된 분위기다. 한 지역 관계자는 “아산시청도 아산시의회도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며 ‘말도 안된다’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원칙과 상식에서 벗어난 행정에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작 2년 운영하고 날리려고 혈세를 투입했나”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등장하고 있다. 소도시 아산은 축구단 운영을 위해 1년에 2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아산 구단의 입장은 명확하다. 의경 폐지를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에 반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정부의 의경 폐지 계획은 2023년까지였다. 그렇다면 그 전까지 시민구단 창단 준비를 완료하고 자연스럽게 무궁화 축구단을 떠나보내겠다는 것이다. 아산 구단 관계자는 “우리는 2023년까지 끌고 갈 생각도 없다. 2020년까지 유예 기간을 달라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물론 무궁화 축구단 유치 이후 3년 만에 시민구단을 창단한 안산과 비교되는 대목일 수 있다. 하지만 안산에 비해 아산의 시민구단 창단은 시일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안산은 과거 내셔널리그 팀이 있었고 국가대표 경기를 유치하는 등 어느 정도 축구 인프라와 열기가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아산은 과거 K3리그 아산시민구단이 반짝 있다 사라진 것이 전부다. 게다가 인구 수에서 아산은 안산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아산은 무궁화 축구단의 활용 방안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 아산의 인구 증가세를 감안할 때 수 년 안에 시민구단을 창단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다면 축구 불모지와 다름 없는 아산에 필요한 것은 인프라와 열기였다. 무궁화 축구단을 활용해 축구단 운영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수 인건비를 줄이는 대신 최대한 인프라 투자 및 마케팅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래왔다.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오던 아산시에 경찰청의 결정은 치명적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로드맵을 짜 실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찰청의 통보 하나에 모든 것이 무너지게 생겼다. 지금 당장 시민구단 창단을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선수 수급도 쉽지 않고 아산시 지역정부 역시 시민구단을 위해 더 많은 세금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 보인다. 특히 무책임한 경찰청의 태도로 인해 피해를 본다는 반발심 역시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더기 실직보다 걱정되는 것, 유망주들
결국 경찰청의 계획이 예정대로 실현되면 K리그에서 아산이라는 팀은 더 이상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박동혁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구단 직원들이 모두 일자리를 잃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소리높여 외치고 있지만 정작 경찰청은 대량 실직 사태를 아산시에 예고하고 있다. 경호나 푸드트럭 등 협력 업체까지 감안한다면 그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실직 위기에 놓인 당사자들은 다른 사람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바로 유소년 선수들이다. 만일 아산이 경찰청의 계획에 의해 없어진다면 아산의 유소년 선수들은 허공에 붕 뜬 상황에 놓인다. 아산은 미래를 대비해 무엇보다 유소년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았다. 시 보조금과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지원금 등을 모두 유스 팀에 투입할 정도였다.

이들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 아산 무궁화 제공

의미가 없어 보일 수 있다. 유소년을 열심히 키우더라도 군경 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산이 유소년을 적극 육성했던 것은 시민구단 창단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언젠가 그들이 뿌려놓은 씨앗이 시민구단의 밑거름이 되고 기둥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장 유소년을 키워서 얻는 혜택은 없지만 미래를 보고 과감히 투자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믿음을 보낸 학부모와 선수들이 아산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하지만 경찰청의 충원 중단이 공식화 된다면 아산의 꿈은 모두 사라진다. 아산에서 뛰는 유망주들 역시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한다. 구단 관계자는 “실직할 우리보다 한창 성장해야 할 나이에 전학 등으로 부침을 겪을 선수들이 더 걱정된다”면서 “그들이 보내준 믿음을 저버리는 것 같아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그런데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라고 고개를 떨궜다.

경찰청, 과정은 공정했고 결과는 정의로운가?
문재인 대통령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경찰청의 행보는 통수권자의 말을 한참 벗어나고 있다. 언제부터 대한민국의 프로축구단이 문서 한 장으로 없앨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존재였는가. 체육에 대한 정부의 무능함과 무지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나는 것일까, 아니면 최근 병역 혜택 논란으로 인해 경찰청이 포퓰리즘에 기반한 판단을 내린 것일까.

전 세계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주목받는 산업 중 하나가 스포츠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멀쩡히 있는 구단 하나를 정부가 나서서 없애겠단다. 그 팀이 비리와 문제점으로 얼룩진 구단도 아니다. 오히려 한창 성장 중인 팀이다. 수많은 축구팬들에게 “군경 팀은 K리그에서 나가라”는 비판을 들어도 축구로 지역 경제 살리고 활력 불어넣겠다고 손 꼭 잡고 버텨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경찰청이 그 손을 매정하게 끊으려고, 아니 잘라버리려고 한다.

ⓒ 아산 무궁화 제공

아산 구단의 요구는 규정과 정책을 봤을 때 결코 무리한 수준이 아니다. 2년만 시간을 더 달라는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원칙과 약속에 따라서 일을 진행하라는 것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경찰청은 아산의 부르짖음을 “정부 정책을 따를 뿐”이라면서 아주 가볍게 외면하고 있다. 아산을 무시하는 처사고 국민들과 축구팬들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물론 최근 병역 혜택 논란으로 인해 경찰청 산하 무궁화 체육단을 운영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여론 눈치 보기용으로 급작스러운 선택을 한 것이라면 일찌감치 접길 바란다. 적어도 정부 기관이라면 정해진 계획에 맞춰서 일을 진행해야 한다. 지금 경찰청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어떤 파장을 불러오게 될지 모르는 것 같다.

다시 한 번 경찰청에 묻고 싶다. 아산의 충원 중단, 과정은 공정했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생각하는가? 지금까지 흘러 온 상황을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은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중의 지팡이가 누군가에게는 칼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wisdrago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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