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준비하는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팀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희 기자] 하늘은 제12회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U-18 아시아 야구 월드컵) 우승국으로 일본도, 타이완도 아닌 대한민국을 선택했다.

10일, 일본 미야자키 산마린 스타디움(Sun Marine Stadium)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 결승전에서 10회 연장 승부치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대한민국 대표팀이 타이완에 7-5로 재역전승하며 통산 5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동 대회에서 일본과 함께 최다 우승국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그러나 양 팀 모두 홈팀 일본에 3-1로 승리하고 결승까지 올라 온 상황이라 누가 이겨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경기로 진행됐다. 또한, 좀처럼 범하지 않던 에러도 나오면서 서로 견제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루플레이의 집중력이 승부를 갈랐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대표팀은 1회 말 수비에 들어서자마자 2사 이후 선취점을 허용했다. 2루수 윤수녕 옆을 절묘하게 빠지는 타구가 내야 안타로 연결되며, 3루 주자가 홈을 밟은 것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2회 초 공격서 4번 김대한이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면서 바로 동점을 만들었다. 본인의 대회 3호 홈런.

결승전에서 또 다시 홈런을 기록한 대표팀 4번 타자 김대한 ⓒ스포츠니어스

이후 대표팀은 김현수의 적시타로 역전에 성공했으나, 다시 수비 에러가 빌미가 되어 2-3 역전을 허용했다. 이 상황에서 동점을 만든 것은 다시 상대 에러였다. 타이완의 내야 수비가 불안한 틈을 타 9회까지 양 팀의 스코어는 3-3 이었다.

동점 상황에서 대표팀 김성용 감독은 2학년생 안인산을 외야수에서 투수로 투입시키는 등 초강수를 뒀다. 그리고 동점 상황에서 9회 1사를 맞이하면서 우익수였던 김기훈이 투수로, 투수였던 안인산이 다시 우익수로 이동하는 등 현란한 용병술을 선보였다.

정규 이닝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 팀은 10회 연장 승부치기에 들어섰다. 먼저 기회를 잡은 대표팀은 주자 둘을 내보낸 상황에서 윤수녕의 번트가 투수 정면으로 향했으나, 3루수와 유격수가 나란히 3루를 비우면서 2루 주자의 3루행을 막지 못했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투수의 1루 송구가 엇나가면서 주자가 모두 올세이프됐다.

무사 만루에서는 9번 안인산이 3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자, 김성용 감독은 1번 김창평에게 스퀴즈를 지시했다. 이것이 절묘하게 1루로 굴러가면서 1루 주자가 타구를 잡는 상황이 발생, 한 점을 득점하면서 김창평 본인도 1루에서 살 수 있게 됐다. 계속된 1사 만루에서 2번 김현민에게 또 다시 스퀴즈를 지시했다. 2연속 스퀴즈 작전. 타구는 투수 정면으로 가서 아웃 타이밍이었지만, 홈으로 향하는 송구가 뒤로 빠지면서 2루 주자마저 홈을 밟게 됐다. 그리고 스코어 6-3에서 3번 김기훈이 좌익수 희생 플라이를 기록하면서 3루 주자가 홈인, 점수 차이를 7-3으로 벌렸다.

점수 차이를 크게 벌린 대한민국 대표팀은 10회 말 똑같은 상황에서 위기를 맞았다. 1, 2루 상황서 김기훈이 상대 타자의 타구에 맞으면서 내야 안타로 연결, 무사 만루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투수가 바뀔 만했지만, 김기훈 본인이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며 역투를 강행, 후속 타자를 3루 땅볼로 잡아내며 한 숨을 돌렸다. 그 사이에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7-4. 이후 김기훈은 중전 적시타로 한 점을 더 허용했지만, 남은 아웃카운트 두 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우승을 자축했다.

이번 대회는 일본애서 개최된 만큼, 대회 주최측이나 현지 언론 모두 아시안게임보다 비중을 높였을 만큼 관심을 많이 가졌던 터였다. 여기에 고시엔 100회 대회를 맞이했던 만큼, 그 여운이 전 일본에 남아 있어 대표팀을 고시엔 스타들로 구성하는 정성까지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승에 오른 양 팀은 이러한 상황을 모두 이겨내고 일본에 승리, 충분히 우승을 넘볼 만했다.

결승전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승리로 끝났지만, <스포츠니어스>는 야구를 즐기는 전 세계 유망주들을 응원하고자 한다. 내년 부산 기장에서 열리는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U-18 세계 야구 월드컵)에도 이보다 멋진 유망주들이 경기장을 찾아주기를 기원한다.

eugenephil@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