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강원FC 조태룡 대표이사가 입을 열었다.

그는 31일 내놓은 공식 입장을 통해 "논란이 불거진데 대해서는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제는 내 입장을 밝힐 때가 됐다. <스포츠니어스>를 고소한 상황이며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 그리고 개인에 대한 의혹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시비가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 더 이상 시‧도민구단에 대한 갑질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단호히 대처하겠다"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시‧도민구단협의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7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했던 말이다. 그는 "K리그 문제아 취급을 받는 시도민구단의 애로를 논의·전달하고 K리그에 활기를 불러일으키고자 시‧도민구단협의회의 결성을 추진해 왔다"면서 "시‧도민구단들이 적극적으로 힘을 합쳐 더 이상 ‘돈 먹는 하마’가 아닌 지역 고용창출과 문화·관광의 첨병 역할을 할 수 있게 해보자는 취지였다"라고 말했다.

<스포츠니어스>는 처음으로 조 대표가 시‧도민구단협의회를 언급한 7월부터 해당 협의체에 대한 추적에 나섰다. 그리고 그 실체에 어느 정도 접근하는데 성공했다. 거창하게 '시‧도민구단협의회'라는 이름을 붙인 것과 달리 소모임 수준에 불과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논의된 시‧도민구단협의회

시‧도민구단협의회가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였다. 조 대표가 밝힌 대로 이를 주도한 것은 그 자신이었다. 하지만 모든 시‧도민구단이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시‧도민구단이 조 대표의 뜻에 반대해서가 아니었다. 조 대표가 일부 시‧도민구단의 단장 또는 대표이사들에게만 참여를 권유한 것이다. 주로 조 대표와 친분이 있거나 연맹, 또는 협회에 강하게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구단이 대상이었다.

첫 번째 모임에 참여한 구단은 약 3개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K리그를 통틀어 시‧도민구단이 11개(군경 팀 제외)인 것을 감안한다면 절반도 참여하지 않은 셈이다. 일부에서는 "시‧도민구단협의회를 만들 거라면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모든 시‧도민구단이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모든 시‧도민구단이 참여하지 않는 협의회는 상징성이 약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일부 시‧도민구단은 협의회 창립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매달 정기적인 모임이 있는데 굳이 시‧도민구단만 따로 협의체를 만들 이유가 아직은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K리그의 단장과 대표이사는 매달 모임을 개최한다. K리그1과 K리그2가 따로 만난다. 여기서 친목을 도모하기도 하고 리그 발전을 위한 주요 의제들을 논의한다. 그렇기에 굳이 시‧도민구단이 따로 만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미디어데이 때만 만나는 것이 아니다. K리그1과 K리그2는 자주 모임을 갖는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비위 행위 드러나자 급속도로 재추진

이후 시‧도민구단협의회는 다시 한 번 모임을 추진했다. 조 대표의 비위 행위가 <스포츠니어스>의 보도로 드러나고 연맹이 이와 관련된 질의서를 보낼 때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비교적 많은 구단에 참여를 권유했다. 본격적으로 시‧도민구단을 중심으로 세력 형성을 시도한 셈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모든 시‧도민구단이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안산그리너스 박공원 前 단장은 "시‧도민구단협의회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만 나에게 직접 참여 권유 등의 연락이 온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참여할 이유가 없었다"라고 잘라 말했다. 다른 단장들 역시 서로 의견 교환을 한 뒤 상당수가 "모두가 참여하는 게 아니라면 참여하지 않겠다"라는 의견을 보였다.

매번 조 대표는 자신의 비위 행위에 대한 입장을 밝힐 때 "시‧도민구단협의회를 통해 프로축구연맹의 지배 구조를 바꾸고 K리그에 활기를 불러일으키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시‧도민구단협의회는 반쪽짜리도 되지 않는 '소모임'에 불과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도민구단은 조 대표의 비위 행위에 동조하거나 방관하는 프레임이 씌워질 수 밖에 없다. 억울한 욕을 먹게 되는 셈이다.

"자기 일부터 제대로 하라"는 시‧도민구단의 목소리

물론 시‧도민구단이 시‧도민구단협의회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시‧도민구단은 개선해야 할 것이 많다. 따라서 시‧도민구단의 발전을 위해 협의체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문제는 협의체의 주체다. 비위 행위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조 대표가 이를 주도한다는 것에 대해 많은 시‧도민구단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시‧도민구단 고위 관계자는 시‧도민구단협의회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시‧도민구단협의회가 만들어지는 것은 좋다. 하지만 조 대표가 자기 일부터 잘해야 한다. 비위 행위가 속시원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도민구단협의회를 만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먼저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문제에 대해 해명하고 책임을 져야한다. 시‧도민구단협의회는 그 다음이다."

미디어데이 때만 만나는 것이 아니다. K리그1과 K리그2는 자주 모임을 갖는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조 대표를 향해 황당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금도 K리그 시‧도민구단 단장이나 대표이사는 정말 고생하고 있다. 구단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연봉을 동결하거나 급한 운영비 충당을 위해 자신의 사재를 털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서 조 대표는 인센티브까지 챙겨가며 자신의 배를 불리고 있었다. 물론 조 대표가 영업을 잘해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인센티브를 받는다면 절대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그래서 인센티브를 받았나? 당장은 풍족해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프로축구 산업의 생태계를 죽이는 행위다."

한 관계자는 시‧도민구단협의회에 대해 "연맹이 조 대표의 비위 행위를 적극적으로 조사하려고 나서자 더욱 강하게 추진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 대표가 연맹에 대항하기 위한 반대 세력을 결성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일부 시‧도민구단은 "시‧도민구단과 K리그는 같이 가야 할 운명이지 편 가르기 대상이 아니다. 건설적인 토론과 비판을 통해 발전해야지 세력 싸움을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태룡의 '오버', 활동정지는 그를 위한 것이 아니다

조 대표는 특히 연맹을 겨냥하며 "시‧도민구단협의회를 추진한 것, 그리고 여러가지 제안에 대해 연맹은 기득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연맹 스스로가 제재가 어렵다고 생각했던지 최근 7월 23일에 이사회에서는 수사기관에서도 조사 중인 사안인 경우에도 활동정지를 명할 수 있는 규정까지 새로 신설했다"라고 주장했다. 연맹 이사회는 이와 함께 조 대표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연맹은 그의 주장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활동정지 규정이 조 대표를 향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연맹 관계자는 "수 개월 전부터 활동정지 규정은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KBO리그의 선례를 통해 활동정지 규정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KBO리그에서 선수 두 명의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그 때 KBO에서는 두 선수를 활동정지 시켰다. 정식 징계 논의도 아직 없을 때였고 경찰도 조사에 막 들어갔을 때다. K리그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 때부터 준비해 만든 것이 활동정지 규정이다"라고 항변했다.

미디어데이 때만 만나는 것이 아니다. K리그1과 K리그2는 자주 모임을 갖는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게다가 당시 이사회 내부 사정을 알고 있던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조 대표에 대한 조사를 촉구한 것은 '기득권'으로 대표되는 구단 소속 이사가 아닌 외부에서 온 이사였다. 그들은 연맹 규정 상 공모 등을 통한 비경기인(학계, 언론계, 법조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히려 K리그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사외이사들이 조 대표의 비위 행위를 엄중한 사안으로 보고 철저히 조사할 것을 주장했다.

자기 살겠다고 K리그 공멸 노리나?

조 대표는 지금 사면초가인 것으로 보인다. 자신에 대한 사퇴 압박은 점점 거세지고 있고 "자정 능력에 맡기겠다"는 강원도는 입장을 바꿔 특별 검사반을 구성했다. 연맹은 그를 상벌위원회 검토 대상에 포함시켰다. <스포츠니어스>를 고소했지만 오히려 더 많은 의혹 보도를 내놓고 있다. 시‧도민구단협의회를 꺼내면서 자신을 기득권의 희생양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취재 결과 시‧도민구단은 조 대표의 뜻에 대부분 동참하지 않았다.

그는 항상 입장을 밝힐 때 "책임이 인정된다면 강원 대표직을 사임하겠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말 뿐이다. 이미 강원도에서는 조 대표의 비위 사실을 확인했다. 단지 "자정 능력에 맡기겠다"고 했을 뿐이다. 자정 능력에 맡긴다고 확인된 비위 사실이 없어지지 않는다. 물론 그는 "사임하겠다"는 말 앞에 무언가 조건을 붙였다. 비위 행위가 구단 운영에 심각한 운영을 초래한다면, 자신의 법적인 책임이 인정된다면.

지금 조 대표는 K리그의 구성원들을 끌어들여 비판을 면하려고 한다. 시‧도민구단협의회라는 반쪽짜리 소모임을 통해서 시‧도민구단이 자신의 편이라는 프레임을 씌웠고 "연맹이 갑질한다"는 주장으로 팬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비위 행위에 대처하려는 연맹을 비난하고 있다. 이는 K리그 전체를 공멸하게 만드려는 시도로 보일 수 밖에 없다.

답은 하나다. 사퇴다. 여전히 조 대표는 자신의 비위 행위가 얼마나 심각한 사안인지 모르고 있다. 교묘하게 뒤에 숨어서 죄 없는 시‧도민구단과 연맹, <스포츠니어스>를 방패막이로 삼으려고 한다. 하지만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릴 수는 없다. 결국 진실은 드러난다. 자신에게 희생 당한 인턴들의 절규가 이제 와서 드러났을 뿐이다. 진실은 분명히 밝혀지고 죗값은 치를 수 밖에 없다. 반성 대신 변명으로 가득한 그의 입장문은 씁쓸하고 안쓰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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