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후 단체사진 촬영에 임한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팀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인천=김현희 기자] 제12회 아시아 야구 청소년 선수권대회(U-18 아시아 야구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선수들이 11일(화) 오후,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12세, 13세 이하 리틀야구 선수들에 이어 이번에는 18세 이하 '형님'들이 프로 입단을 목전에 두고 큰 일을 해 낸 것이다. 당초 본 대회에서 일본 미야자키 현지에 유일하게 한국인 취재진으로 참가했던 <스포츠니어스>는 이들의 귀국 현장도 함께 하고 싶었다. 태극기를 앞장세운 주장 김창평을 필두로 선수단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을 때에는 여기 저기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특히, 이번 대회 결승전은 2019 신인 2차 지명회의 이후 열렸기에 귀국길에 오르는 선수단에 대한 각 구단의 관심 또한 지대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한화 이글스는 자신들이 행사한 10장의 지명권 중에서 무려 3장을 청소년 대표팀에 할애하면서 홍보팀 자체 방송 카메라까지 대동하기도 했다. 1라운드에서 청소년 대표팀 주전 유격수(김창평)를 뽑은 SK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각자 공항 한 편에서 팬들에게 전하는 영상 메시지를 담으면서 앞으로 한 식구가 될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기도 했다.

귀국 후 소감을 이야기하는 김성용 대표팀 감독 ⓒ스포츠니어스

무엇보다도 이번 우승은 2014년, 엄상백(KT) 이후 4년 만에 차지하는 것이었기에 매우 뜻깊었다. 고시엔의 스타들을 총출동시킨 일본을 머쓱하게 할 만큼, 대단한 활약을 선보였던 것도 사실이었다. 여기에 2년 전, 타이완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에서는 이정후(넥센), 이정범(SK), 강백호(KT) 등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고도 결정적인 1루심 오심으로 코앞에서 우승을 놓친 전례가 있었기에 이번 우승이 더욱 뜻깊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당시 1루수로 보직을 옮겨 수비를 봤던 이정후는 당시를 떠올리면서 "후배들이 우리들의 한을 풀어줘서 너무 감사하다. 특히, 그 중심에 휘문고 후배인 (김)대한이가 있어서 더욱 기쁘다."라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귀국 후 소감을 이야기하는 김성용 대표팀 감독 ⓒ스포츠니어스

그러나 일본은 이러한 대한민국 대표팀의 우승 소식을 마냥 기쁘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었던 모양이다. '야후 재팬'을 통하여 살펴 본 대한민국 대표팀 우승 소식에는 공통적으로 '김기훈이 마지막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그 순간, 한국의 벤치는 마운드로 뛰어 나와 환희를 표출했다.'라고 묘사하면서도 '그러나 양 팀이 정렬할 때 빈 페트병이 마운드에 어지러져 있고, 글러브는 방치되어 있었다. 이는 매우 이상한 광경이었다.'라는 견해로 기사를 마감했다. 이것이 국내에서 재생산되면서 '교육' 문제라든지, '국제매너' 관련 문제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양 국의 문화 차이에서 오는 오해와 그라운드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단, 일본에서는 미국이나 중남미와 같이 경기 승리 후 물을 뿌리는 세레머니가 없다. 또한, 그라운드나 더그아웃은 말끔히 청소하는 것이 매우 당연하다는 의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그래서 페트병이 잠시나마 그라운드에 놓여 있던 것만으로도 불쾌감을 느꼈을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간과한 것이 있다. 선수단이 치울 수 있는 시간도 주지 못한 채 바로 시상식을 준비했나는 사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표팀 스태프는 되려 원활한 시상식 진행을 위해 재빨리 페트병 및 방치된 장비를 치웠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을 상세히 파악하지 못한 채, 주최국으로서 우승팀 예우를 해 주지 못했다는 점도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사실, 일본은 고시엔의 스타들이 타이완에 패할 때에도 관련 소식을 단 10초만 짧게 방영하는데 그쳤다. 이후 프로그램에서는 '오타니 쇼헤이'의 투타 겸업을 베이브 루스와 비교하는 방송의 비중을 높였다. 야구 소식 이후에는 테니스 여왕으로 새로 등극한 '오사카 나오미'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스포츠 영웅들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잘한 것은 크게 높이고, 잘하지 못한 것은 짤막하게 다루는 일본 스포츠 미디어의 일면이 여기에서 드러난 셈이었다.

귀국 후 소감을 이야기하는 김성용 대표팀 감독 ⓒ스포츠니어스

관중석이 텅 비어 유료 관중 숫자가 적었던 산마린 스타디움. 응원의 목소리보다 방망이 휘두르는 소리가 더 컸던 상황 속에서도 대표팀은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 점에는 분명히 박수를 쳐 줘야 한다. 그리고 이 우승으로 내년에 부산 기장군에서 열리게 될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에도 큰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와는 별도로 <스포츠니어스>에서는 미야자키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취재 후 이야기를 후속편으로 다시 낼 예정이다.

eugenephil@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