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야구] 고시엔의 스타들은 왜 고개를 숙였나?

일본의 대표팀 선수들은 고시엔 스타들로 구성됐다. 그러나 우승의 꿈은 좌절됐다. 왜?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미야자키=김현희 기자] 일본의 국가스포츠는 단연 야구다.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많은 관중들이 야구장을 찾는다. 다만 일본 남부에 위치한 미야자키의 경우 따뜻한 기온 때문에 일본 프로야구 팀들이 스프링캠프를 차리는 것에 불과했다. 그래서 프로야구를 보기 위해서는 마음먹고 후쿠오카까지 이동하여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응원해야 한다. 그런데 미야자키에서 후쿠오카까지 거리가 무려 300km에 달하여 이동 또한 쉽지 않다. 어찌 보면 미야자키 사람들에게 야구는 스프링 캠프나 피닉스 리그(10월 자체 진행)에서나 직접 볼 수 있는 동경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러한 미야자키에 야구 붐이 일었다. U-18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 장소가 미야자키로 결정된 이후였다. 이에 일본은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홈팬들 앞에서 우승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종전과는 다른 베스트 멤버를 구축했다. 올해 고시엔 대회(전일본고교야구선수권대회) 100회째를 맞이하여 일본 전역에 그 기운이 고스란히 남아 있던 것도 주최측에게는 호재였다.

고시엔 스타 총 출동으로 흥행몰이, 그러나 결과는 ‘결승 진출 실패’

예상대로 일본전이 열리는 날 현지 팬들은 무려 3시간 전부터 경기가 열리는 산마린 스타디움(Sun Marine Stadium)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한일전 1라운드 경기가 열렸던 지난 5일 경기에서는 내야석 거의 모든 자리가 꽉 들어찰 정도로 현지 야구팬들은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그리고 고시엔 스타들의 연습 장면만으로도 환호를 하는 등 일본 대표팀의 선전과 승리를 기원했다. 일부 야구팬은 비디오 카메라까지 동원하면서 요시다 코세이를 비롯한 주요 스타들을 촬영하면서 수준 높은 응원 열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고시엔 스타들의 기량은 100% 발휘되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해 세계 청소년 선수권대회에 참가했던 유격수 카이토 코조노는 대표팀과의 경기에서만 실책 3개를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다. 여기에 결정타를 맞은 것이 일본 최고의 고시엔 스타 요시다 코세이가 맞은 카운터 펀치 한 방이었다. 대표팀 4번 타자 김대한에게 슬라이더를 던지다가 좌측 담장 관중석 중간에 맞는 큼지막한 홈런을 허용한 것이었다. 149km의 속구 위력을 감안해 보았을 때 요시다는 왠만하면 홈런을 맞지 않는 스타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대회 유일한 피홈런을 김대한에게 허용한 것이었다. 결국 이 한 방으로 고시엔 최고의 스타는 패전을 기록하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한일전에서 등장한 요시다 코세이는 가장 많은 환호성을 받았다. 그러나 그 환호성에 보답하지는 못했다. ⓒ스포츠니어스

물론 여기에서 따져 보아야 할 것이 있다. 무명에 가까운 가나아시 농업고교를 고시엔 결승까지 올려놓은 이가 다름 아닌 요시다였기 때문이다. 팀의 유일한 에이스로 6경기에서 무려 881개의 투구를 기록했음을 감안해 본다면 구속과는 관계없이 구위가 떨어졌을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한일전 선발로 나섰던 김기훈을 비롯하여 원태인과 서준원 등은 요시다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같은 투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구속에 비해 구위는 명성만큼은 아닌 것 같다”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즉 베스트 상태의 요시다를 상대한 것이 아닐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도 일본 전역에 149km에 이르는 빠른 볼 구속을 기록하는 투수는 드문 편이다. 그리고 고시엔 결승 이후 어느 정도 회복 기간을 가졌다는 점 또한 가볍게 볼 수 없다. 이 점만 놓고 본다면, 일본의 패배에 전 일본 기자들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던 셈이다.

물론 1패는 언제든지 당할 수 있다. 언제든지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슈퍼라운드에 들어서면서 결승전은 사실상 대한민국 대표팀과 일본이 다시 만나게 될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다수였다. 이는 일본을 비롯하여 대표팀 선수단 역시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일본의 아사히 TV는 본지 도움을 얻어 한일전 승리 투수로 기록된 김기훈의 인터뷰를 단독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김기훈 본인도 “결승전에서 다시 일본을 만나서 우승하겠다는 생각밖에 없다”라는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감했다. 중국전 승리 이후 김성용 감독을 만난 일본의 주요 언론사들도 경기 결과에 대한 이야기보다 결승전에서 일본을 다시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다분히 일본이 타이완과 중국을 모두 이길 수 있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던 셈이었다.

일본 아사히 TV에서도 김기훈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본지 역시 대표팀 공식 통역사와 함께 현지 TV 인터뷰 통역을 도왔다. ⓒ스포츠니어스

그러나 축구공이 둥글 듯이 야구공 또한 둥근 법이었다. 타이완이 일본을 격파한 것이었다. 그것도 대한민국 대표팀과 똑같은 3-1 스코어였다. 경기가 수세로 몰리자 급해진 일본 벤치는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섰던 요시다를 4회부터 다시 구원으로 등판시키는 초강수를 뒀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악수(惡手)가 됐다. 요시다가 또 다시 2실점하며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하여 일본 대표팀은 슈퍼라운드 2패를 기록, 남은 중국전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고시엔 스타들을 총출동 시키고도 결승 진출이 좌절되면서 일본 전역은 충격에 빠진 모양세다. ‘야후재팬(Yahoo Japan)’ 스포츠면에서도 “슈퍼라운드에서 한국과 대만이 2승을 기록중이다. 중국전에서 승리해도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라며 일본의 패배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또한 “12회째를 맞은 아시사 선수권에서 일본은 과거 5번 우승한 경험이 있고 이번 대회는 고시엔에서 활약한 선수를 중심으로 결성하면서 2연패를 노렸다. 그렇지만 어이없는 결과를 받아들였다”라는 기사 내용을 통하여 참담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당혹스러운 것은 주최측일 수밖에 없다. 정확히는 전일본야구협회와 미야자키현 고교야구 연맹은 울상을 짓게 됐다. 고시엔 스타들이 총출동한다는 이야기에 각종 스포츠용품 회사를 비롯하여 미야자키현의 숙박업체, 교통업체, 스포츠용품 회사에 금융기관(미야자키 은행)까지 스폰서로 참가했기 때문이었다. 이 모든 것이 오로지 일본의 결승 진출과 우승을 당연시 여겼던 데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일본은 저녁 시간대 TV 방송을 사수하기 위하여 ‘어떤 경기든 간에 일본의 경기는 오후 6시로 편성한다’라는 대회 운영 규칙까지 만들었던 상황이었다. 방송을 통한 광고 역시 가볍게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수많은 명성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왜 대한민국 대표팀에 이어 타이완에도 완패를 했던 것일까? 눈에 보이는 직접적인 이유는 타선의 침묵이었다. 고시엔에서 알루미늄 방망이를 사용하여 시원시원한 장타를 선보였던 일본의 타자들은 나무 방망이를 사용하는 국제 대회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특히 한일전에서 일본 타자들이 외야 방면으로 향하는 장타는 4번 후지와라가 기록했던 우익수 방면 3루타 뿐이었다. 그것 역시 2루수 윤수녕이 볼을 더듬지만 않았다면 2루타로 막을 수 있는 타구였다. 후지와라의 발이 상당히 빠르다 보니 작은 실수 하나에도 그저 한 베이스라도 더 뛰었을 뿐이었다. 1점 역시 적시타에 의한 점수가 아니라 견제 실수에 의한 베이스러닝에 의한 것이었다.

타이완전에서는 더욱 심했다. 전일본 드래프트 1순위 평가를 받고 있는 아키라 네오를 비롯하여 한일전에서 유일하게 대표팀을 괴롭혔던 4번 타자 후지와라, 지난해 세계 청소년 선수권에도 참가한 경험이 있는 코조노 등이 타이완 마운드에 단 2안타밖에 뽑아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일본의 나가타 유지 감독도 “선수들이 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감독인 내 책임이다”라고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낙담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대표팀에서 준비를 잘 했다는 평가도 있다. 일본의 마운드는 대표팀과 타이완에 18회 동안 6점을 허용했을 뿐이었다. 이 또한 준수한 성적이다. 그러나 대표팀은 김성용 감독을 필두로 철저한 준비에 들어갔고 대회에 맞춰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렸다. 대표팀 선수단은 하나같이 “팀 분위기는 상당히 좋다”라고 하면서도 “다만 훈련 할 때는 제대로 집중력 있게 했다. 그래서 마치 동계 훈련에 임하는 듯 싶었다”라며 무패 행진에 대한 비결을 밝히기도 했다.

어찌되었건 간에 최근 두 경기 동안 단 7안타에 머문 고시엔의 영웅들은 동메달 획득을 위해 이틀 연속 중국을 만나게 된다. 자신들의 안방에서 통산 최다인 아시아 선수권 6번 우승에 도전했던 일본의 꿈이 무산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eugenephil@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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