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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안양=조성룡 기자] "아 진짜 좋은데… 좋긴 한데…"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표팀이 아시안게임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1일 밤(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이승우와 황희찬의 연속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인해 남자축구 대표팀은 병역 혜택을 받는다. 이는 복무 중인 선수도 마찬가지다. 조기전역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아산무궁화 황인범이 그 대상이다. 2017년 12월 입대한 황인범은 아직 군 생활이 한참 남아있다. 물론 그가 조기전역 대신 잔류를 선언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핸드볼에서 금메달을 딴 이창우는 만기 전역을 선택했다. 물론 당시 그는 전역이 3개월 남은 '말년'이었다.

아산은 황인범의 금메달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박동혁 감독도 "빨리 돌아와서 빨리 나가라"는 덕담 아닌 덕담을 할 정도다. 물론 그가 전역한다면 전력 공백은 불가피하다. 관계자들도 "남아주면 우리는 좋다"고 농담하면서도 그가 전역할 경우 기쁘게 보내주겠다는 반응이다. "은메달 따고 오라"던 동료 선수들도 축하해주고 있다.

황인범 금메달 획득이 마냥 기쁘지 않은 한 사람

그런데 마냥 웃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군경 팀이라는 특성 상 소속 선수들은 평소 일반 부대와 비슷한 내무 생활을 한다. 황인범도 그동안 부대 내에서 자신의 역할이 있었다. 그런데 황인범이 전역한다면? 방법은 두 가지다. 새로운 인원을 충원하거나 다른 선수가 그 역할을 떠맡는다. 문제는 아산의 선수 충원은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인원만 뽑는다. 당장 새로운 선수를 선발할 수 없다. 결국 다른 선수의 희생이 필요하다.

그 선수는 누굴까? 먼저 아산의 '말년 고참' 박주원 골키퍼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글쎄요… 그래도 우리 팀은 돌아가면서 담당 구역 청소나 역할을 맡기 때문에 크게 문제 없을걸요? 한 번 다른 고참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네요." 역시 전역 한 달 가량 남은 고참의 여유다. 어차피 황인범이 떠나도 그에게 무언가 할 일이 늘어날 일은 없다.

그 때 한 선수가 기자와 박주원 사이를 지나갔다. 안현범이었다. 안현범은 황인범과 같은 기수다. 그러면 '희생양'이 누군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혹시 황인범이 전역하면 부대에서 하던 일은 누가 맡게 되나요?" 그러자 안현범의 똘망똘망한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잠시 물끄러미 기자를 바라보던 안현범은 살짝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접니다."

막내를 떠나보내게 생긴 막내의 안타까움

안현범은 무엇보다 정신적 동지가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안타까워 보였다. 안현범과 황인범은 아산의 막내 기수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어리다. 원래 온갖 잡일은 가장 계급이 낮은 군인이 하고 그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향하는 법이다. 둘은 아산의 잡일 담당이었다. 그런데 한 명이 떠난다.

ⓒ 아산 무궁화 제공

황인범이 조기 전역을 선택한다면 막내에게 주어졌던 모든 임무는 오롯이 안현범의 몫이 된다. 일단 훈련일지 작성부터 혼자 해야한다. "엄청 많은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죠." 안현범은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자꾸 말 끝마다 탄식을 붙였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의 기분이 충분히 이해됐다. 군 동기가 전출을 가도 괜히 섭섭하다. 그런데 전출도 아니고 전역이다. 복잡미묘할 것이다.

그렇다고 안현범이 황인범의 금메달 획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동기의 금메달 획득에 그는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앞날을 생각하면 깜깜할 뿐이다. "인범이가 금메달 딴 것은 정말 좋아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축하해주고 싶어요. 근데, 근데… 하.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모두가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금메달 획득을 축하하는 가운데 안현범 만큼은 마음껏 웃으며 축하해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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