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김판곤 위원장 ⓒ CIBS 유튜브 방송 캡쳐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한국 남자축구 U-23 대표팀이 손흥민, 황의조, 조현우와 함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지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이어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한일전으로 치러진 이번 결승전에서 승리하면서 우리 대표팀은 한일전 승리와 함께 대회 우승과 더불어 대표팀 선수들의 병역 혜택까지 얻은 게 많다.

이번 대회 결과를 지켜보는 시선에는 손흥민의 병역 혜택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는 현상을 부정하기 힘들다. 그러면서 팀을 이끌어야 하는 김학범 감독에게도 부담이 가중됐다. 김학범 감독은 세 명의 와일드카드를 뽑는 과정에서 비판과 비난에 시달렸다. 골키퍼로 와일드카드를 소진하는 건 낭비일 것이라는 시선과 황의조 선발에 '인맥' 논란까지 일었다.

그는 대표팀 선발 기자회견에서 이를 인식한 듯 이례적으로 포메이션까지 발표했으며 황의조와 조현우의 선발에 먼저 그 이유를 설명했다. 마치 '디펜스'를 하는 모습이었다.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했던가. 그는 공격적인 모습은 아니었지만 기자들에게 질문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그 기자회견을 보면서 최고의 방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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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감독, 김판곤 체제의 첫 단추

우리 대표팀은 원하는 결과를 냈다.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성공을 거뒀다. 경기가 끝나자 일제히 외신 기자들은 손흥민에게 달려들었다. 우승의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황의조를 조명했다. 논란을 일으켰던 황희찬의 두 번째 골에도 집중했다. 하루가 지나기 전 김학범 감독의 지도력을 조명하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성공에 가려 잊힌 사람이 있다면 단연 대한축구협회 김판곤 감독선임위원장일 것이다.

협회는 '히딩크 커넥션' 홍역을 치른 뒤 국민 비판 여론에 휩싸여 정몽규 회장의 주도로 조직을 개편했다. 가장 큰 변화가 감독선임위원회라는 조직의 탄생이었다. 그리고 그 개편된 조직의 장을 김판곤 전 홍콩 대표팀 감독에게 맡겼다. 김판곤 위원장은 선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국가대표팀에 대한 지원, 결과를 분석해 로드맵을 구성하는 역할이라고 이해했다. 기존 기술위원회의 역할에 더해져 감독 선임에 대한 권한이 생긴 것이라고 보시면 된다"라면서 자신의 역할을 언론에 설명했다.

이후 김 위원장의 첫 번째 가시적인 선택은 김학범 감독을 선임한 일이었다. 선임 과정에서 "프로팀 지도자 경력이 길다"라는 지적과 함께 "강한 캐릭터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라는 지적이 있었다. 김 위원장은 "김학범 감독이 해당 연령대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실제로 상당히 유연하셨다. 진정성을 봤다"라고 답하며 김학범 감독을 변호했다.

협회의 신뢰와 공정을 이야기했던 김판곤 위원장

김 위원장은 "시스템 인사로 뽑은 첫 지도자인데 만족스럽나"라는 질문에 "공정한 선발 과정은 대한축구협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라며 신뢰와 공정을 이야기했다. 이어 "(감독)후보들의 경기 영상을 보면서 각 후보를 평가했다. 이미지와 다르게 경기력이 안 좋았던 후보가 있었다. 반대로 이미지와 다르게 매력적인 경기를 펼치는 분도 있었다. 경기는 감독의 얼굴이다"라며 김학범 감독 선임에 대한 정당성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김학범 감독에게 도쿄올림픽까지 U-23 대표팀을 맡길 것이며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재평가하겠다. 김 감독은 이 평가를 피해가지 않겠다고 했다. 평가 기준은 결과와 과정"이라고 대답했다. 큰 변수가 없는 이상 김학범 체제는 도쿄올림픽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감독은 우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황의조와 조현우를 발탁했으며 그들을 신뢰하고 기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체력적 부담이 이어질 수 있는 측면 수비수들을 뽑을 때는 그들의 경기력과 함께 경기 일정을 고려해 체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김진야와 김문환은 피골이 상접해질 때까지 뛰었다. 그리고 김학범호는 금메달이라는 가장 중요한 결과를 얻어냈다.

다만 말레이시아전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말레이시아전에는 과감한 로테이션 기용으로 1-2 패배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우즈베키스탄전에는 수비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학범 감독은 치열한 접전을 펼쳤던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카메라 앞에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김학범 감독도 대표팀 감독의 짐은 무거웠다. 만약 이 경기에서 패배했다면 김학범 감독과 함께 김판곤 위원장의 명예에도 큰 상처가 났을 것이다.

그러나 김학범호는 위기를 극복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황희찬의 활동량은 인상적이었으며 결국 우즈베키스탄전 승부를 가른 페널티킥 골과 함께 일본전에서 팀이 달아날 수 있는 골을 기록했다. 황희찬을 향한 믿음을 보여준 것도 김학범 감독이었다. 그렇게 금메달과 우승이라는 결과를 얻어냈다. 김판곤 위원장은 훌륭한 대회를 치른 김학범호와 함께 협회를 향한 신뢰 회복이라는 제2의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점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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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곤 체제가 기억해야 할 것

김판곤 위원장이 따로 김 감독에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김 감독은 말레이시아전과 우즈베키스탄전의 위기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대회 과정 중에서 한두 차례의 실수를 경험했지만 실수를 극복하는 과정까지 함께했다. 대표팀을 이끌며 단기 토너먼트에서 훌륭한 결과를 얻어낸 이 경험은 매우 귀하다. 김판곤 체제의 감독선임위는 이 경험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 선임위는 이미 신태용 감독 유임을 포기하고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신태용호의 스웨덴전을 혹평한 결과가 있었다.

김 위원장의 첫 단추는 성공적이다. 김학범 감독을 선임한 감독선임위의 공로가 분명하다. 이와 함께 김학범호가 그들에게 성공을 가져다줬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다. 김학범호는 한두 차례 실수와 아쉬운 선택이 있었음에도 결국 위기를 극복하고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 김 감독은 "말레이시아전에서도 선수들을 격려했는데 우즈베키스탄전 이후로는 선수들을 혼냈다"라면서 마음 아파했다. 경기 중에도, 대회 중에도 분위기를 반전할 기회는 있다. 김판곤 체제는 이번 금메달이라는 결과를 통해 이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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