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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안양=조성룡 기자] 광주FC 박진섭 감독은 퇴장을 통해 배운 것이 많았다.

27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FC안양과 광주FC의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광주 박진섭 감독은 라커룸에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날 박 감독은 벤치에 앉을 수 없다. 지난 8월 13일 아산무궁화의 경기에서 퇴장을 당한 박 감독은 징계를 받았다. 이번 안양과의 경기에서도 징계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퇴장에 대해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내자 오히려 그는 웃었다. 당시 박 감독은 친구 박동혁 감독과의 맞대결에서 퇴장을 당했다. "당시 경기 분위기가 상당히 뜨거웠다"라고 회상한 그는 "나도 박동혁도 흥분했던 것 같다. 둘 중 한 명은 퇴장 당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퇴장 당했다. 아쉬움이 있어도 내가 잘못해서 퇴장 당한 것이니 어쩔 수 없다"라고 말했다.

감독 커리어 첫 퇴장이다. 하지만 박 감독은 생각보다 담담했다. "퇴장 당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사전 준비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었다. 그는 "평소에 경기 준비는 훈련장에서 다 끝낸다. 그래서 막상 경기에서는 내가 무언가를 크게 지시할 일이 없다. 그래서 퇴장을 당하더라도 별 문제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신 박 감독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다른 시각에서 축구를 보기 시작했다"면서 "벤치에서는 주로 장면 위주로 축구를 봤다. 하지만 관중석 위로 올라가니 축구가 넓게 보이기 시작했다. 흐름 위주로 보인다. 그런데 좋은 것보다 아쉬운 것이 더 보이더라. 수비 조직력에서 허점이 관중석으로 올라가니 보인다"고 말한 뒤 웃었다.

또 하나의 소득은 '관중'이었다. 퇴장 이후 그는 주로 관중들이 없으면서 축구가 그나마 잘 보이는 곳에 자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관중들의 이야기는 들을 수 밖에 없다. "심판 욕이나 선수 평가, 경기력 등에 대한 이야기가 들릴 수 밖에 없었다"라고 말한 그는 "많은 것을 느꼈다. 예전보다 관중들의 축구 보는 눈이 상당히 높아졌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박 감독의 퇴장 이후 광주는 서울이랜드와 2-2 무승부를 거뒀다. 그리고 이번 안양전에 임한다. 마지막으로 "선수 시절에는 퇴장 당하면 나를 대신할 사람은 없지만 감독은 퇴장 당하면 대체할 사람이 없더라"고 말한 그는 "물론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감독의 영향력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선수단이 동요할 수 있겠더라. 좋은 경험이지만 해서는 안되는 경험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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