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안양 정재희는 통산 100경기 출장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안양=김현회 기자] FC안양 정재희는 현재 K리그 97경기 출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세 경기만 더 뛰면 K리그 통산 100경기 출장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지금껏 안양에서 100경기 출장 이벤트를 한 적은 많다. 하지만 정재희의 기록이 특별한 데는 이유가 있다. 지금껏 많은 선수들이 FC안양 유니폼을 입고 1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지만 이는 타 구단에서의 기록까지 포함한 것이었다. 하지만 2016년 안양에 입단하며 K리그 무대를 밟은 정재희는 안양에서만 100경기 출장을 기록하는 최초의 선수가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졌다. 물론 정재희는 지금껏 안양 통산 개인 최다 출장 기록 보유자다.

정재희는 지난 3년간 안양에서 부동의 주전 역할을 했다. 데뷔 시즌인 2016년에는 36경기에 출장했고 지난 시즌에도 35경기에 나서 8골 5도움의 대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에도 26경기에 나섰다. 안양에서만 97경기에 출장했으니 구단에서는 그의 100경기 출장 달성을 성대하게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선발이건 교체건 줄곧 경기에 나서고 있는 정재희는 곧 안양 구단 최초의 1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우는 선수가 될 것이다. 15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FC안양과 성남FC의 경기에서도 정재희는 백업 멤버에 이름을 올렸다.

정재희는 안양의 주축 선수다. ⓒ프로축구연맹

경기 전 만난 고정운 감독은 정재희에 대해 “가진 게 많은 선수다. 우리 팀에 많이 헌신하고 있다”면서도 “지난 시즌에는 8골이나 넣었는데 올 시즌에는 득점이 부족한 게 다소 아쉽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정재희는 올 시즌에는 1골 1도움에 그쳐 있다. 지난 부천과의 경기에서 기록한 골이 올 시즌 유일한 골이다. 고정운 감독은 “페널티킥이 나오면 알렉스가 아닌 정재희에게 맡기려고 했다. 정재희가 더 살아나야 한다”면서 “자신감을 더 끌어 올려야 한다. 정재희는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덧붙였다. 정재희에 대한 구단의 애정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구단은 살짝 애매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성대하게 사상 최초의 100경기 출장 이벤트를 열어 주고 싶지만 경기 일정이 꼬였기 때문이다. 안양은 최근 7경기 중 6경기를 안방에서 치렀다. 그리고 앞으로 두 경기를 더 연속적으로 홈에서 치른다. 10월부터 경기장 보수 공사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홈 경기를 몰아서 치르고 있다. 경기장 보수 공사 일정도 이제는 미룰 수 없다. 안양은 이 기간 동안 홈 경기장 잔디를 대대적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이 잔디는 무려 17년이나 됐다. 안양LG가 떠나기 전부터 쓰던 잔디를 아직까지 쓰고 있는 셈이다. 이제 안양에서 LG축구단의 흔적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이 잔디 만큼은 그 시절의 역사를 안고 있다.

안양은 이번 기회에 잔디 교체와 함께 트랙 보수 공사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트랙 보수 공사는 미뤘다. 내년 시즌을 앞두고 경기장 4면을 전부 가변석으로 채우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전용 경기장을 짓지 않고도 전용 경기장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안양 구단으로서는 대단히 의미가 큰 일이다. 4면을 가변석으로 채우느냐는 안건과 원정석은 빼고 3면만 가변석을 두는 안건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잔디 교체 공사는 이미 확정이 됐다. 원래는 지난 시즌에 하려고 했던 걸 일정이 맞지 않아 미루고 미뤄 올해에는 꼭 하기로 했다. 가변석과는 별개로 잔디는 교체가 시급하다.

정재희는 안양의 주축 선수다. ⓒ프로축구연맹

잔디 보수 공사를 위해 안양은 10월부터는 원정경기만 치러야 한다. 이 잔디를 교체하면 내년 4월 말은 되어야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잔디 교체를 미룰 수 없는 이유다. 경기장 새 단장을 위해서는 이 정도 불편한 일정도 감수해야 한다. 이번 달 29일 부산과의 홈 경기가 올 시즌 마지막으로 안방에서 치르는 승부다. 시즌은 아직 한참 남았지만 안양의 홈 경기는 이걸로 끝이다. 안양은 부산전 이후에는 원정 5연전을 치르고 시즌을 마감한다. 시즌 마지막 경기는 11월 11일인데 홈에서의 축제는 9월이면 끝난다. 정재희의 100경기 출장은 연속된 원정경기가 이뤄질 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안양 구단 관계자는 “1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우면 바로 그 다음 경기 때 감사패를 전달하고 이벤트를 하는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정재희의 100경기 기념식을 홈에서 치르는 게 어렵다”고 한숨 지었다. 구단 최초의 기록이라 성대한 이벤트를 열어주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구단에서는 “SNS를 통해 작은 이벤트로 대체해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서포터스도 원정에서 100경기 출장 기록을 달성하면 감사패를 전달하는 걸로 의미를 부여할 예정이지만 그래도 홈에서의 성대한 이벤트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정재희가 모든 경기를 다 뛴다고 가정해도 홈에서는 100경기를 채울 수가 없다.

그렇다고 10월 초면 달성 가능한 기록 이벤트를 내년 시즌 홈 경기 때까지 미룰 수도 없다. 속내가 참 복잡하다. 정재희 스스로도 구단 최초의 100경기 출장 기록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관계자는 “정재희도 홈에서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기록 달성을 축하받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쉽지 않다.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경기를 뛴 선수를 예우하고 싶지만 경기 일정이 안양을 도와주질 않는다. 17년 된 잔디를 바꾸면서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게 됐지만 이 이유로 최초의 역사를 쓴 선수를 축하하는 계획에는 차질이 생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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