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후 만난 신화용의 모습.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수원=김현회 기자] 수원삼성 골키퍼 신화용이 오랜 만에 빛났다. 신화용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삼성과 경남FC의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경기에서 팀을 구해냈다. 이 경기에서 신화용은 팀이 0-0으로 비긴 후반 13분 네게바의 페널티킥을 막아냈고 팀은 곽광선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따냈다.

수원삼성에도 대단히 값진 승리였다. 지난 전남전 4-6 참패 이후 제주 원정을 떠난 수원삼성은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경기도 치르지 못하고 돌아왔다. 3연패의 좋지 않은 분위기를 끊지 못한 채 이번 경기를 준비했다. 팬들은 부진에 빠진 팀의 응원을 거부했고 서정원 감독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분위기가 최악으로 흘러가던 상황에서 거둔 의미 있는 승리였다.

팀뿐 아니라 신화용에게도 의미 있는 승리였다. 지난 5월 20일 포항과의 경기 이후 무려 98일 만에 K리그1에 출전했기 때문이다. 신화용은 팀의 주전 수문장이었지만 최근 부상으로 팀에 보탬을 주지 못했다. 그 사이 골문을 지킨 노동건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흔들렸고 수원도 위태로운 상황을 맞이했다.

신화용은 전남과의 지난 경기에서 6실점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팀을 이끌어야 하는 베테랑이면서 주전 골키퍼였던 그로서는 이 상황이 괴로웠다. 그는 “참담했다”면서 “공격에서 네 골을 넣었는데 여섯 골을 먹고 졌다. 전체적인 균형이 좋지 않았다. 조직력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약속된 플레이를 해야 했는데 경기장 밖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며 답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스무 살 때부터 허리 디스크로 고생했다. 디스크 파열로 군 면제를 받을 정도로 허리가 좋지 않았다. 신화용은 “어릴 때부터 허리가 아팠다”면서 “정상적으로 허리에 힘을 가할 수 없어 불편할 때가 많다. 이럴 때면 경기에 나가기가 어렵다”고 했다. 여기에 올 시즌에는 허리 뿐 아니라 꼬리뼈도 다쳐 힘을 줄 수가 없었다. 신화용은 “꼬리뼈가 아파 다이빙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손목도 다쳤다. “나이가 먹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문제는 아니었으면 한다”고 웃었다. 그의 몸은 성한 곳이 없다.

신화용은 수원의 듬직한 수문장의 모습을 보여줬다. ⓒ프로축구연맹

하지만 경남전에서 부상을 안고 뛴 신화용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그가 페널티킥을 막지 못했다면 팀은 급격한 위기를 겪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신화용 덕분에 가능한 승리였다. 서정원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줄곧 신화용을 칭찬했다. 서정원 감독은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음에도 신화용이 출전 의지가 강했다”면서 “이런 베테랑이 팀을 잘 잡아줐다”고 평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신화용은 네게바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순간의 비화를 들려줬다. 신화용은 “페널티킥이 선언된 뒤 다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이없게 페널티킥을 내줬다. 우리 팀에서 이런 일은 종종 벌어진다. 하지만 일단은 막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곧바로 우리 동료들 10명 모두에게 ‘네게바가 페널티킥 차는 방향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신화용은 “K리그에서 페널티킥을 자주 차는 키커들의 킥 방향은 어느 정도 아는 편”이라면서 “하지만 네게바가 페널티킥을 차는 걸 본 기억은 없다. 그래서 우리 동료들 모두에게 물어봤다. 페널티킥이 선언된 뒤 무리지어 있던 우리 선수들 4~5명에게 물어봤는데 아무도 모르더라. 그래서 따로 떨어져 있는 선수들에게도 물어봤는데 마찬가지로 아무도 네게바의 페널티킥 방향을 몰랐다”고 말했다.

결국 신화용은 직감을 믿기로 했다. 그는 “선수가 페널티킥을 찰 때는 골키퍼에게 느낌이란 게 있다”면서 “키커는 차는 시늉을 하며 보통 그 반대 방향으로 페널티킥을 하는데 나도 그 순간 네게바가 그런 식으로 페널티킥을 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예측이 적중했다”고 선방 당시를 회상했다. 신화용의 페널티킥 선방 이후 흐름을 탄 수원은 곽광선이 득점을 뽑아내며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신화용과 수원삼성 모두에 대단히 의미 있는 승리였다.

신화용은 “오랜 시간 경기에 나가지 못했다. 경기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면서 “나가서 뭔가를 하지 않으면 팀이 계속 가라앉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이기고 싶었다. 차라리 경기장에 나가서 지면 아쉬움이 덜할 텐데 그러지도 못하고 경기에서 패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해 너무 답답했다. 다행히 복귀할 수 있을 정도의 부상이라 다행”이라고 말했다.

신화용은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진 않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경기에 나가길 원한다. 그는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 출전이 하나의 변수가 되고 싶었다. 다가올 전북과의 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도 내가 변수가 되 보려고 한다. 완벽한 몸 상태까지 기다리려면 오래 걸린다. 완벽하진 않지만 잘 조절해서 요령껏 잘 해나겠다. 나도 K리그에서 300경기 이상을 뛰어 봤으니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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