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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안산=조성룡 기자] "선수가 안보여. 선수가."

얼마 전 안산그리너스 이흥실 감독은 강원도 태백을 방문했다. 현재 태백에서는 전국대학축구추계연맹전이 한창 열리고 있다. 미래의 자원을 미리 눈여겨보고 점찍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스타 플레이어보다 유망한 자원에 눈길을 주는 안산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감독은 태백에서 대학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왔다. 해야 할 일이었고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썩 만족스러운 방문은 아니었다. 18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안산그리너스와 아산무궁화의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이 감독은 "확 눈에 띄는 선수가 없더라. 그나마 비교적 '괜찮다'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선수는 있었다. 그런데 그 선수들은 대부분 프로 유스 출신이더라. 큰일났다"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본 대학 축구는 과거에 비해 경쟁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K리그에 U-22룰이 생기면서 선수들이 더욱 어린 나이에 프로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그 나이대 가장 좋은 자원이 대학보다는 프로로 가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라고 이 감독은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 축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학축구연맹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할 것 같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더불어 이 감독은 "이제는 대학 팀들 간 차이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대학 평준화'가 축구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예전에는 명문 사학들이 축구도 잘했다. 하지만 꽤 이름 많이 들어본 대학과 처음 들어본 대학의 실력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게다가 대학 팀도 정말 많아졌다. 평준화가 된 것 같다"라고 소개했다.

대학 축구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평준화가 진행된다는 것은 취업 문이 더욱 좁아진다는 뜻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 스카우트가 대학 축구에서 뛰고 있는 자원을 눈여겨 볼 가능성은 조금씩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대학에서 선수를 찾는 것보다 고등학교 경기를 찾아가는 것이 더욱 현명할 수 있다"라는 것이 이 감독의 생각이었다. 최근 K리그의 흐름을 볼 때 타당한 이야기였다.

현재 안산은 7연패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이 감독은 현재 팀에 더욱 신경써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산과 같은 K리그 팀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위 단계의 축구에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 이 감독은 단순히 안산의 성적 만이 아닌 안산이 살아남기 위한 축구 생태계, 그리고 미래의 그림에도 신경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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