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시민들이 경찰청에 묻습니다 “이래도 없앨 겁니까?”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아산=조성룡 기자] 뒤숭숭한 분위기와 상관없이 경기장은 여전히 뜨거웠다.

15일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아산무궁화와 광주FC의 경기가 열리는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은 뭔가 썩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해 관중이 평소보다 적게 찾아올까봐 그런 것도 있었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따로 있었다. 더 이상 이곳에서 K리그 경기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경기장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최근 여러 매체에서는 아산의 구단 운영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는 보도를 내놨다. 이유는 선수 모집이었다. 경찰청에서 올해부터 경찰대학 소속 무궁화 체육단에서 뛸 축구선수를 더 이상 뽑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만일 실현될 경우 아산은 당장 선수 부족에 시달린다. 다음 시즌부터 K리그에서 뛸 수 없는 상황 또한 벌어진다. 아산의 입장에서는 크나큰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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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도 “어떻게 흘러갈 것 같은가”라며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박동혁 감독 역시 “우리가 더 잘해야 뭔가 변화가 생지 않을까”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구단 직원들 역시 “이대로 문제가 생기면 정말 아쉽다”면서 “이제 겨우 자리를 잡고 있는데…”라며 말 끝을 흐렸다. 흥행에 불리한 군경 팀이라는 악조건을 딛고 아산은 꾸준히 관중 수 증가의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경찰청의 발표가 찬물을 끼얹을 수 있었다.

경기 시간이 다가올 수록 비는 잠시 그쳤다 거세지기 시작했다. 아산 구단에서는 급히 우비를 관중들에게 제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중 수 감소는 충분히 예상됐다. 하지만 아산 팬들은 이 예상을 깨버렸다. 경기 시간이 다가올 수록 점점 입장하는 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동측 관중석에도 제법 많은 관중이 들어왔다.

기다림 속 끓어오르는 아산 팬들의 분노
팬들은 최근 경찰청 발 소식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다. 이는 친구들과 함께 단체로 온 온양여고 학생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팀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가”라고 묻자 그들은 “얼마 전에 들었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산 경기에 자주 온다는 학생들은 “말도 안된다. 이건 ‘오버’다”라고 강하게 의사를 피력했다. 그들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산무궁화는 우리의 소중한 추억이자 현재다. 이 팀을 없애면 우리의 추억 또한 없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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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우리에게는 그저 하나의 축구경기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추억이다. 어릴 때 자주 가던 맛집이 나이를 먹어도 남아 있다면 참 기분 좋다. 얼굴에 ‘인범 오빠’를 새기고 당당하게 “이승우보다 황인범이 훨씬 잘생겼다”라고 외치는 소녀들 또한 그렇다. 그들은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선수들의 이름을 외치면서 자연스럽게 아산을 사랑하게 된다. 그렇게 지역 문화는 자리잡힌다.

서포터스 ‘아르마다’는 차분하면서도 긴장감이 흐르는 분위기였다. 아직 공식 발표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윤효원 씨는 “경찰청에서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경거망동하지 말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면서도 “하지만 정말로 아산무궁화가 더 이상 운영될 수 없다면 그 때는 우리의 목소리를 가장 크고 확실하게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산무궁화는 단순한 축구단이 아니다, 지역 콘텐츠다
하프타임이 되어 비는 그쳤다. 관중들 또한 여전히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날 이순신종합운동장에 모인 관중은 2,387명이었다. K리그2의 평균 관중을 생각하면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었다. 오히려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이날 아산은 가장 많은 관중 증가를 이뤄내 ‘플러스 스타디움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구단 관계자는 뿌듯한 표정이었다. “물론 주세종과 황인범으로 대표되는 스타 플레이어의 활약도 영향이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2주 동안 서른 개 넘는 학교를 돌아다니며 홍보하는 등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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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팀이 없어질 수도 있다. 의경 모집 폐지라는 정부 정책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단순히 ‘정부 정책 때문에’라는 경찰청 관계자의 말은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언제부터 정부 정책이 축구단 하나를 단 몇 개월 만에 고사 상태에 빠질 수 있게 만들고 수많은 사람들을 실직 상태에 놓이게 만든단 말인가. 분명 문재인 정부의 기조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과 일자리 창출이었을텐데.

무엇보다 아산무궁화는 하나의 지역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었다. 아산의 구단 관계자는 분명하게 말했다. “아산 지역을 통틀어서 이렇게 정기적으로 수천 명이 모이는 지역 행사, 또는 문화 콘텐츠는 아산에 축구가 유일하다.” 아직 아산에 프로축구가 들어온지 2년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성과다. 그런데 문서 한 장에 모든 것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물론 장기적으로 군경 팀이 K리그에 있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종의 미조차 거둘 시간을 주지 않은 채 없어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군경 팀이라 지역밀착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어느덧 아산무궁화는 아산의 가장 규모 큰 문화 콘텐츠가 됐고 아산 시민의 연결고리로 자리잡고 있었다.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이날 아산은 광주를 1-0으로 꺾고 승점 3점을 획득, 1위 성남FC를 맹추격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과 환호였다. 그들은 대부분 아산이 없어질 수 있는 위기에 놓였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함성으로 말하고 있었다. “서울에 계신 경찰청장님. 그리고 정부 여러분. 이래도 우리 아산의 소중한 지역 문화를 없애버릴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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