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삼성 수비수 곽광선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수원=홍인택 기자] 곽광선은 승리를 부른 결승골을 기록했지만 마냥 기뻐하지는 않았다. 최근의 경기력과 팬들의 응원 보이콧에 "우리도 힘든데 팬들은 더 힘 들 것"이라면서 "받아들여야 한다. 좋은 경기를 이어가면 팬들이 다시 힘을 실어줄 것이다"라며 강조했다.

곽광선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26라운드 경남FC의 골문을 향해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슛을 골로 기록하며 팀의 1-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중원 싸움이 치열했고 수차례 찾아왔던 득점 기회에서 두 팀 모두 골이 나오지 않을 때 터져 나온 시원한 골이었다.

팀의 결승골을 기록한 곽광선은 경기 후에도 침착한 모습이었다. 그는 "3연패를 끊고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긴 것에 만족한다"라면서도 "수비로서 최근 좋지 않은 모습을 많이 보였다. 오늘 무실점으로 이긴 경기를 다시 되새기면서 다음 AFC챔피언스리그 8강전도 무실점으로 승리하겠다"라며 크게 들뜨지 않은 모습이었다.

경남의 중원 빌드업 과정을 방해한 판단력이 좋았다. 경남의 패스가 불안정할 때부터 곽광선의 머릿속에는 슈팅까지 그려져 있었다. 곽광선은 "공을 차단하는 순간, 치고 갈 때부터 무조건 슈팅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자신 있게 때렸던 게 수비를 살짝 맞고 굴절됐다. 운이 좋게 들어간 것 같다"라며 골 장면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차분한 모습을 보인 이유는 팀 분위기에 반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원은 득점보다도 실점으로 인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곽광선은 수비수이기에 책임감과 부담감도 느꼈다. 지난 전남드래곤즈 원정에서는 4-6으로 대패를 당해 충격에 휩싸였다. 곽광선은 이 경기를 운동장 밖에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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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광선은 "전남전을 보며 안에 들어가서 뛰고 싶은 심정이었다"라고 설명하면서 "지금도 많이 힘들다. 우리도 많이 힘든데 팬들은 더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동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것도 아니고 경기에서 이긴 것도 아니었다. 우리가 했던 경기니까 팬들이 응원하지 않은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좋은 경기하고 이기다 보면 팬들이 우리에게 힘을 실어줄 거라고 생각한다"라면서 그동안의 어려움을 토로함과 동시에 발전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전체적으로 담담한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그의 골이 그에게 중요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곽광선은 골을 터뜨린 뒤 곧바로 오른손 엄지를 입에 물었다. 이어 공을 유니폼 안에 집어넣었다. 그는 "아내가 셋째를 임신 중이다. 딸이 둘 있었는데 셋째는 아들이라고 한다. 딸들도 동생이 생긴다니까 좋아하더라. 빨리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출산 예정이다. 다행히 출산 전에 골을 넣어서 세리머니도 할 수 있었다"라면서 기쁜 마음도 함께 표현했다.

그는 이제 가장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다. AFC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전북현대를 만난다. 수원은 최근 전북에 승리한 기억이 없다. 1차전을 전주에서 하는 만큼 그가 전북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낸다면 2차전이 유리해질 수 있다.

곽광선은 "(신)화용이 형이 복귀하는 시점에서 무실점 경기가 나왔다는 게 우리로서는 상당히 큰 힘이다. 페널티킥도 막아주면서 수비수를 비롯해 전체 선수들에게 힘이 됐다. 우리는 진짜 전북을 이기고 싶다. 준비 기간은 며칠 안 되지만 3일 사이에 준비 잘해서 다시 실패하는 일이 없도록 열심히 할 것"이라며 전북을 상대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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