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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안양=조성룡 기자] "너 빨리 나가."

싫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이보다 더 훌륭한 응원이 없다. 1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FC안양과 아산무궁화의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아산 박동혁 감독은 황인범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현재 황인범은 아산에 없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표팀에 차출되어 있다. 그는 대망의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결승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날 화두는 황인범이었다. 박 감독은 "얼마 전에 연락이 왔다"면서 "국가대표 명단 발표 후 (황)인범이가 전화를 했다. '감독님 덕분에 대표팀에 갔다. 고맙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에게 '빨리 와서 빨리 나가라'고 말했다"라고 소개했다. 금메달을 따 조기 전역으로 빨리 팀을 떠나라는 뜻이다.

하지만 100% 진심은 아니다. 황인범은 아산의 중요한 전력이다. 그가 조기 전역으로 빠진다면 아산의 입장에서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박 감독 역시 "물론 황인범이 전역을 안하고 그대로 있으면 좋다. 하지만 그것은 황인범의 선택이다. 존중해야 한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황인범이 '빨리 나가라'고 하자 '다시 가서 열심히 해야죠'라고 답했다. 나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 감독은 황인범의 아시안게임 경기를 자주 챙겨봤다. "참 성실하고 착한 선수다. 많은 활동량으로 열심히 뛴다"라고 그는 칭찬으로 입을 열었지만 곧바로 "그런데 소속팀에서 뛸 때보다 대표팀에 가서 더욱 많이 뛰더라. 이건 황인범이 복귀하면 이야기좀 해야할 것 같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는 제자의 모습에 뿌듯한 표정이었다.

최근 아산은 벤투 감독이 발표한 국가대표팀 명단에 주세종과 황인범 두 명이 승선하기도 했다. 이명주는 예비 엔트리에 포함됐다. "K리그 최강 전북현대도 두 명이 들어갔는데 우리도 두 명이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낸 박 감독은 "최근 선수들의 의지가 대단하다. 원정 선수단 명단을 꾸리는데도 쉽지 않다. 명단에 빠지면 선수들이 많이 아쉬워한다. 그만큼 열심히 하고 동기부여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며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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