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르 코작은 한 때 '체코 폭격기'라 불리던 기대주였다. ⓒ 아스톤 빌라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 | 임형철 기자] 체코 팀 SFC 오파바 유스 출신인 리보르 코작은 2007년 1군 팀에 등록된 후 체코 2. 리가(2부 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오파바 소속으로 41경기에서 19골을 넣으며 10대 후반 때부터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자신감이 생긴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 포츠머스에 입단 테스트를 신청하는 등 빠르게 해외 무대 진출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 기회가 찾아왔다. 세리에A의 거함 라치오가 코작에게 5년 계약을 제시하면서 유럽 빅리그로 가는 확실한 길을 열어줬다. 코작은 망설임 없이 제의를 수락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입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20세가 되기도 전에 라치오로 이적한 그는 첫 시즌 유스 리그에서 주로 뛰며 기량을 점검받았다. 두 번째 시즌엔 세리에B(2부 리그) 브레시아로 임대돼 이탈리아 프로 리그에서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브레시아에서 슈퍼 서브 역할을 맡은 그는 한 시즌 동안 4골을 넣는 등 쏠쏠한 활약을 펼쳐 성공적인 임대 사례를 남겼다. 이 활약을 지켜본 라치오도 임대 복귀한 코작에게 슈퍼 서브 역할을 맡겼다. 짧은 출전 시간에도 점차 득점력을 입증하며 성장하더니 2012-13 시즌 UEFA 유로파리그에서는 10경기에서 9골을 넣으며 대회 득점왕에 오르는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

득점왕 수상을 계기로 가치가 폭등한 코작은 즉시 프리미어리그 아스톤 빌라로의 이적을 발표했다. 포츠머스 입단 테스트에서 좌절을 맛본 후 다시 잉글랜드 무대에 진출하기까지 5년을 노력한 결과였다. 2013년 9월 2일 코작은 아스톤 빌라와 4년 계약을 체결했고 새 팀에서도 성공 신화를 쓸 것을 굳게 자신했다. 그를 어렵게 품은 아스톤 빌라도 유로파리그 득점왕 출신 공격수에게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었다.

ⓒ 아스톤 빌라 페이스북

코작과 빌라의 ‘잘못된 만남’

코작은 아스톤 빌라에서 슈퍼 서브가 아닌 선발 자원으로 활약했다. 부상이 많았던 크리스티안 벤테케를 대신해 나오거나 같이 장신 투톱을 결성하면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이적 후 첫 시즌인 2013-14 시즌에 전반기에만 4골을 기록하며 무리 없이 프리미어리그에 적응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14년 1월 팀 훈련 중 동료 키어런 클락과의 충돌로 다리가 골절됐고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그는 15경기 4골의 성적으로 잉글랜드에서의 첫 시즌을 마쳤다.

다리 골절의 여파는 두 번째 시즌인 2014-15 시즌에도 이어졌다. 시즌 내내 부상 치료에 전념했는데도 회복이 늦어졌고 공식 경기에는 단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시즌 시작과 동시에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셈이다. 2015년 3월부터 U21 팀 경기에 가끔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1군 팀에서 경기를 뛰기엔 몸 상태에 무리가 있었다. 결국 코작은 2015-16 시즌이 돼서야 노츠카운티와의 EFL컵 경기에 교체 출전하며 공식 경기 부상 복귀전을 치렀다. 다리 골절 부상 후 1군 경기에 나서기까지는 무려 1년 8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코작의 팀 내 입지는 예전 같지 않았다. 경쟁자들에게 밀려 출전 명단에 쉽게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대부분 시간을 U21 팀에서 경기 감각을 회복하는 데 소비했다. 그러나 팀의 득점력이 계속 빈곤했던 탓에 결국 빌라의 레미 가르드 감독은 코작을 중용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코작은 2016년 1월 2일 선덜랜드전에 교체 투입돼 2년여 만에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소화했다. 이후 이어진 경기마다 연속으로 선발 출전하면서 주전 입지를 회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시즌 5번째 출전 경기였던 1월 23일 웨스트브롬전에서 발목이 골절됐다. 그는 자신의 세 번째 시즌에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한 채 다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결국 아스톤 빌라는 2015-16 시즌 리그 최하위에 처져 EFL 챔피언십(2부 리그)으로 강등됐다. 세 시즌 연속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코작은 어느덧 빌라와의 계약 마지막 시즌에 돌입했다. 프리시즌부터 좋은 활약을 보여 기대치를 한껏 높여 놓았지만 정작 정규 시즌 시작과 동시에 몸 상태에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경기 감각이 도통 올라오지 않았고 주전 경쟁에서도 뒷순위로 밀렸다. 그리고 2017년 2월 추가적인 발목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과 함께 또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빌라와의 계약 기간 4년 내내 시즌 아웃 상태에 놓였던 그는 결국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났다.

ⓒ 아스톤 빌라 페이스북

잊힌 공격수 코작의 근황

2017년 여름 빌라에서 방출돼 새로 소속팀을 구해야 했던 코작은 이탈리아 세리에B의 바리와 계약을 맺었다. 다행히 바리에서는 부상 없이 한 시즌 동안 정상적인 몸 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나 주전 경쟁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는 전반기 내내 전력 외 자원 취급을 받았다. 그러다가 경쟁자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2018년 1월에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아 두 골을 몰아쳤다. 그러나 경쟁자들이 늦지 않게 복귀하면서 다시 코작이 설 수 있는 자리는 사라졌다. 그는 바리에서 18경기에 나서 2골을 넣는 데 그쳤다.

소속팀 바리가 재정 문제로 2018-19 시즌 세리에D(4부 리그)로 강등되면서 코작은 한 시즌 만에 새 팀을 찾아야 했다. 그는 이제 막 세리에B로 승격한 리보르노로 팀을 옮기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적 후 코파 이탈리아 두 경기에서 모습을 비춘 그는 지난 주말 페스카라와의 세리에B 2라운드 경기에 선발 출전해 근황을 전했다. 아직 리보르노 소속으로 골은 없지만 이번 시즌에는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승격팀 리보르노를 어떻게든 세리에B에 잔류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결과적으로 리보르 코작과 아스톤 빌라의 인연은 ‘잘못된 만남’이었다. 빌라가 큰 기대를 걸고 영입한 코작은 계약 기간 4년을 대부분 부상 치료로 소진했다. 이 여파로 빌라는 매 시즌 빈곤한 득점력에 시달렸고 결국 코작이 이적한 지 세 시즌 만에 챔피언십으로 강등되어 지금까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체코 폭격기’라 불리며 큰 기대를 받던 유망주 코작도 어느덧 잊힌 추억의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 번의 잘못된 만남이 두 대상에 준 타격은 너무나도 컸다.

stron1934@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