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해당 사진은 본 칼럼과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며칠 전 한 K리그 스카우트가 나에게 한탄했다. “대학교 대회에 가면 4학년 선수 중에는 뽑을 선수가 없어요.” 강원도 태백에서 열리는 대학추계연맹전에 가 뽑을 선수를 직접 탐색해 봤다는 이 스카우트는 결국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돌아와야 했다. 또 다른 한 스카우트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대학교 4학년이 되는 순간 프로 입성은 사실상 물 건너 가야한다고 봐야죠. 뽑을 선수가 거의 없어요.” 대학교는 4학년 과정이지만 현재 규정상으로라면 축구인들에게 대학교는 3학년까지만이다. 대학교 4학년생들의 갈 길이 좁아지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이 만든 규정에는 명과 암이 존재한다.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1 경기에는 팀당 23세 이하 선수 한 명을 출전시켜야 한다. K리그2 경기에서는 22세 이하 선수 한 명을 의무적으로 출전시켜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유는 어린 선수들의 출전을 보장해 육성에도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었다. 만약 구단이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교체 카드를 기존 석 장에서 두 장으로 줄여야 한다. 정말 쓸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도 감독들은 어린 선수를 선발로 넣었다가 전반에 교체하기도 한다. 의무적으로 어린 선수를 출전시켜야 하는 상황에서의 고육지책이다.

강제 조항이긴 하지만 이 조항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22세나 23세의 어린 선수가 동등한 조건에서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과 경쟁한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이 나이에 고참들과 당당히 돌연변이 선수들은 1년에 채 두세 명이 나오질 않는다. 의무적으로 어린 선수 육성을 위해 기회를 부여한다는 건 긍정적인 일이다. 이 규정은 점점 강화됐다. 2013년에는 K리그 클래식 팀에 23세 이하 선수를 한 명은 등록케 했고 2014년에는 출전 명단에 23세 이하 선수 두 명을 등록하도록 했다. 이듬해에는 23세 이하 선수 한 명을 꼭 선발 출전시켜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고 K리그 챌린지에는 22세 이하 선수가 한 명은 선발 명단에 들어야 하도록 명시했다.

연맹이 점진적으로 규정을 잘 도입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 규정 덕분에 이재성이나 권창훈 등도 혜택을 봤다. 어린 나이에 주전 한 자리를 보장받은 이들은 많은 경험을 쌓으며 성장했고 유럽으로 날아갔다. 김민재나 황현수 등 만 23세 이하의 즉시 전력감 선수를 보유한 팀은 선수 운용에도 여유가 생겼다. 포항처럼 주전 골키퍼가 23세 이하라면 고민은 더 적어진다. 이 자리 저 자리 어린 선수 기용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K리그가 어린 선수들에게 줄곧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는 점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그래도 K리그에 꾸준히 어린 선수들이 등장하는 것도 이 제도와 무관하지 않다.

2011 전국 1,2학년 대학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송호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이런 어린 나이가 아니라면 이제는 프로 문턱을 노크하는 것도 어렵다. ⓒ송호대

하지만 현장의 스카우트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현재 강원도 태백에서 열리고 있는 대학추계연맹전에는 많은 K리그 스카우트가 파견돼 있다. 경기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들을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이중 상당수는 아예 구단에서 ‘영입 불가’라고 못 박은 선수들이다. 이유는 주전으로 뛰는 선수 중 상당수가 K리그에 입성하면 규정 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학교 4학년생들이기 때문이다. 한 스카우트는 이렇게 말했다. “속된 말로 ‘미친 활약’이 아니면 4학년생은 뽑지 않기로 했습니다.” 또 다른 스카우트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구단에서는 4학년은 안 뽑기로 했어요. 다른 구단도 대부분이 마찬가지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역시나 규정 때문이다. 그래도 23세 이하 선수들은 의무적으로 한 명이라도 출전시켜야 해 활용도가 있지만 딱 24세가 되는 시점에 있는 선수는 그렇지 않다. 문선민이나 김신욱, 조현우 등과 동등하게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번쯤 K리그에 영입해 활용해 보고 싶은 욕심이 드는 자원이 있어도 외면한다. 그래도 23세 이하 선수들은 영입을 했다가 실패해도 써먹어 볼 수나 있지 24세 선수들은 그 부담이 너무 크다. 대학교 3학년과 4학년의 차이는 한 살 차이지만 이렇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물론 지금의 대학교 3학년생도 내년이 되면 곧바로 대학 무대에서는 퇴물(?)이 된다. 대학교 4학년생은 K리그에서 가장 끼인 나이다.

그래도 어릴 때부터 주목받던 선수들은 대학교 2,3학년 때 일찌감치 프로에 간다. 하지만 이 시기에 부상을 입었거나 슬럼프에 빠져 있던 선수들은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덧 4학년이 돼 있다. 대학교 감독들도 고민에 빠진다. 제자들을 프로에 보내기 위해서는 2,3학년 어린 선수들을 스카우트에게 보여주는 편이 낫다. 하지만 큰 대회에서 4학년의 경험과 기량을 무시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추계연맹전이 끝나면 이제 더 이상 뛸 기회까지 없어지는 마당에 4학년을 벤치에만 앉혀둘 수는 없다. 이렇게 상당수의 4학년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는데 스카우트는 매력적인 선수가 있어도 용기를 내지 못한다. 구단에서 원하는 선수는 제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어린 선수들 뿐이기 때문이다.

연맹에서 규정을 23세 이하로 정한 것도 이해는 한다. 24세가 된 선수를 유망주라고 칭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교는 교육 체계가 4학년까지로 돼 있는데 툭 잘라 3학년까지만을 규정에 충족하는 범위로 한정지으면 일이 복잡하게 꼬인다. 한 대회에 나간 같은 팀 선수 중에도 누구는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누구는 혜택을 받지 못하면 일이 복잡해진다. 한 스카우트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대회에 나온 4학년 중 프로에 갈 애들은 아마 한 손에 꼽을 수도 있을 겁니다. 나머지는 이제 암울해지는 거죠. 뭐 실력 있는 애들은 이미 어린 나이에 다 프로에 갔고 4학년 때까지 남은 애들은 원래부터 미래가 없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늦은 나이에 실력이 올라 한 번 정도 프로에서 써볼 만한 애들이 보여도 4학년이라면 아예 쳐다보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2011 전국 1,2학년 대학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송호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이런 어린 나이가 아니라면 이제는 프로 문턱을 노크하는 것도 어렵다. ⓒ송호대

대학교 4학년 선수들은 답답하다. 연맹 규정상 혜택을 전혀 볼 수 없는 나이가 됐으니 선택지는 별로 없다. 내셔널리그에 입단한 뒤 실력을 인정받아 K리그로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말은 쉬워도 이렇게 꿈을 이룬다는 건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렵다. 대학교 4학년생들은 내셔널리그에만 진출해도 다행일 정도다. 일부에서는 현재 규정을 손 봐 K리그1은 23세 이하를 한 명 출장시키고 K리그2는 22세 이하 선수를 의무적으로 경기에 내보내야 하는 현 규정을 바꿔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K리그2 안산그리너스 이흥실 감독이다. 그는 “이 규정을 반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들어보면 또 대단히 수긍 가는 내용이 많다.

이흥실 감독은 “K리그1은 22세 이하로, K리그2는 23세 이하로 규정을 바꿔야 한다”면서 “그래야 돈 없는 K리그2에서도 대학교 4학년 선수들을 뽑을 수 있다. 지금 대학교 4학년 선수들은 K리그2에서 뽑지도 못한다. 22세 이하 선수들을 써야하는데 누가 23세 선수를 뽑겠느냐”고 반문했다. 이흥실 감독이 말한 23세 이하 선수들은 만 나이가 아직 만23세여서 연맹의 조건인 U-23에 해당하는 일부 늦은 생일의 4학년생을 뜻한다. 이흥실 감독은 “22세에 프로팀에 왔다는 건 이미 능력이 갖춰져 있다는 거다. 대학교 2학년을 중퇴하고 프로의 부름을 받을 정도로 능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잘하고 유망한 선수들은 22세 이전에 K리그1에 간다. 그리고 3~4학년 때 프로에 진출하지 못하면 K리그2에서 기회를 부여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래야 대학교에도 활로가 생기고 선수 순환이 된다"며 ”지금 K리그2에서 어떻게 대학교 2학년생 22세 이하 선수를 돈을 주고 데려오겠나. 계약금을 다 주고 데려와야 하는데 그 친구들이 굳이 K리그2를 오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흥실 감독은 K리그1보다 K리그2에 더 조건을 느슨하게 적용하자는 것이었다. K리그1에서 실패해도 K리그2로 내려올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하고 대학 무대에서 고학년이 될 때까지 프로에 가지 못한 선수들을 K리그2에서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자는 내용이었다. 그의 말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연맹은 2019년부터는 K리그1과 K리그2 모두 이 규정을 22세 이하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준이 어려질수록 K리그가 얻는 효과는 크겠지만 대학 무대의 생존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2011 전국 1,2학년 대학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송호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이런 어린 나이가 아니라면 이제는 프로 문턱을 노크하는 것도 어렵다. ⓒ송호대

이흥실 감독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K리그2는 22세 이하 어린 선수를 못 뽑는다. 어차피 대학교 2학년 중에 명망 있는 선수들은 다 K리그1으로 간다. 한 팀에서 두 명씩만 데려가도 프로에서 가용할 자원은 다 빠져 버리는 거다. 그러면 K리그2는 어떻게 하나. 의무적으로 22세 선수를 써야하는데 이런 선수 출전에 목적을 둘 수밖에 없다. 10분 넣었다가 빼고 30분 넣었다가 빼고 다른 선수 넣어야 한다. K리그1과 K리그2 모두 U-22로 규정을 정해버리면 대학교도 문제다. 대학교 2학년 때 프로로 빼와야 하는데 그러면 대학은 어떻게 되는가. 너무 K리그1만 생각한 제도 아닌가 싶다. 22세의 나이에 K리그1에 가서 잘 안 되면 23세가 됐을 때 K리그2에서 한 번 더 도전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 프로팀 감독이야 프로팀 감독 입장으로서 주장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게 단순히 자신이 지휘하는 팀, 자신이 속한 리그의 이익만을 위한 주장은 아니다. 우리가 한 번쯤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더군다나 요즘 강원도 태백에서 K리그에 데려올 선수를 열심히 관찰 중인 스카우트 역시 비슷한 소리를 한다. 4학년은 아예 스카우트 눈밖에 있는 이 현실을 한 번쯤은 되짚어 봐야한다. 이 스카우트는 “K리그에 데려와 써보고 싶은 선수가 몇 명 있었지만 다들 4학년이라 눈물을 머금고 외면했다”면서 “구단에서 원하지 않는다. 4학년 선수가 갈 곳이 없다”고 했다. 구단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현 규정 대로라면 4학년 선수를 쓸 바엔 검증된 서른 살짜리 선수를 영입하는 편이 나을 테니 말이다.

아마추어 축구 규정과 관련해 많은 이들이 나에게 의견을 보내준다. 충분히 들을 만한 이야기도 있지만 상당수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한 주장을 보내는 편이다. 하지만 오늘 소개한 이 이야기는 누군가의 이득을 위한 주장이 아니다. 4학년 선수를 안 뽑으면 그만인 K리그 스카우트와 더 어린 선수를 찾아 기용하면 주목받을 수 있는 K리그 감독의 의견이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제도에 대한 불합리와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받아들일 만하다. 이제 대학 졸업을 앞두게 된 선수들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그들에게 축구선수로서 마지막 도전을 위한 장치를 마련해 줄 수 있을지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대학교 3학년과 4학년은 한 살 차이일 뿐인데 축구계는 이 둘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도 다르다.

footballavenue@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