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더비를 앞두고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두 팀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울산=곽힘찬 기자] 본디 축구경기라는 것은 승부가 갈려야 제 맛이다. 지루한 경기를 펼친 끝에 0-0으로 비긴다면 이보다 안타까운 일이 또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축구팬들은 경기가 그렇게 흥미롭지 않더라도 승부가 갈리길 바란다. 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의 유럽 축구뿐만 아니라 우리가 즐겨보고 있는 K리그에도 해당하는 내용이다. 만약 그 경기가 라이벌 매치라면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슬픔은 배가 될 것이다.

오늘(15일) 있었던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맞대결을 두고 축구팬들은 ‘동해안 더비’라고 부르고 있다. 본래 지역적으로 가까운 두 도시를 잇는 7번 국도 때문에 한때 ‘7번 국도 더비’라고도 불렸지만 2010년대부터 ‘동해안 더비’라 칭해지게 됐다. 양 팀의 맞대결은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 못지않은 열기를 자랑한다. 1984년부터 시작되어 역사만 35년째인 ‘동해안 더비’는 K리그 역사상 가장 오래된 더비로 손꼽히고 있다.

두 팀이 맞붙은 것은 이번이 무려 159번째 맞대결이었다. 역대 전적은 58승 50무 50패. 포항이 근소하게 앞서고 있지만 전적으로 보듯 어느 한쪽이 압도적으로 우세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이번 159번째 라이벌 매치에서 두 명의 이근호가 맞붙는 ‘이근호 더비’가 성사되면서 경기를 앞두고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동해안 더비’는 울산과 포항 모두 흥행을 위해 많은 공을 들인 경기였다. 경기가 펼쳐지기 전 두 팀은 서울에서 미디어 데이를 개최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현장 또는 SNS를 통해 서로를 도발하면서 팬들을 모았다. 그렇게 모인 13,224명의 관중들은 북을 치고 깃발을 흔들며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을 뜨겁게 달궜다.

경기를 불과 10분 앞둔 경기장엔 서로를 도발하는 걸개가 걸리기 시작했고 양 팀 서포터즈들은 목청껏 응원가를 부르며 ‘동해안 더비’를 실감케 했다. 사실 전반전엔 지금 이 경기가 ‘동해안 더비’가 맞나 싶을 정도로 지루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라이벌 매치는 승부가 갈려야 제 맛이다. 울산은 후반전 주니오와 이근호가 연속골을 터뜨리며 159번째 맞대결을 승리로 가져갔다. 반면 포항은 울산 원정에서 3년 만에 승리를 노렸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희비가 엇갈리는 라이벌 매치는 현장 또는 집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축구팬들이 바라던 결과였다.

승부가 갈렸을 때 승리한 팀이 패배한 팀을 향해 비웃음이 담긴 노래를 불러주는 것도 축구의 재미 중 하나다. 이날 울산 팬들은 포항 팬들을 향해 “승점 자판기”, “잘 가세요”를 불러주며 승리를 자축했다. 울산의 김도훈 감독 또한 경기가 끝난 뒤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축구 팬들은 어느 한쪽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치며 싱겁게 끝나는 것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다. 이렇게 어느 한쪽이 바라는 대로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그리고 마지막에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 라이벌 매치의 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파울루 벤투가 이끌고 있는 국가대표팀의 평가전 선전으로 축구 열기는 이전보다 확실히 뜨거워졌다. 그리고 이러한 대표팀에서의 관심을 ‘K리그 라이벌 매치’로 이끌고 오기 위해 울산과 포항 두 팀은 경기를 앞두고 지속적인 홍보를 벌였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결과와 내용마저 팬들을 만족시켜준다면 라이벌 매치뿐만 아니라 K리그 전체적인 부분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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