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리틀야구 WS 인터내녀설 우승 이후 귀국한 대표팀 선수단과 가족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희 기자] 리틀야구는 대한민국 야구의 근간(根幹) 가운데서도 그 기저(基底)를 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점은 오히려 프로야구 스카우트 팀이 더 잘 알고 있다. 특히, 이정훈 한화 이글스 스카우트 팀장은 유소년 야구를 강조하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에 관심을 많이 갖는 선수들이 많아야 중학교, 고등학교가 발전할 수 있다. 그러한 인재들을 선택하는 것이 우리(스카우트) 몫 아닌가"라며, 재능있는 많은 유소년 인재들이 이왕이면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어린 선수들이 올해 상당히 기특한 일을 해냈다. 이미 U-13 리틀야구 인터미디어트 월드시리즈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압도적인 기량으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U-12 메이저대회에서도 인터내셔널 디비전 우승, 전체 월드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두면서 한국 야구의 밝은 내일을 약속하게 됐다. 그 주역들이 지난 29일 저녁, 당당한 모습으로 귀국했다. 특히, U-12 태극 전사들은 약체라는 평가 속에서 오히려 본인들이 지닌 능력 이상의 힘을 발휘,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대표팀 지희수 감독 역시 "출국 전까지만 해도 그저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하고 오는 것에 의의를 두려고 했다. 그러나 약체라는 평가를 들은 이후 스스로 연습하고, 어린 선수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인터내셔널 디비전 우승은 이러한 모습의 결과물이라고 자신한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영현, 최지형, 최수호, 김기정

"우리가 한국 야구의 미래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월드시리즈 인터내셔널 디비전 우승의 가장 빛나는 별은 단연 에이스 김영현(12)이었다. 이미 아시아-태평양 지역 예선 결승전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하며, '포스트 황재영(배재고)'으로 손꼽혔던 김영현은 월드시리즈 내내 투-타를 넘나들면서 발군의 기량을 선보였다. 투수로는 네 경기에 출장하여 3승 1패, 평균자책점 1.74의 짠물투를 선보였다. 특히, 14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삼진을 무려 33개나 잡아내면서 이번 대회 최고의 '닥터 K'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정작 이에 대해 김영현은 대단치 않다는 반응을 보여줬다. 결승전 선발 투수로 지목될 만큼, 투수들 가운데 가장 상태가 좋았지만 승리한 경기보다는 패한 경기가 더욱 마음에 남는다고 했다.

당찬 피칭만큼이나 당당하고 자신있는 모습을 보인 대표팀의 에이스 김영현 ⓒ스포츠니어스

"일본전에서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았을 때 나에게 직선타가 오지 않았는가? 그때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결승전을 치르다 보니, 선두 타자에게 홈런을 맞으면서 출발을 불안하게 했다. 쐐기점이 된 두 점도 내가 와일드피치만 하지 않았어도 내어주지 않아도 될 점수였다. 기쁨보다는 안타까움이 더 크다."

인터내셔널 디비전 우승만 해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지만, 정작 김영현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은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을 뿐이었다. 또한, 이번 대회가 리틀리그 은퇴 경기(여름방학 이후 2학기때부터는 학교 야구부에 소속)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었다. 4년 전 황재영보다 나은 것 같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는 무겁게 고개를 젓기도 했다.

"아니다. 황재영 선배님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황재영 선배님은 우승을 이끌지 않았던가. 오히려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 라는 것이 김영현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롤모델을 묻는 질문에도 "없다."라는 대답이 가능했던 것이다. 오히려 본인이 다른 사람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는, 대견한 생각을 지니기도 했다. 역시 대표팀의 에이스다웠다. 더욱 대단한 것은 김영현이 투수로 등판하지 않는 날에는 타자로 나서며 11타석 10타수 3안타 5타점, 타율 0.300을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사이드암 투수로의 발전 가능성도 높지만, 타자로도 충분히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는 유망주다. 2학기부터는 양천중학교 야구부 소속으로 실전에 투입될 예정이다.

당찬 피칭만큼이나 당당하고 자신있는 모습을 보인 대표팀의 에이스 김영현 ⓒ스포츠니어스

김영현이 마운드에서 힘을 냈다면, 대표팀의 3번 타자 최지형은 타선에서 가장 뜨거운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대표팀이 기록한 홈런 3개가 모두 최지형의 손에서 비롯됐다. 그만큼 타격의 순도가 높았고, 대회 성적 역시 대표팀 가운데서 가장 좋았다. 최지형은 5경기에 모두 출전하여 17타석 14타수 7안타(3홈런), 6타점, 타율 5할을 마크했다. 투수로서도 마운드에 등판, 김영현 다음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8과 2/3이닝)하며, 1승 무패 14탈삼진, 평균자책점 0.69를 마크했다. 역시 이닝 당 탈삼진 비율이 상당히 빼어났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대표팀 주장으로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되었던 셈이다.

그러나 정작 최지형은 야구장 밖에서 영락없는 중학교 1학년생의 모습으로 돌아오곤 했다. 인터뷰 도중 쑥쓰러움을 많이 탔는지, 목소리도 많이 떨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소년이 그라운드에만 나서면 180도 달라지니, 이 또한 참 신기한 일이다. 좋은 체격 조건을 바탕으로 장타력에서 빼어난 실력을 선보인 만큼, 중학교 진학 이후에 어떠한 방향으로 성장할지 궁금해지는 유망주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표팀에서 투-타를 넘나들며 활약한 선수는 이 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수호 역시 결정적인 순간에 제 역할을 다 했다. 특히, 1라운드 푸에르토리코전이 예상 외로 9회 연장전까지 가면서 투수 소모가 심해지자, 대표팀 지희수 감독도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꺼내 든 것이 2라운드 멕시코전 최수호 선발이었다. 그리고 최수호는 6이닝 완투쇼를 펼치면서 나머지 투수들 없이 경기를 마무리하는 데 1등 공신이 됐다. 타석에서도 전 경기 투입되면서 14타석 10타수 4안타 2타점, 타율 0.400을 마크했다. 한국리틀야구연맹의 박원준 사무처장은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실력이 오르고 있는 친구다. 그 성장 속도가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지는 유망주 중의 하나가 바로 (최)수호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찬 피칭만큼이나 당당하고 자신있는 모습을 보인 대표팀의 에이스 김영현 ⓒ스포츠니어스

그러나 이에 대해 정작 최수호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귀국 인터뷰에 나선 최수호는 "인터내셔널 우승을 차지했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 해서 아쉬운 것이 더 많다."라며, 다소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투-타 모두에 재능을 보여 둘 다 잘 하고 싶다는 최수호는 김현수를 롤모델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멕시코전에서 긴장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하자고 나선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만큼, 추후 그에 버금가는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스스로의 장기로 뽑은 것이 '아웃코스 빠른 볼'이라고 한 만큼, 제구력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투수로서의 성적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7이닝 1실점(무자책) 6탈삼진,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기 때문. 월드시리즈를 마지막으로 최수호는 소속학교인 매향중학교로 돌아가 2학기 때부터 학생 야구에 집중할 예정이다. 최수호는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리틀야구를 졸업하지만, 3살 터울의 동생(최영웅)은 여전히 수원 권선구 리틀야구단에 남아 형의 뒤를 잇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한편, 월드시리즈 첫 경기에서 결승타를 기록한 4번 타자 김기정은 대표팀의 유일한 안방마님으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범상치 않은 체격 조건은 4년 전 팀의 4번을 맡았던 최해찬(성남고)을 연상하게 할 정도. 덩치는 크지만, 개구쟁이같은 중학교 1학년생의 모습 또한 동시에 지닌 기대주이기도 했다. 필자를 보자마자 "기자님 맞으시죠? 팬입니다"라는 이야기에 되려 인터뷰를 요청한 본인이 당황했을 정도였다.

당찬 피칭만큼이나 당당하고 자신있는 모습을 보인 대표팀의 에이스 김영현 ⓒ스포츠니어스

미국에 다녀 온 기분을 묻는 질문에 김기정은 "어찌 보면, 내 인생에 다시는 경험해 볼 수 없던 일 아니었는가. 그래서 상당히 기분은 좋았다."라면서도 "하지만, 첫 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삼진을 당하다가 마지막 타석 때 집중력 있게 임한 것이 결승타로 이어졌다."라며, 1차전 승리 비결을 밝히기도 했다. 4번 타자라고는 해도 리틀야구니까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디고 생각한 결과였다. 포수 포지션에 대해 자신은 몇 점을 줄 수 있냐는, 다소 어려운 질문에는 "60점"이라는 꽤 적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더 많기 때문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포수로 계속 성장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월드시리즈 전 경기에 출장한 김기정은 17타석 14타수 5안타 3타점, 타율 0.357를 기록했다. 리틀야구를 마친 이후에는 성일중학교로 전학하여 야구를 계속 할 예정이다.

이들 넷은 이번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대표팀을 이끈 '별 중의 별'이다. 그러나 이들을 포함하여 14명의 선수들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했다는 사실까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이들은 기특하게도 13세 이하 '인터미디어트 리그'에도 참가할 마음이 있느냐는 질문에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학교에서 보내주시고, 감독님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다시 나설 수 있다."라며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향후 한국야구를 이끄는 어린 선수들의 앞날에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아울러 <스포츠니어스> 역시 한국야구의 미래를 짊어 질 이들의 장래를 꾸준히 지켜 볼 예정이다.

당찬 피칭만큼이나 당당하고 자신있는 모습을 보인 대표팀의 에이스 김영현 ⓒ스포츠니어스

eugenephil@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