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목동야구장=김현희 기자]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는 이야기가 있다. 태어났을 때, 군대를 갈 때, 그리고 부모님께서 돌아가셨을 때를 말한다. 이 세 가지 상황은 누구라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필수 불가결한 시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만큼 남자들의 눈물은 무거워야 하고, 때로는 뜨거워야 할 때도 있다. 물론, 1980년대가 지나간 현 시점에서는 이러한 이야기가 설득력을 잃어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한민국 남자에게 '눈물'이라는 단어는 꽤 무겁게 느껴진다. 역으로 따져 보면, 남자들이 흘리는 눈물은 그만큼 참을 수 없는 순간이 다나왔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난 19일, 일요일을 맞이하여 열린 봉황대기 64강전 첫 번째 경기는 보는 이들이 안타까움을 더할 수밖에 없었던 순간이 펼쳐지기도 했다. 목동구장에서 열린 선린인터넷고와 율곡고의 경기가 그러했다. 초반 2득점으로 기선 제압에 성공한 선린인고는 이후 내리 4점을 내주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린인고에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두 차례 1, 2루 찬스가 다가오면서 추격을 할 수 있었던 것. 5-2라는 스코어를 감안해 본다면, 고교야구에서 어떠한 변수가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범타 후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던 한 소년,

아버지 얼굴 보자마자 눈물범벅… '숙연해진 분위기'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두 선수는 병살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정말 컸다. 이어진 8회 말 수비에서 2사 이후 2학년 좌익수가 볼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며 내어주지 말아야 할 3점을 허용했기 때문이었다. 정상적으로 수비를 했다면 5-2 상황에서 9회 초 마지막 공격을 맞이할 수 있었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스코어에 선수단도 다소 기세가 꺾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부상 중에도 지명 타자로 나선 3학년 신주환이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솔로 홈런을 기록, 탈락의 순간 중에서도 꽤 의미 있는 패배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남은 것은 향후 경주에서 열릴 협회장기 대회를 바라보는 일이었다.

[caption id="attachment_21909" align="aligncenter" width="600"] 경기 후 상대 더그아웃에 인사를 건네는 선린인고 선수단. ⓒ스포츠니어스[/caption]

이 과정에서 안타까운 순간도 있었다. 병살타를 친 두 선수가 고개를 떨구는 장면도 그러했지만, 1사 이후 좋은 타구를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타구가 정면으로 가면서 외야 플라이로 마지막 타석을 마친 3학년 이진석도 너무 아쉬워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더그아웃에 돌아 온 이후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던 그는 공수 교대가 이루어지고 나서야 후배로부터 모자와 글러브를 받고 그라운드로 뛰어나갈 수 있었다. 이후 묵묵히 경기를 마친 그는 아쉬움을 꾹꾹 눌러 담는 모습을 보이더니, 그라운드 밖을 나가 아버지의 얼굴을 보는 순간 참아 왔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라운드 안에서 몇 차례 눌러 왔던 감정이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눈물로 표출이 된 것이다. 그 광경을 바라 본 율곡고 학부모들도 안타까움을 표할 만큼 숙연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그 중 1학년생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애휴, 남의 일 같지가 않아요."라며, 아들의 눈물을 포옹으로 감싸 안아주는 아버지에 대해 애틋한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필자 역시 마음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눈물 흘려도 좋다. 그것이 청춘이요, 젊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눈물을 잊지 않고, 향후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밑거름으로 삼으면 된다. 아직 20세가 되지 않은 청춘들이기에, 마지막인 것처럼 보이는 이 순간도 결국은 새로운 시작의 발로가 된다. 그러니, 눈물을 닦고 다음을 위하여 다시 방망이를 잡았으면 한다.

이 글을 전국무대에서 많은 아쉬움을 느낀 이들에게 바친다.

eugenephil@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