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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수원=홍인택 기자] 팬들은 누군가의 '덕후'가 된다. 해외에서 멋진 활약을 펼치는 스타 선수나 국가대표 선수를 보면서 꿈을 키운다. 간혹 선수들도 다른 선수의 '덕후'가 된다. 차두리는 이동국의 팬이었고 주세종은 FC서울의 팬이었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선망의 대상을 만나고 선망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었다. 우리는 그들을 성공한 덕후, '성덕'이라고 부른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에서 스타로 떠오른 김문환도 '성덕'이다. 그가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선수는 전북현대의 이용이다. 김문환은 대한축구협회의 영상 콘텐츠 '인사이드캠'에서 가장 본받고 싶은 선수로 이용을 꼽았다. 김문환과 이용은 오른쪽 측면 수비수라는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자리다. 김문환은 해당 콘텐츠에서 "(이)용이 형은 잘생겼고 나는 귀엽다"라면서 쑥스러운 듯이 웃었다.

김문환과 이용의 '케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문환의 잘생겼다는 말을 들은 이용은 매우 흐뭇한 표정으로 김문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용은 "너도 중(앙)대 출신이냐"라면서 후배를 아끼는 모습이었다. 이어 코스타리카전이 열리기 전에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이용은 김문환을 향해 "어리지만 배울 점이 많은 선수"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풀백' 김문환은 부산아이파크 최윤겸 감독의 작품이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성공의 은인, 최윤겸 감독

그가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고 이용을 만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보직 변경이었다. 김문환은 원래 측면 공격수였다. 그러나 측면 공격수 자리는 경쟁이 심했다. 특히 U-23 대표팀이나 A대표팀에서는 명함도 내밀기 어려웠다. 여기서 부산아이파크를 이끄는 최윤겸 감독의 묘수가 빛났다. 최윤겸 감독은 김학범 감독이 측면 수비수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김문환을 불러 보직 변경을 제안했다. 김문환은 바로 최 감독의 의중을 알아차리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물론 새로운 포지션이 어려웠다. 故 조진호 감독이 백 스리를 쓰면서 그를 측면 윙백으로 쓴 게 처음이었다. 그러나 부산이 최윤겸 감독 체제로 변화하면서 김문환도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에 대한 동기부여가 강해졌다. 지난 5월에는 "이제는 풀백이 더 편하다"라고 했을 정도다. 그는 이번 시즌 꾸준히 오른쪽 측면 수비수에 이름을 올렸고 그의 활약을 눈여겨본 김학범 감독은 결국 김문환을 아시안게임에 데려갔다. 그리고 김진야와 함께 측면을 지키며 금메달을 일궜다.

아시안게임에서의 활약을 지켜본 벤투 감독도 김문환을 선택했다. 생애 첫 A 대표팀 승선이었다. 그리고 코스타리카와 칠레를 상대로 후반 종료 직전 이용과 교체되며 운동장에 설 수 있었다. 김문환은 "코스타리카전과 칠레전에 출전하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걸 느끼고 배웠던 시간이다. 소속팀에 가서도 좀 더 노력하고 배우고, 생각해서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면서 대표팀에서 지낸 시간을 이야기했다.

김문환은 "김학범 감독님께도 배운 게 너무 많다. 최윤겸 감독님께서 나에게 풀백을 권유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그래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거 같다. 앞으로 좀 더 전문적인 기술도 배우고 위치선정도 배워서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밝히며 은사를 향해 감사의 말을 전했다.

'풀백' 김문환은 부산아이파크 최윤겸 감독의 작품이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제는 승격이 남아있다

사실 그의 성공은 포지션뿐만이 아니다. 그토록 선망하던 대상을 눈앞에서 만나고 훈련도 함께했다. 그가 성공한 '덕후'가 될 수 있었던 건 김민재의 역할이 컸다. 김민재는 이용과 김문환의 연결 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문환과 김민재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함께 수비라인에서 발을 맞췄고 이용과 김민재는 전북현대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처음에는 낯을 가렸던 김문환이 이용에게 다가가는 것을 도와줬던 게 김민재였다.

김문환은 "(김)민재가 옆에서 용이 형이랑 같이 친해지라고 말도 많이 붙여줬다. 덕분에 말도 많이 하고 이제는 좀 편해졌다"라면서 "공격적인 크로스를 배운 게 가장 컸다"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은 조금 어려웠던 인터뷰도 이용의 얘기가 나오자 금방 싱글벙글한 표정을 지으며 영락없는 팬의 모습으로 변했다.

아시안게임에서의 활약으로 김문환의 팬들도 많아졌다. 김문환은 A대표팀에서 행복했던 '용이 형'과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부산으로 돌아간다. 김문환은 "나를 많이 응원해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부산에 가서든 대표팀에서든 팬들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해드릴 수 있는 건 최대한 많이 해드리려고 한다. 정말 감사하다"라면서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K리그도 많이 와주셨으면 한다. 부산도 이제 경기가 많이 남지 않았다"라면서 "승격이 걸려있다. 조금이라도 팀에 보탬이 돼서 승격을 이루고 싶다. 그게 올해 마지막 목표다"라며 씩씩한 모습으로 대표팀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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