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드래곤즈는 경기가 끝나면 SNS에 이런 사진을 올린다. ⓒ전남드래곤즈 공식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지난 해 울산현대 구단 그래픽 디자이너와 대화를 나눴다. 선수 이적이 확정되면 곧바로 선수가 유니폼을 입은 사진을 기가 막히게 합성해 공개하는 일을 하는 이였다. 선수와 유니폼은 대단히 특별하다. 나는 아직도 데얀이 수원삼성의 파란 유니폼을 입은 게 어색하다. 팬들은 이적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그 선수가 그 팀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구단 그래픽 디자이너는 이 작업을 실감나게 해야 한다. 울산현대 그래픽 디자이너의 실력을 보고 감탄해 그와 인터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울산현대 소속이 아니라 프리랜서라는 점이었다. 그는 처음 성남FC를 통해 이 일을 시작한 뒤 전북현대의 일도 맡아 하고 있었다. 단순히 선수의 유니폼 합성 사진만을 만드는 게 아니라 경기 홍보 포스터 등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었다. 경험이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실력도 뛰어났고 프로로서의 마인드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단순히 디자인을 하는 게 아니라 이 작품들에 스토리를 녹여냈다. 그가 지금은 군대에 간 걸로 알고 있다. 그가 돌아오면 아마도 K리그에 더 좋은 퀄리티의 작품들을 선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전설의 박기동 영입 사진. ⓒ전남드래곤즈

전설의 박기동 합성 사진을 아시나요?

경기장에 가면 구단 직원들이 많은 고생을 한다. 특히나 인상적인 건 노트북을 펴놓고 실시간으로 SNS에 소식을 전하는 모습이다. 구단 직원이 직접 하는 경우도 있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경기 내내 바쁘다. 경기가 끝나면 곧바로 SNS에 수준 높은 이미지를 만들어 결과를 알린다. 멋진 엠블럼이 들어가 있고 득점자도 상세하게 소개한다. 이기면 이겼다고 기뻐하는 문구를 넣고 지면 아쉬움과 격려의 의미를 담은 문구도 포함한다. 짧은 순간 이뤄지는 작업이지만 그 사이 훌륭한 퀄리티의 작품이 완성된다. SNS 시대에 이런 활동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됐다.

그런데 한 구단만 유독 뒤처진다. 보면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정도의 수준이다. 바로 전남드래곤즈다. K리그2도 아니고 내셔널리그도 아니고 K리그1에 있는 팀의 이미지 활용 능력이 정말 보기 부끄러울 정도다. 이제는 오히려 팬들 사이에서 이런 촌스러움을 ‘전남 감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너무 너무 촌스러워 이게 정이 들었다는 팬들도 있다. 1990년대말 이제 막 태그 활용법을 배우던 시절에나 썼을 법한 이미지를 2018년 K리그1 구단에서 쓰고 있다. 일부는 이걸 ‘전남 감성’이라며 웃고 넘기지만 나는 이 정도는 이제 웃고 넘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촌스러움을 지적해줘야 하고 비판해줘야 한다. K리그는 고객을 대하는 프로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전설로 남아 있는 합성 사진이 있다. 물론 전남드래곤즈의 작품이다. 2013년 전남이 제주에서 박기동을 트레이드로 영입했을 때의 합성 사진은 지금도 전설적인 개그 소재로 쓰인다. 머리와 몸의 비율도 제대로 맞추지 않은 이 합성 사진 속 박기동의 모습은 지금 봐도 너무 안쓰럽다. 일개 네티즌이 이런 합성을 해도 욕을 먹을 텐데 전남은 이 합성 사진을 당당히 공식 보도자료로 냈다. 지금껏 개그의 소재가 된 박기동은 무슨 죄인가. 나는 아직도 박기동을 경기장에서 볼 때마다 이 합성 사진이 생각난다. 명색이 프로 구단이 이 정도 수준의 합성 사진을 공식 보도자료로 낸다는 건 해외토픽에나 나올 일이다. 대단히 부끄러워 해야 한다.

전설의 박기동 영입 사진. ⓒ전남드래곤즈

소비자는 촌스러운 콘텐츠를 거부한다

한 번만 그런 일이라면 뭐 그냥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전남은 2013년 박기동 영입 합성 사진으로 그렇게 조롱받아 놓고도 2017년 박기동과 연제민을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하면서도 또 한 번 관심(?)을 끌었다. 4년이 지난 후였지만 전남의 합성 실력은 아주 조금 나아진 수준이었다. 이 역시 누가 봐도 발로 합성한 사진이라고 할 만큼 수준이 떨어졌다. 박기동과 연제민 영입 사진만 그런 게 아니다. 전남에 입단하려면 누구나 이 정도의 합성 사진의 주인공이 될 걸 감수해야 한다. 이 정도면 거의 팬들을 약 올리는 수준이다. 꼭 입단 합성 사진뿐 아니라 구단 이름을 내걸고 공개하는 사진의 수준이 늘 떨어진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팀이라 더 안타깝다. 전남은 1994년 창단해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나름대로의 끈끈한 팀 컬러를 자랑하는 팀이고 유소년 육성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지를 활용한 홍보는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수준이다. 다른 구단은 경기 내내 구단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이 정성스럽게 경기 결과를 SNS에 올리기 위한 이미지를 만들 때 전남은 전광판 사진을 찍어 이걸 SNS에 올린다. 아, 이런 퀄리티면 한국이 독일을 월드컵에서 2-0으로 잡은 경기도 감흥이 떨어진다. 다른 구단은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세련미를 따지는데 전남은 전광판 사진 하나 찍어 올리는 걸로 끝이다. 이 정도면 정말 팬들을 기만하는 거다. 그리고 하루 뒤에나 정리된 이미지가 SNS에 올라온다. 팬들이 알고 싶은 건 실시간 결과이지 하루가 지난 뒤 올라오는 뒤늦은 결과가 아니다.

프로는 촌스러워지는 순간 끝이다. 팬들이 유니폼을 사고 구단 엠블럼이 박힌 머그컵도 사고 노트도 사야하는데 딱 촌스러운 이미지가 박히면 어떤 방식으로도 회생하기가 어렵다. 제 아무리 슈퍼스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전남으로 이적해 와도 몸통과 머리 비율도 맞지 않는 저런 합성 사진을 구단 공식 보도자료로 쓰는 순간 가치는 확 떨어진다. 호날두가 전남 유니폼을 입고 전북전에 나서 해트트릭을 기록해도 구단 SNS에 전광판 사진 하나 찍어 올리며 ‘#아자아자’ 해시태그를 다는 순간 해트트릭의 가치는 떨어진다. 프로는 이미지를 먹고 살아야 하는데 한 번 촌스럽다는 이미지가 소비자의 뇌리에 박히면 이걸 다시 회복하는 데는 정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전설의 박기동 영입 사진. ⓒ전남드래곤즈

전남, 반성하고 분발해야 한다

딱 좋은 예가 성남이다. 성남FC는 과거 성남일화 시절 촌스러운 구단으로 유명했다. ‘맥콜’과 ‘삼정톤’이 박힌 유니폼부터 어느 하나 세련미라고는 없었다. 그런 팀이 시민구단으로 전환하고 팀 상징색을 바꾸면서 수년을 노력해야 지금껏 촌스러웠던 이미지가 조금씩 희석된다. 그나마 성남은 일화 시절부터 “촌스럽다”라는 말이라도 나왔지 지금의 전남은 그냥 팬들도 그러려니 하는 팀이 됐다. 아무런 기대도 없고 그렇다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없다. 원래 전남은 촌스러웠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받아들이니 더 큰 문제다. 만약 누군가 전남에 관심을 보이고 소식을 전해보기 위해 구단 SNS를 팔로우한다고 가정해 보자. 저 이미지를 보는 순간 경기장에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도 사라질 것이다.

몇 년 전 아주대학교 축구부를 취재한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축구부가 아니라 축구부를 홍보하는 프런트였다. 이들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스스로 축구팀 프런트가 돼 SNS에 경기 프리뷰를 올리고 홍보 이미지를 게재했다. 전남 구단에는 미안하지만 전남 구단보다도 훨씬 더 수준이 높다. 대학생들도 하는데 프로팀이 아직도 이 정도 수준이라면 곤란하다. 전남이 하고 있는 건 구수한 ‘아재 감성’이 아니다. 팬들에 대한 기만이다. 아무리 구단 업무가 많아도 소비자에게 제일 잘 보이는 부분은 대충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전남의 촌스러움은 그냥 유머로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그들의 노력과 고생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들이 이런 칼럼을 통해 문제 의식을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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