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윈던타운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 | 임형철 기자] EFL 리그 2(잉글랜드 4부 리그) 스윈던타운의 주전 골키퍼 로렌스 비구르가 생애 처음으로 칠레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비구루가 포함된 칠레 대표팀은 9월 7일 일본, 11일 대한민국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있다.

대표팀 발탁의 영예를 누리게 된 로렌스 비구르는 인터뷰를 통해 “스윈던타운과 나를 빛내고 싶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큰 경험이 될 것 같다“며 “일류급 선수들이 어떻게 경기를 준비하고 훈련에 나서는지 확인할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

비구르는 처음 대표팀 발탁 소식을 들었을 때 "농담하지 말라"고 말했다 ⓒ 스윈던타운 페이스북

4부 리그 골키퍼의 발탁 이유는

자국 칠레 무대도 아닌 잉글랜드 하부 리그 골키퍼의 발탁 소식은 현지에서도 놀라운 반응으로 이어졌다. 93년생, 현재 24세인 그는 완전한 유망주라 불릴 만한 어린 선수도 아니다. 그래서 비구르의 발탁 이유는 지금도 현지 언론, 팬들의 궁금증을 모으고 있다.

칠레 대표팀의 레이날도 루에다 감독은 2018년 1월 칠레 대표팀 부임 후 세대교체 작업에 돌입 중이다. 그동안 그는 소속팀 맨체스터시티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클라우디오 브라보 대신 조니 에레라를 새롭게 기용하며 골키퍼 자리에 변화를 줬다. 그러나 에레라는 81년생 노장 골키퍼이기 때문에 긴 시간 주전을 믿고 맡기기엔 변수가 많다는 단점이 있었다.

결국 루에다 감독은 9월 A매치에서 새로운 골키퍼를 찾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 뽑힌 세 명 중 가장 많은 A매치를 경험한 가브리엘 아리아스는 2018년 6월에 두 번의 평가전을 뛰었던 경험이 전부다. 브라이안 코르테스는 그동안 후보 골키퍼로 차출만 됐을 뿐 아직 A매치에 출전한 적은 없다. 로렌스 비구르는 이번 발탁으로 생애 첫 대표팀 입성 기회를 잡았다.

가뜩이나 클라우디오 브라보가 소속팀 맨체스터시티에서 훈련 중 왼쪽 발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면서 루에다 감독이 신성 골키퍼를 찾아야 할 결정적인 계기가 마련됐다. 현지 언론에서는 “루에다 감독이 브라보의 부상 소식을 접한 뒤 즉시 스윈던타운의 로렌스 비구르에게 눈을 돌렸다”며 상황을 전하고 있다.

비구르는 처음 대표팀 발탁 소식을 들었을 때 "농담하지 말라"고 말했다 ⓒ 스윈던타운 페이스북

잉글랜드에서 나고 자란 칠레 GK

비구르는 단 한 번도 자국 무대를 밟아본 기억이 없다. 잉글랜드에서 태어나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무대에서만 선수 경력을 쌓았기 때문이다. 칠레, 자메이카 혈통인 그는 잉글랜드까지 포함해 세 개의 대표팀을 선택할 기회가 있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칠레에 애정을 표하며 칠레 대표팀에서 뛰기로 마음을 굳혔다. 2013년 남미 유스 챔피언십에서는 칠레 U20 대표팀에 소집되기도 했다.

브렌트포드 유스팀에서 경력을 시작한 비구르는 방출 통보를 받은 후 2012년 토트넘 핫스퍼 유스팀에 가입해 2013년 6월에 프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1년간 하부 리그 팀 임대를 전전한 뒤 토트넘과 재계약에 실패하며 위기에 놓였다. 다행히 그는 늦지 않게 신청한 리버풀 입단 테스트에서 합격했고 리버풀 유스팀에서 새 출발을 다짐했다.

리버풀에서 비구르는 촉망받는 골키퍼 유망주였다. 한 때 비구르는 현재 레스터 시티에서 뛰고 있는 전 리버풀 유망주 대니 워드를 밀어내며 리버풀 U21 팀에서 주전을 차지하기도 했다. 2015-16 시즌을 앞두고 스윈던타운으로 임대를 떠난 그는 다음 시즌 완전 이적하며 지금까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2017-18 시즌 후반기에는 아일랜드의 워터포드로 임대돼 잠시 활약하기도 했다.

기록도, 활약 영상도 찾기 힘든 한 4부 리그 골키퍼의 대표팀 발탁 소식에 현지 축구팬들이 호기심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운 좋게(?) 그의 활약 여부를 눈앞에서 직접 확인할 기회가 있다. 비구르가 있는 칠레 대표팀은 9월 11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대한민국과 평가전을 갖는다. 과연 4부 리그 골키퍼 비구르가 이날 경기장에서 호명될 기회가 있을지 유심히 확인하자.

stron1934@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