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대표팀 코치 선임’ 수원삼성은 누가 위로해 주나?

김영민 안양
김영민 코치는 FC안양과 수원삼성을 거쳐 대표팀 코치로 발탁됐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늘 경기장에서 만나면 선한 인상으로 먼저 웃으며 인사하는 지도자가 있다. 김영민 코치다. 소위 말해 ‘간지’나는 수염을 자랑하는 그는 외모부터가 다소 파격적이다. 지금껏 보아온 지도자들과는 뭔가 다르다. 김영민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가까운 사람들은 그를 ‘마이클’이라고 부른다. 그의 영어 이름은 ‘마이클김’이다. 2010년 제주유나이티드에서 처음 만난 이 ‘마이클김’은 이후 대전시티즌을 거쳐 중국으로 넘어갔다가 2017년 말 FC안양 전략코치로 임명됐다. 김영민 코치는 올 시즌 FC안양 수석코치로 활동했다.

헤어진 남자가 다음 주에 돌아왔다
김영민 코치는 괜찮은 지도자다. 내가 지켜본 그는 권위적인 일부 지도자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을 가 1991년부터 1996년까지 캐나다의 청소년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됐던 그는 사실 선수로서는 이렇다 할 빛을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도자로 변신해서 보여준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의 코치로서 유소년 발전 전략 담당, AFC/KFA 코칭 라이센스 담당 등으로 활동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대표팀 코치와 전력분석관으로 일하기도 했고 2009 나이지리아 FIFA U17 월드컵에 참여해 대한민국 U-17 대표팀의 8강 진출에도 일조했다. 능력 있는 지도자다.

나는 올 시즌 김영민 코치를 안양에서 주로 만났다. FC안양 트레이닝복을 입고 선수들을 지휘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선수들 중 그의 지도 방식과 스타일에 이견을 보이는 이를 지금껏 본적이 없을 정도로 김영민 코치는 총애를 받는 지도자였다. 그런데 지난달 초 갑작스레 김영민 수석코치가 팀을 떠난다는 소식을 접했다. FC안양 측에서는 SNS에 김영민 수석코치를 향한 고마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능력 있는 지도자가 갑작스레 팀을 떠나게 된 점은 아쉬웠지만 언젠간 다시 그를 경기장에서 마주할 수 있길 바랐다. 김영민 수석코치는 이렇게 정든 FC안양을 약 1년 6개월 만에 떠나게 됐다.

그런데 조금은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바로 그 다음 주 수원월드컵경기장에 가니 김영민 수석코치, 아니 김영민 스카우트가 있었다. FC안양을 퇴사하면서 그가 가기로 한 곳이 미리 정해져 있었고 그 곳은 바로 수원삼성이었다. 그의 새로운 직책은 수원삼성 스카우트 팀장이었다. 이미 한국 축구계에서 인맥과 학연 없이도 능력만 있으면 좋은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그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자리였다. 수원삼성으로 이적한 뒤 첫 경기를 마친 뒤 그와 잠깐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안양에서 마주했던 그는 일주일 사이에 많은 게 변해있었다.

김영민 안양
김영민 안양 수석코치는 최근 수원삼성 스카우트 팀장으로 옮겼다. ⓒFC안양

김영민 팀장 영입에 기대 걸었던 수원삼성
“2부리그에서 1부리그 팀으로 오셨으니 더 잘 풀리신 거네요. 축하드려요”라고 하자 김영민 스카우트는 “애들이 잘 해야죠 뭐”라며 쿨하게 반응했다. 뭐 이런 저런 축하 메시지와 인사를 전한 뒤 “앞으로 수원경기장에서 자주 보자”고 악수를 한 뒤 헤어졌다. 제주 시절부터 대전, 안양을 거쳐 수원으로 옮기는 모든 과정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김영민 스카우트 팀장은 늘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하고 듬직하게 일한다는 신뢰가 있다. 나같은 사람의 영문 이름이 ‘마이클’이면 신뢰도가 팍 떨어졌을 텐데 김영민 스카우트 팀장은 ‘마이클’이라는 미국 이름도 뭔가 잘 어울리고 멋지다. 속된 말로 ‘간지’가 흐르는 지도자다.

수원삼성이 시즌 도중 김영민 팀장을 데려올 정도로 급박했던 것도 이유가 있었다. 고종수 스카우트가 대전시티즌 감독으로 떠난 이후 전력 강화 파트가 한 동안 흔들렸던 수원삼성은 김영민 팀장을 영입해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 고종수 감독이 대전으로 떠난 뒤 이 자리는 오랜 시간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김영민 팀장 영입은 수원삼성의 의지를 나타내는 영입이었다. 사리치와 한의권 등의 영입이 주목받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김영민 팀장의 합류도 돋보였다. 한국 축구를 한 순간에 바꿀 만한 대단한 사람은 아니어도 김영민 팀장 정도라면 맡은 임무를 충실히 해줄 만한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김영민 팀장이 시즌 도중 FC안양에서 수원삼성으로 이적한 건 나에게는 한의권 영입 만큼이나 신선한 일이었다.

그런데 더 이상 김영민 팀장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볼 수 없게 됐다. 그가 다시 한 번 팀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3일 파울루 벤투 감독을 보좌할 코치로 최태욱 서울이랜드 U-15팀 감독과 함께 김영민 수원삼성 스카우트 팀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영민 팀장은 이제 오는 9월 3일 첫 대표팀 소집에 합류할 예정이다. 수원삼성에서 이제 막 한 달간 일하며 적응하고 있던 시기에 다시 한 번 이직이 결정된 것이다. 사실 많은 이들은 마이클김이라는 캐나다 출신 교포 지도자가 수원삼성 스카우트 팀장을 맡고 있다가 대표팀에 입성했다는 것 정도로 이 일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올 시즌을 쭉 지켜본 나로서는 이 인사이동이 다소 황당하다.

김영민 안양
그가 떠난 빈 자리를 누가 위로해 줄 수 있을까? ⓒ프로축구연맹

수원삼성은 누가 위로해 주나?
FC안양에 있다가 이제 막 수원삼성으로 옮겨간 스태프였다. 수원삼성으로서는 고종수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오랜 시간 공 들여 영입한 인물이었다. 그 역시 수원삼성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위해 몸 담았던 FC안양과의 관계를 정리해야 했다.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수원삼성으로 이직한 지 한 달 만에 대표팀으로 불려(?)갔다. 더 좋은 무대에서 일하게 됐으니 개인적으로는 축하를 보내고 싶다. 김영민 팀장이라면 지도자와 선수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충분히 잘 해낼 것이다. 그가 대표팀을 거부한다는 것 자체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누구도 김영민 팀장이 대표팀으로 옮긴다고 해 비난할 수는 없다. 이건 축하할 일이다.

다만 협회의 선택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이제 막 영입한 스태프를 국가대표에서 빼가는 건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수원삼성은 이 공석을 채우기 위해 지금껏 많은 공을 들였다. 이전 소속팀과의 관계도 풀어야 했고 이제 막 영입해 인계해야 할 것들도 많았다. 그런데 딱 한 달 만에 다시 이런 스태프를 다시 잃는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국가대표 제일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데 만약 수원삼성이 김영민 팀장이 대표팀으로 가는 걸 막았다거나 아니면 흔쾌히 보내주지 않았다면 온갖 욕은 수원삼성으로 향했을 것이다. 지금 수원삼성은 겉으로는 웃으며 그를 보내주고 눈물을 삼키며 또 다시 그 자리를 채울 누군가를 물색해야 한다. 수원삼성은 누가 위로해 주나.

협회가 K리그를 존중하지 않던 시대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K리그에서 열심히 일하던 감독까지 대표팀에서 일방적으로 빼가는 사례들도 많았다. 하지만 조금씩 이런 일이 잦아들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런 일이 아예 생기지 않는 건 아니다. 김영민 팀장이 영어에 능통해 벤투 사단과 잘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은 대단히 큰 장점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이제 막 새로운 K리그 팀으로 옮겨간 이를 대표팀 코치로 ‘지목’해서는 안 된다. 대표팀에서 ‘지목’하는 순간 K리그와 당사자에게는 선택권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김영민 팀장은 아직 수원삼성에서 찍어준 명함의 잉크로 마르기 전에 대표팀으로 가게 됐다.

어디에 하소연도 못하는 그들
사람들은 벤투 감독만 중요하지 함께하게 될 한국인 지도자가 어떤 과정을 통해 함께 하게 됐는지는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뭐 그냥 ‘K리그 팀에서 일하다가 잘 풀려 대표팀에까지 오게 됐구나’ 정도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우리가 별로 관심 갖지 않던 곳을 이렇게 조금만 뒤집어 봐도 이야기는 달라진다. K리그 구단이 오랜 시간 공 들여 데려온 스카우트를 이렇게 한 달 만에 데려가도 그 누구에게 하소연 할 수 없다. K리그가 대표팀을 위해 희생하던 모습은 최근 들어 덜해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남아있다. 스카우트 팀장이 한 달 만에 팀을 떠나게 된 수원삼성은 이제 또 다시 스카우트 팀장을 찾아 나서야 한다. 국가대표 제일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데 어디에 하소연 할 수도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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