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풀리는 부천, 40분 만에 허무하게 끝난 비장의 전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수원=조성룡 기자] 안풀려도 너무 안풀린다. 부천FC1995 이야기다.

월드컵 휴식 이후 K리그2에서 가장 부진하고 있는 두 팀은 부천과 안산그리너스다. 부천은 후반기에 단 1승만 거두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시즌 초 연승을 달리며 1위를 차지하던 부천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순위도 어느덧 5위까지 내려왔다. 여전히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은 있지만 우승을 통한 다이렉트 승격을 꿈꾸던 몇 개월 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부천 정갑석 감독은 부진 탈출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었다. 쓸 수 있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었다. 1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원정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경기를 앞두고 주장 문기한과 주전 이현승을 벤치에 앉혔다. 대신 송흥민과 이정찬을 투입했다. 젊은 피가 상대를 괴롭힌 이후 노련한 두 선수가 나와 경기를 결정짓게 하려는 의도가 보였다.

하지만 정 감독은 한 가지 묘책을 더 가지고 있었다. 바로 닐손주니어의 위치였다. 평소 닐손주니어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쏠쏠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부천의 상승세에는 닐손주니어의 헌신적인 플레이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 닐손주니어는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맡았다. 수원FC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한 방이었다.

생각해보면 의외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배치였다. 닐손주니어가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가한다면 수원FC의 수비진이 쉽게 대응하기 어려워 보였다. 여기에 정 감독은 그에게 지휘자 역할을 맡겼다. 정 감독은 “닐손주니어가 포프와 크리스토밤의 움직임을 지휘한다. 같은 브라질 선수다. 이 삼각 편대의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원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만일 큰 변수가 없었다면 닐손주니어의 변칙 배치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정 감독의 말은 나름 설득력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상상했을 때 가능성 있어 보였다. 하지만 큰 변수가 생기고 말았다. 경기 시작 후 약 1분도 되지 않아 포프가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의료진이 급히 투입됐고 부천 벤치를 향해 X자를 그렸다. 더 이상 포프가 뛸 수 없다는 뜻이었다.

정 감독은 포프 대신 문기한을 투입했다. 문기한을 일찍 투입해 중원을 보강하면서 이정찬을 측면 포지션으로 옮겼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고육지책이었다. 닐손주니어는 계속 전방에서 크리스토밤과 이정찬을 지원했다. 비록 포프는 빠졌지만 닐손주니어의 존재감은 계속됐다. 그는 전방에서 헤더 경합을 하고 패스를 찔러주는 등 나름대로 고군분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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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변수는 끝나지 않았다. 전반 40분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그리고 최대우 주심은 VAR 판독 선언을 한 다음 한참 동안 판독 화면을 쳐다봤다. 그리고 부천의 주장 임동혁에게 레드 카드를 내밀었다. 퇴장이었다. 부천은 두 명의 센터백 중 한 명이 퇴장 당하며 더욱 악조건에 빠졌다. 선수 교체가 필요해 보였다. 그러나 전반전에 두 개의 교체 카드를 쓴다는 것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정 감독의 선택은 ‘닐손주니어 시프트 포기’였다. 닐손주니어는 공격형 미드필더의 자리에서 내려와 센터백 포지션에 자리했다. 수비가 좋은 닐손주니어이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부진 탈출을 위해 정 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한 ‘닐손주니어 시프트’는 불과 40분 만에 막을 내렸다. 팀은 0-2로 패했고 부천은 후반 장순혁마저 또 퇴장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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