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유튜브와 다를 게 없던 ‘추적 60분’의 억지


추적 60분
<추적 60분>은 과연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방송 화면 캡쳐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KBS에서 하는 <추적 60분>을 봤다. 물론 예고편을 보고 어떤 내용일지 뻔히 그림이 그려져 본방 사수는 안 했다. 다시보기로 보는데 이거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다. 유튜브에서 출처도 알 수 없는 가짜 뉴스를 가지고 와 대한축구협회를 매도하던 것과 전혀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신뢰와 권위를 가지고 있다는 KBS에서 내세우는 간판 보도 프로그램 <추적 60분>이 이 정도로 수준이 낮을 줄은 몰랐다. 그냥 지상파에서 하는 유튜브 채널 정도라고 보면 된다.

축사국과 김호, 신문선의 환상적인 조합
매일 나한테 털리는 한국 축구계의 동네 바보형 ‘축사국’이 등장했다. 그들이 어떤 단체인가. 히딩크 감독이 아니면 모두를 적폐 취급하는 ‘히사모’ 아닌가. 심지어 <추적 60분>에 자료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몇 명 되지도 않는 ‘축사국’ 회원들은 둘로 쪼개졌다. 가관이다. 자료 출처 자막 표기 하나로도 싸우더라. 이미 방송 초반 ‘축사국’이 등장하면서 이 방송은 신뢰를 잃었다. 그들은 내 법적 고소장에도 ‘나무위키’를 들이미는 단체다. 공영방송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이유가 없다. 명색이 우리나라에서 손 꼽히는 보도 프로그램이 ‘축사국’을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KBS의 수치다. 정말 창피해 해야 한다.

‘축사국’이 네덜란드로 히딩크 감독을 만나러 갔다고 자랑하는 영상까지 지상파 보도 프로그램에 등장했다. 아직까지도 히딩크 감독이 대한민국을 위해 무료 봉사하겠다는 말을 철썩 같이 믿는 ‘축사국’ 사람들은 히딩크 감독을 만나고 온 걸 성지순례를 하고 온 것처럼 여긴다. 그런데 사실 당시 히딩크 감독을 만나러 간 두 명의 ‘축사국’ 회원은 그냥 사진 한 장 찍고 무슨 감사패인지 그런 걸 전달하고 온 게 전부다. 무슨 대단한 회동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것도 다른 방송 촬영에 껴서 가 잠깐의 시간을 내 찍은 영상일 뿐이다. 그들의 ‘관광’과 ‘팬미팅’ 영상을 공영방송 KBS에서 쓸 이유가 없다. <추적 60분>은 처음부터 아예 잘못된 방향이었다.

출연한 인물을 보면 이 방송의 의도는 더 명확해 진다. 신문선 교수와 김호 대표가 나왔다. ‘협회 까기’로 한 쪽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물들이다. 뭐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에는 팩트보다는 감정이 더 많다. 김호 대표는 무려 25년 전 월드컵 때 협회 인사들이 선수 선발에 관여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정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 시절 잘못이야 잘못대로 비판받아야 하지만 2018년에 1994년 이야기를 하며 협회를 비판하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그 사이 대한축구협회장이 벌써 두 번이나 바뀌었다.

축사국
결국 히딩크 감독은 연봉 50억 원 이상을 받고 중국으로 갔다. ⓒ방송 화면 캡쳐

그들은 정말 정의롭고 힘없는 야인들인가?
이런 식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건 축구인의 모습이 아니다. 25년 전 김호 감독은 도하의 기적이 일어난 1993년 북한전 전반전이 끝난 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라커룸에서 홍명보 감독을 폭행했다. 본인 스스로도 그 시절 잘못이 너무 많은 이가 마치 자기는 축구계 야당이라 힘이 없는 것처럼, 자기는 피해만 입은 것처럼 코스프레를 해서는 곤란하다. 하프타임 때 홍명보 감독을 폭행했다는 이야기는 내가 직접 김호 대표를 경남 통영으로 인터뷰하러 가 들은 내용이다. 오히려 김호 대표는 현재 대전시티즌의 비정상적인 운영에 대해 <추적 60분>의 추적을 받아야 할 인물이다. 한 축구 원로는 김호 대표에 대해 “자기가 그렇게 힘 있을 때는 기득권을 누리더니 이제 힘 다 빠지고 나니까 협회를 욕하고 다닌다”고 혀를 찼다.

김호 대표는 최근에는 심판실로 쳐 들어가 항의를 하다가 연맹으로부터 제재금 2천만 원의 징계를 받고도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재심을 청구하기도 했다. 물론 재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협회 까기’를 위해 신뢰도가 부족한 인물을 너무 많이 섭외했다. 자사에도 훌륭한 축구 해설위원들이 많으면서 그들은 활용하지도 않았다. 왜? 그들은 절대 협회에 대해 터무니 없는 비난을 해달라는 부탁에 동의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추적 60분>은 ‘협회 까기’로 세력을 모으는 이들에게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가짜 보도 프로그램이었다. 제작진은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정말 악의적으로 한 쪽에 치우친 사람들을 섭외해 협회에 그럴 듯한 적폐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가 강했다.

협회도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게 누가 봐도 협회에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 외치는 이들을 만나 “현대가가 협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주장이면 너무 유치하다. 그러려면 나이키와의 장기계약 문제나 유소년 축구에 관한 근본적인 고민을 담는 게 훨씬 더 나았다. 무슨 초등학생이 보는 유튜브에서나 주장할 법한 유치한 선동을 공영방송에서 하고 있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배운 분들이 입사한 방송국에서 유튜브에나 나올 만한 영상을 찍어 보도 프로그램이라고 떠들면 엄청난 자괴감이 들 것 같다. 이게 KBS 수준인가. 억지를 부려도 적당히 부려야지. 협회가 비판할 게 얼마나 많은데 고작 한다는 게 현대가가 장악하고 있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나.

정몽규
현대가 한국 축구에 기여하는 바는 엄청난 칭찬을 받아야 한다. ⓒ전북현대

현대가 없었으면 한국 축구는?
말은 바로 해 보자. 협회에 현대의 입김이 센 건 사실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정몽준 시대부터 사재를 털고 회사 자금을 투입해 협회를 운영 중인데 협회와 현대가 친한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아마 현대가 없었으면 우리나라 축구는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해 뛴 것도 현대였다. 당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겸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월드컵 개최지 결정 투표권이 있는 21명의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소재지 중 현대종합상사 지사가 없던 스코틀랜드와 이탈리아, 독일, 아르헨티나 등에는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현대종합상사 해외 지사를 따로 설치하기도 했다. FIFA 집행위원 소재국에 주재하는 상사원들에게 집행위원 전담맨을 지정해 그들의 취미생활은 물론 가족사까지 파악해 이 정보를 대한축구협회에 직접 전달하며 월드컵 유치에 나섰다.

당시 정몽준 회장은 1년 동안 지구를 무려 12바퀴나 돌았다. 1995년 월드컵 유치붐 조성을 위해 브라질을 국내로 초정했을 당시 초청비용은 약 1백 20만 달러였는데 당시 브라질 대표팀의 초청 비용은 원래 30만 달러 안팎이었지만 협회는 브라질을 유치 경쟁 라이벌인 일본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이 천문학적인 액수를 지급했다. 이 돈은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왔을까. 물론 정몽준 회장 사비였다. 1995년 정몽준 회장이 대한축구협회에 낸 사비는 무려 43억 7천만 원이었다. 이는 당시 협회 결산액 57억 원 중 무려 76.6%에 이르는 금액이었다. 당시 대한체육회 가맹 39개 경기 단체 회장 출연금 중 정몽준 회장에 이어 2위로 많은 돈을 낸 레슬링협회 이건희 회장의 출연금이 12억 7천만 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실로 엄청난 금액이다.

결국 뒤늦게 월드컵 유치전에 뛰어 들었던 한국은 정몽준 회장과 현대의 맹활약 덕분에 극적으로 월드컵 공동 개최를 이끌어 내기에 이르렀다. 만약 당시 현대와 정몽준 회장의 활약이 없어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리지 못했다면 지금도 우리는 이런 최신식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축구를 즐길 수 없었을 것이다. 양잔디를 심지 못해 누런 잔디에 페인트칠을 하며 경기를 했던 게 바로 얼마 전 우리의 모습이었다. 월드컵 유치 후 4강이라는 신화는 물론 이후 월드컵 수익금을 통해 전국의 유소년들을 육성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월드컵 효과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월드컵 개최는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잘한 일이었고 그 중심에는 현대가 있었다. 정몽준 회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 유치에 성공한 뒤 비좁은 협회 사무실에서는 이 큰 대회를 준비할 수 없다고 밝히며 축구회관 건립 비용 170억 원 중 자비로 65억 원을 충당하기도 했다.

추적 60분
김호 대표는 한국 축구의 정의를 이야기할 자격이 있나. ⓒ방송 화면 캡쳐

<추적 60분>이 한국 축구를 위하는 방식?
현대가 없었으면 우리는 지금도 육상 트랙이 있는 경기장에서 축구를 하고 축구회관과 파주트레이닝센터도 없이 떠돌았을 것이다. 지금도 현대는 축구에 막대한 투자를 한다. 현재 현대 관련 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로, 성인 팀만 네 개(울산현대, 전북현대, 부산아이파크, 인천현대제철)가 있고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합치면 무려 18개의 남녀 축구팀이 있다. 정몽규 회장이 대한축구협회장으로 취임한 2013년 이후 지금까지 5년간 이들 18개 팀의 운영비로 투입된 금액만 총 3,900억 원이다. 그 외에 현대 관련 기업이 지난 2010년부터 7년 동안 K리그의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낸 후원금이 200억이 넘는다. 현대가 축구에서 뭘 뽑아먹을 게 있다고 이런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겠나. 오히려 현대한테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만약 현대가 하루아침에 축구에서 철수해 버리면 한국 축구는 곧바로 마비된다. 장담하는데 아무 것도 못한다.

그런 현대를 무슨 적폐라고 규정짓는 건 정말 축구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는 것이다. 현대가 이렇게 한국 축구에 투자하는 동안 KBS는 무얼했나. 부끄럽지 않은가. 이번 <추적 60분>에서 그나마 말이 되는 소리는 협회 인테리어와 관련한 의문 뿐이었다. <추적60분>은 장시간에 걸쳐 기업신용분석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해당 업체가 2013년 수십억 원의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는데 협회 리모델링을 통해 대부분의 수익을 얻은 것처럼 방송했다. 하지만 방송이 끝나는 시점에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전체 공사금액은 11억 9천만 원인데 이 중 1억 6천만 원을 재하청 받았다”는 해당 업체 답변서 내용을 비춰주었을 뿐 어떠한 해명이나 정정도 없었다. 의도가 너무나도 악의적인 방송이었다. 이게 그들이 말하는 공정한 방송인가.

한국 축구를 걱정하는 척하더니 결국 새로 선임된 벤투 감독까지 흔들었다. <추적 60분>은 김판곤 협회 감독선임위원장의 기자회견장에 들어와서도 분위기를 흐렸다. 자신들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자 마치 김판곤 위원장이 뒤가 구려 도망가는 듯한 모양새로 보이게끔 연출까지 했다. 자사 기자까지 동원해 신임 감독을 헐뜯었다. 이 기자회견은 생방송으로 중계됐었다. 당시 김판곤 위원장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성실히 답변했다. 아마 이 기자회견이 생방송으로 진행되지 않았더라면 많은 이들은 <추적 60분>의 악의적인 보도에 선동됐을 것이다. 한국 축구를 걱정하는 척하며 새로 영입한 외국인 감독의 과거 부진했던 경력을 끄집어 내는 건 대단히 악의적이다. 이게 <추적 60분>이 한국 축구를 걱정하는 방식인가.

추적 60분
한국 축구를 걱정하시는 <추적 60분> 제작진 여러분, ‘인천월드컵경기장’ 아닙니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입니다. ⓒ방송 화면 캡쳐

유튜브와 다를 게 없던 ‘추적 60분’의 억지
시사 보도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양심껏 해야 한다. 더군다나 지상파 제작진은 훨씬 더 큰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런 식의 주장을 아마 누군가 축구 커뮤니티에 했다면 그냥 ‘축알못’ 소리를 듣거나 ‘축사국’이라는 오해를 받기 딱 좋을 것이다. 그 정도로 억지와 선동이 난무한 방송이었다. 협회 예산이 줄어드는 건 스포츠 토토 수익금 배분 비중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이유인데 이런 건 설명하지도 않았다. 나는 협회의 문제점을 수도 없이 지적한 사람으로서 시사 프로그램에서 한 번쯤은 협회의 문제를 다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건 안 하느니만 못했던 방송이었다. 원래 협회는 적당히만 까줘도 워낙 반감이 많아 후폭풍이 엄청났을 텐데 이번에는 생각 외로 조용하다. 그냥 아무 것도 모르는 대중에게 재벌이 협회를 휘두르고 있다는 프레임 씌우기에만 열중한 방송이었다.

<추적 60분>은 앞으로 준비해야 할 방송이 많다. 이렇게 한국 축구를 걱정하는 이들이라면 보도해야 할 주제가 많다. 힘 없는 <스포츠니어스>가 파헤쳐 보니 힘에 부친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러니 이럴 때 영향력 있는 KBS와 <추적 60분>이 힘을 모아줘야 한다. 정 그렇게 한국 축구의 발전을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강원FC 조태룡 대표 비위 논란이나 내셔널리그 윤성효 감독 갑질 논란 등에 대해 한 번 보도해 달라. 진짜 파헤쳐야 할 문제는 따로 있는데 쓸 데 없이 협회 들락거리며 현대나 찾고 있지 말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자면 인천유나이티드의 홈 경기장은 인천월드컵경기장이 아니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다. 우리나라 축구장 이름 하나 제대로 모르면서 무슨 비리를 캐낸다고 설치는 건가. 이게 <추적 60분>인가. 어디 가짜 뉴스 막 만들어 내는 개인 유튜브 채널인가.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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