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수원 경기 취소, 옳았지만 아쉬운 이유는?


제주월드컵경기장, K리그1, 제주유나이티드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임형철 기자] 8월 22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제주유나이티드와 수원삼성블루윙즈의 25라운드 경기는 제주도에 닥친 태풍 ‘솔릭’으로 인해 취소됐다. 프로축구연맹은 경기 시작 두 시간 전인 5시 20분경에 “경기가 펼쳐질 예정이었던 제주지역의 강풍으로 인한 경기장 구조물의 파손 위험, 관중 안전 우려로 정상적인 경기 개최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경기 취소를 발표했다.

프로축구연맹의 경기 취소 결정은 옳은 선택이었다. 제주도는 이미 22일 오전부터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는 태풍 솔릭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기상청은 제주도와 남해 먼바다를 중심으로 태풍 특보를 발표했다. 제주공항은 오후 4시부터 항공편 85편을 시작으로 1시간 만에 항공편 전편을 결항했다. 온종일 태풍의 영향으로 거센 바람이 몰아쳐 경기를 치를 환경이 되지 못했다. 현장에 있는 관중의 안전조차 위험한 상황이라 경기를 취소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런데도 연맹의 경기 취소 결정 후에는 아쉽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취소 발표가 너무 늦었던 탓에 많은 이들이 적지 않은 혼선을 겪었기 때문이다. 연맹은 K리그 규정 제3장 11조에 따라 악천후에 의해 경기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 경기 시작 3시간 전까지 경기 취소를 발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취소 결정은 경기 시작 2시간 전인 5시 20분경에 발표됐다. 규정을 지키지 못했을뿐더러 늦은 발표 때문에 적지 않은 팬들이 경기장까지 헛걸음을 해야 했다.

이미 기상청은 일주일 전부터 제주도가 태풍 솔릭의 영향권에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태풍 솔릭의 북상이 기정사실로 된 이상 22일에 제주 홈 경기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당일 오전부터 강한 바람이 세차게 몰아쳤기 때문에 경기할만한 상황인지에 관해 빠른 판단도 가능했다. 그러나 경기 취소 결정은 경기 시작 두 시간 전까지 오고서야 발표됐다. 미리 태풍이 올 것이 예고된 상황에도 연맹의 대처는 빠르지 않았다.

일본 J리그는 지난 7월 28일 태풍 종다리의 북상을 이유로 예정되었던 18라운드 경기를 전면 취소했다. 일본축구연맹은 경기 시작 7시간 전인 오전 11시부터 경기 취소를 발표해 경기장 방문 예정이었던 축구팬들과 팀 관계자들의 혼선을 방지했다. 대조적으로 연맹은 경기장이 태풍의 영향권에 있는데도 경기 시작 두 시간 전까지 경기 진행 여부를 고민하고 있었다. 늦은 대처는 물론이지만 안전에 위협을 주는 심각한 자연재해를 너무 가볍게 본 것은 아닌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제주유나이티드, 수원삼성블루윙즈, K리그1
수원은 물론 25일 제주 원정 경기를 앞둔 인천까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원정팀 수원삼성블루윙즈는 늦은 경기 취소 발표 때문에 피해를 보고 말았다. 수원은 25일 토요일에 경남FC와의 26라운드 홈 경기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제주공항 항공편이 오후 5시에 전편 결항하면서 제주도에 발이 묶였다. 만약 조금 더 빨리 경기 취소가 결정됐다면 신속히 제주도를 떠나 태풍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다가오는 경기에 대한 준비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23일 오전과 오후, 24일 오후 비행기까지 예약을 했던 수원은 태풍으로 인해 항공편이 모두 결항될 위기에 놓였다.

이에 대해 수원 구단 관계자는 “아쉬운 상황이다. 22일 내내 연맹 측에 경기 진행 여부를 물어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경기 3시간 전에 취소 여부를 결정하겠다’였다”며 “사태가 심각해지니 경기위원장을 내려보내 현장에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근데 그게 오후 5시였다. 경기 3시간 전에 결정하겠다더니 그마저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태풍이 심각한 건 훨씬 빠르게 예상할 수 있었다. 취소 결정을 조금만 빨리 내려줬어도 신속히 제주도에서 나와 뭐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며 연맹의 늦은 결정을 비판했다.

수원은 25일 토요일 경남전에 이어 29일 수요일에 전북과의 2018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에 발이 묶인 탓에 경기 준비 및 선수단 컨디션 관리에 적신호가 켜지고 말았다. 수원 구단 관계자는 “제주도는 나무가 뽑힐 것 같을 정도로 강한 강풍이 불고 있다. 선수들이 정상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언제 출발할지 몰라 짐만 싼 채 대기 중에 있지만 이대로 어떻게 경남전을 진행할지 모르겠다”고 말한 후 “3일 동안 훈련 한 번 못 해보고 경기하게 생겼다. 그런데 연맹 측은 취소 결정 후에 추후 일정 변동에 대해서 지금까지도 해준 말이 없다”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오는 자연재해를 인간의 힘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재해에 의한 피해는 우리 손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연맹은 재해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 경기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관중의 안전과 정상적인 경기 진행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내린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조금 더 빨리 결정을 내렸다면 어땠겠느냔 아쉬움이 남는다. 늦은 경기 취소 결정으로 인해 분명 누군가는 피해를 봤다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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