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인천=홍인택 기자] 김보섭이 드디어 인천에서 데뷔골을 신고했다. 그리고 데뷔골의 기세를 몰아 팀의 세 번째 득점까지 올렸다. 김보섭은 두 골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김진야의 응원이 징크스가 될 것 같다"라고 말하며 "앞으로 경기 날 마다 김진야의 응원을 받아야 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인천유나이티드는 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27라운드 울산현대와의 경기에서 김보섭의 두 골에 힘입어 울산을 3-2로 꺾었다. 김보섭은 전반 39분 울산의 왼쪽 측면을 완전히 허물면서 놀라운 골로 데뷔골을 성공시켰다. 후반 22분에는 전진 패스가 끊기자 재차 공을 소유하며 박스 안쪽까지 침투했고 침착한 모습으로 팀의 쐐기골까지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팬들은 90분 내내 김보섭의 이름을 외쳤다. 경기를 마친 김보섭은 처음으로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김보섭은 약간 얼떨떨한 표정으로 "데뷔골과 멀티골로 팀이 승리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짧게 총평했다.

김보섭은 인천 유니폼을 입고 총 16경기에 출전했다. 이번 경기까지 합하면 17경기다. 측면 공격수였던 김보섭은 전투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안데르센 감독도 김보섭에 대해 "공격과 수비 가릴 것 없이 전투적으로 임하며 훈련도 잘 따라와 주는 좋은 선수"라고 칭찬했다. 다만 골이 없었다는 점이 안데르센 감독에게나 본인에게나 그동안 무거운 짐으로 남았다.

인천은 강등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강팀으로 분류되는 울산과 마주쳤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문선민과 무고사에게 상대 수비가 집중되는 순간 반대 측면도 헐거워졌다. 그 공간을 김보섭이 파고들었다. 아길라르의 패스, 그리고 사각지대에서의 골이었다. 이어 후반전에는 자신이 직접 해결하는 모습까지 나왔다. 그야말로 김보섭의 날이었다.

김보섭은 첫 번째 골에 대해 "중앙에 선수들이 없었다. 우리 골키퍼 (정)산이 형이 그럴 땐 천장을 보고 때리라고 했던 게 생각났다. 사각지대를 노렸고 그렇게 넣었다"라면서 "후배들과 저녁 운동 시간에 슈팅 연습을 많이 했던 게 도움이 된 것 같다"라면서 쑥스럽게 웃었다.

ⓒ 스포츠니어스

김보섭은 대표팀에서 전 경기 풀타임을 소화한 김진야와도 함께 대건고를 졸업하며 인천에서 데뷔한 절친한 친구 사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훌륭한 활약을 펼친 김진야긔 응원이 김보섭에게도 도움이 됐다. 김보섭은 "(김)진야와 나는 없어서는 안 되는 친구다. 진야가 이번에 대표팀에 가서 잘해줘서 친구로서 기분 좋게 생각한다"라면서 "진야가 오늘 경기 전에 잘하라고, 골도 넣으라고 응원해줬다. 앞으로 경기 날마다 진야에게 그 소리를 들어야겠다. 징크스로 남을 것 같다"라면서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밝게 얘기할 수 있지만 그동안 마음고생도 많았다. 인천에서 두 시즌 째 프로 경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공격수로서 골이 없었다는 점은 자신에게도 부담이었다. 김보섭은 골을 기록한 뒤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간절한 모습으로 기도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의 간절함이 그대로 드러났던 장면이었다. 김보섭은 "항상 경기 전에 골을 넣으면 춤을 추는 세리머니를 생각하고 들어갔었다"라면서 "그런데 골을 넣으니 부모님이 울고 계시더라. 부모님은 내게 격려도 많이 해주시고 많이 믿어주셨다. 부모님께 하트 세리머니를 했다. 또 같은 교회 형제들이 많이 기도도 해줬다. 내가 한 게 아니고 하나님이 해주신 것으로 믿고 그렇게 했다"라면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내는 모습이었다.

김보섭은 이어 "일단 데뷔골이 너무 안 터져서 처음에는 답답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형들이 조급해하지 말고 그냥 기다리면 된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라면서 "최근 선발로 출전하는 경기가 많았다.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골을 넣어서 기분이 좋다. 오늘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경기를 잘해서 공격 포인트와 경기력으로 보답하는 게 임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고참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들까지 우리를 다 잘 이끌어주고 말도 잘해주고 설명도 잘해준다. 감독님이 원하는 전술대로 잘 따라가는 것 같다"라고 전하며 "내 몫만 하자고 생각했다. 내가 나이가 어리니 팀은 내 나이에 맞게 뛰는 걸 원했을 거 같다. 정말 죽기 살기로 뛰자는 마음이 경기장에서 통했다"라면서 골과 함께 승리의 결과를 만끽했다.

다음 주면 김보섭의 친구 김진야도 팀에 합류한다. 대건고에서 키워낸 두 어린 선수들이 맹활약하면서 인천 팬들로서는 기분 좋은 결과를 함께 얻을 수 있었다. 김진야가 팀에 합류한 이후 인천은 수원, 경남, 포항 등 강팀을 상대로 계속 경기를 치러야 한다. 김진야와 김보섭 같은 어린 선수들이 팀에 불어 넣을 활기가 더 기대된다.

intaekd@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