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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울산=곽힘찬 기자] “작은 이근호가 아니라 내가 골을 넣고 이겨서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한 이근호는 울산 현대에서 뛰고 있는 ‘큰 이근호’다.

‘동해안 더비’를 형성하고 있는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에 두 명의 이근호가 뛰고 있다. 이름은 같지만 완벽하게 다른 선수다. 울산의 이근호는 포항의 이근호보다 무려 11살이나 많은 K리그 대선배다. 두 명의 이근호는 ‘동해안 더비’를 앞두고 서울에서 열린 미디어 데이와 SNS를 통해 필승을 다짐하면서 서로를 도발했지만 최종 승자는 ‘큰 이근호’였다.

이날 ‘큰 이근호’는 1-0으로 울산이 앞서가던 상황에서 쐐기골을 넣으며 팀의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이근호는 “움직임을 많이 하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마침 김인성이 시도한 슈팅이 강현무 골키퍼의 손에 맞고 내 발밑으로 굴러왔다. 운이 많이 따른 골이었다”면서 경기 소감을 밝혔다. 무엇보다 ‘이근호 더비’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이 기뻤다. “작은 이근호가 아닌 내가 골을 넣어서 개인적으로 다행스러웠다”는 ‘큰 이근호’는 멋쩍게 웃었다.

‘큰 이근호’는 이날 골을 넣고 특별한 세레머니를 했다. ‘V’자를 세로로 눈에 갖다 댄 세레머니는 이근호가 2012년 울산에서 첫 골을 넣을 때 했던 세레머니였다. 이근호는 “예전 울산 팬들은 기억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울산 유니폼을 입으며 다시 돌아온 이근호는 그렇게 팬들에게 ‘동해안 더비’ 승리를 안겨다줬다.

울산은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를 위해 순항하고 있다. 한 경기 덜 치른 경남FC가 내일 승리하지 못한다면 2위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1위 전북 현대와의 격차가 크지만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 이근호는 “선수층이 두터워지면서 팀 내부 경쟁이 치열해졌다. 긍정적인 부분이다. 울산은 우승을 바라보고 시즌을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 포기할 수 없다. 격차가 크지만 끝까지 우승 경쟁을 하겠다”면서 각오를 다졌다.

인터뷰를 마치고 빠져나가는 이근호에게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졌다. 인터뷰 시간이 꽤 길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팬들이 이근호를 기다린 것이다. 팬들의 환호성은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던 인터뷰실까지 크게 들릴 정도였다. 인터뷰실을 빠져나간 이근호와 팬들의 표정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소리만 들어도 이날 경기의 승리에 대한 기쁨과 팬들과 이근호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믿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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