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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안양=조성룡 기자] 27일 안양의 경기장은 오후 6시부터 조금씩 시끄러웠다. 이날 경기는 오후 7시 30분 킥오프였다. 비교적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은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시안게임 때문이었다. 6시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가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비록 K리그와는 큰 상관이 없는 경기였지만 축구팬이라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광주 박진섭 감독 또한 경기 전 스마트폰을 통해 아시안게임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날 우즈벡전에서는 박 감독의 제자 나상호가 선발로 출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 감독은 "나상호가 아니라 대표팀을 보고 있었다"면서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우즈베키스탄이 상당히 잘한다. 역시 오랜 기간 동안 조직력을 다져온 팀이라 다르다." 그 시각 대한민국이 앞서고 있었지만 박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관계자들이 주로 앉아있는 미디어석에서도 아시안게임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TV가 없었다. 주로 노트북을 통해 포털 사이트 중계를 보던 사람들에게 포털 생중계가 없다는 것은 낯선 순간이었다. 심판평가관과 최진철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 또한 그랬다. 그 와중에 황의조가 두 번째 골을 넣었다. 기자가 "황의조가 또 골을 넣었다"고 전하니 두 사람의 시선은 일제히 기자에게 향했다.

그런데 스코어와 남은 시간을 묻던 최 위원장이 짐짓 자리를 고쳐 앉으며 일침을 던졌다. "자 우리 프로 경기 왔으니 프로 경기에 집중합시다." 그의 한 마디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반성하는 의미로 "조용히 하겠습니다"라고 답하자 그는 다급하게 말했다. "아니 스코어는 그냥 알려줘도 돼…" 그러더니 조용히 기자에게 물었다. "어떻게 보는 거야?"

사실 오후 7시 30분 킥오프기 때문에 K리그2 경기와 아시안게임 경기가 크게 겹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8강전이 연장전을 가는 바람에 두 경기가 동시에 열리는 시간은 점점 길어졌다. 그 덕분에 관계자들 또한 정신이 없었다.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관중석에 앉아있던 고등학생들도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보고 있었다. K리그2 경기와 상관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탄성이 터져나오면 모두가 움찔하며 슬쩍 중계로 눈을 돌리곤 했다. 그러다보니 점점 흰색 유니폼을 입은 광주와 우즈베키스탄이 혼동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황의조가 결정적인 찬스를 한 차례 놓쳤다. 모두가 아쉬워했다. 특히 "프로 경기에 집중하자"던 최 위원장이 제일 아쉬워하고 있었다. 농담 삼아 "위원장님, 프로 경기에 집중하셔야죠"라고 말을 건네자 그는 짐짓 딴청을 부렸다. "나는 저기 반칙 상황에서 놀라서 그랬던 거야." 옆에 함께 앉아있던 관계자도 연기(?)에 동참했다. "키킹이네, 키킹이야."

결국 아시안게임 경기는 승부차기까지 가지 않고 황희찬의 결승 페널티킥 골에 힘입어 대한민국이 승리했다. 그 때서야 관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K리그2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그 때까지 안양과 광주는 득점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었다. 배려 아닌 배려일 수 있었지만 그렇게 두 팀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골을 넣지 못했다. 이날 안양과 광주의 골 운은 죄다 인도네시아로 향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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