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후 첫 골을 기록한 이상용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안양=홍인택 기자] 이상용이 오랜 시간의 부상을 털고 완전히 돌아왔다.

이상용은 9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27라운드 부천FC1995를 상대로 FC안양 유니폼을 입으며 선발로 출전했다. 안양 선수들의 표정은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이상용의 표정에는 비장함도 있었다.

이상용은 지난 시즌 팀에 합류하며 리그 24경기에 출전,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렀다. 특히 FA컵에서 호남대를 상대로 데뷔전 골을 기록해 FC서울과의 맞대결을 성사시켰다. 프로 1년차 신인이었지만 구대영이 군 복무를 위해 팀을 떠난 후 그의 빈자리를 잘 채웠다.

이상용은 프로 데뷔 시즌을 무사히 마치고 이번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스피드가 빨라 주로 왼쪽 측면 수비를 책임졌었지만 올해 새로 부임한 고정운 감독은 시즌을 준비하고 동계훈련을 치르면서 이상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고 감독은 이상용에게 중앙 수비수 역할을 맡기려고 준비하고 있었고 이상용도 고정운 감독의 조언을 들으며 새로운 자리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그의 '두부 멘탈'을 잡아줬던 사람

그러나 시즌이 열리기도 전, 동계훈련이 끝나갈 무렵에 그만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축구선수로서는 매우 치명적인 부상이었다. 다리와 함께 이상용의 마음도 함께 흔들렸다.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시즌이 시작됐고 설상가상으로 동료 수비수들까지 연달아 부상을 당했다. 안양이 좀처럼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서로 웃지 못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이상용은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부상 당시 "스스로 실망도 많이 하고 좌절도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복귀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오랜 시간 중에서도 다른 선수들이 경기를 뛸 때가 가장 부러웠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내가 멘탈이 약하다. 부상이 길어져 마음고생도 심했다"라고 밝혔다. 스스로 '두부 멘탈'임을 인증한 셈이다. 이상용이 재활에 힘쓰는 동안 그는 마음을 일으키는 데에도 힘을 쓰고 노력했다.

안양에는 이상용의 '두부 멘탈'을 잡아줬던 한 사람이 있었다. 사실 이상용뿐만 아니라 시즌 초반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됐던 수비수들이 이 사람의 덕을 많이 봤다. 바로 FC안양 의무팀장 서준석 팀장이다. 장기 부상을 견디기 어려웠던 이상용은 매일 서 팀장에게 매달렸다. "준석 샘, 다리가 너무 안 나아요. 이거 왜 안 나아요. 치료 좀 해주세요."

서 팀장은 다른 부상 선수들을 챙기다가도 이상용의 괴롭힘에 흔쾌히 응하며 이상용의 치료에 힘썼다. 서 팀장은 이상용의 다리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치료해야 했다. 안양 수비의 핵심을 어서 운동장에 세워야 후반기를 치고 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상용은 작년에도 데뷔골을 부천 상대로 기록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천 킬러, 또 한 번 부천을 울리다

인고의 시간을 거친 이상용은 드디어 8월 18일 수원FC를 상대로 선발로 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 감각이 부족했기 때문인지 그의 복귀전은 0-3 패배로 기록되고 말았다. 오랜만에 경기 감각을 익혔던 그는 점점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바로 이어진 광주FC와의 대결에서는 팀의 무실점을 지켰다. 심지어 K리그2에서 1위를 노리고 있는 아산무궁화를 상대로 무실점을 지켜낸 데다가 팀은 아산을 3-0으로 꺾었다. 고정운 감독은 이날 안현범의 스피드를 막아낸 이상용을 크게 칭찬했다.

그리고 이상용의 시즌 네 번째 경기가 열렸다. 상대는 어려운 시기를 겪는 부천이었다. 이상용을 비롯한 안양 선수들은 부천을 상대하기 전부터 쉽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이상용은 "우리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뭉치면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경기였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상용은 부천에 좋은 기억이 있었다. 그의 리그 데뷔골이 부천을 상대로 기록한 골이었다. 그는 "들어가기 전에도 작년 부천과 만났을 때 득점한 걸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아쉽게도 그날 경기는 이상용의 선제골에도 세 골을 실점하며 안양이 무너졌던 경기였다. 그는 "오늘은 골을 넣어서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들어갔다"라며 경기 전에 다졌던 각오를 전했다.

그리고 전반 20분 안양에 기회가 찾아왔다. 채광훈이 코너킥을 준비하기 위해 자세를 잡고 있었다. 이상용도 중앙 수비수로서 박스 안쪽에서 자리를 잡았다. 채광훈의 오른발 코너킥이 올라오는 순간, 이상용은 고개를 돌렸고 공은 부천의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작년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첫 골을 부천 상대로 기록하는 장면이었다.

이상용은 "(김)형진이 형이 내 앞에서 먼저 떴다. 무조건 형진이 형이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공이 넘어오더라. 공은 안 보이고 형진이 형 머리가 보였는데 공이 넘어올지도 모르니까 일단 머리를 돌렸다. 얼굴을 스치고 어깨에 맞고 골이 들어갔다"라며 골 장면을 설명했다.

이상용은 작년에도 데뷔골을 부천 상대로 기록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는 바로 서 팀장에게 달려갔다

팽팽했던 승부의 균형이 순식간에 안양 쪽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이상용의 머리를 스치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가 부상으로 고생했을 때 그에게 가장 큰 힘과 의지가 돼준 서준석 팀장이었다. 그는 골 세리머니를 마친 후 곧바로 벤치에 있는 서 팀장에게 뛰어가 말했다. "이렇게 잘 뛸 수 있는 건 다 팀장님 덕분이에요."

이상용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항상 우리 아픈 환자들을 위해 고생하신 분"이라며 그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나는 매 경기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경기에 뛰는 시간 만큼은 죽기 살기로 하고 후회 없이 하는 게 목표다. 경기에서 뛸 때마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며 각오를 밝혔다.

그가 오랜 부상을 털고 다시 뛸 수 있었던 건 서준석 팀장의 공이 컸다. 그리고 서 팀장의 손을 거쳐 완전히 회복한 이상용은 골을 넣은 뒤 그를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준 서 팀장에게 가장 먼저 달려갔다. 완전히 회복한 이상용의 시즌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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