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최승인이 ‘은사’ 최윤겸 감독에게 전하는 편지

부산아이파크 최승인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잠실=홍인택 기자] 감독과 선수의 관계는 특별하다. 감독은 선수에게 스승이기도 하며 직장 동료이기도 하다. 신뢰가 없으면 둘의 사이는 틀어지게 마련이다. 선수는 능력을 펼칠 수 없고 감독은 성적을 낼 수 없다.

부산아이파크 최윤겸 감독과 최승인의 관계는 신뢰로 묶여있다. 최승인은 11일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23라운드에서 서울이랜드FC를 만나 두 골을 기록했다. 전반전 김진규의 낮고 빠른 크로스를 뒤에서 뛰어 들어오면서 마무리했고 후반전에는 서울이랜드의 수비진들이 집중력을 잃은 상황에서 이재권의 애매한 슈팅을 왼발로 살짝 건드려 골을 기록했다.

FC안양전에서는 후반 교체로 들어갔지만 결국 득점은 스트라이커 최승인이 아닌 고경민과 한지호의 몫이었다. 이후 최승인은 주중에 열렸던 FA컵을 포함해 앞선 두 경기에서 연속으로 선발 출장했지만 그의 활약은 그리 좋지 않았다. 아산무궁화전과 울산현대를 만나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최윤겸 감독은 서울이랜드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아산무궁화와 성남FC를 추격하고 우승과 승격이라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서울이랜드를 잡고 성남FC를 상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윤겸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모아 이날 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최윤겸 감독의 머릿속에는 최승인 카드가 있었다. 다른 공격수들의 부상 문제도 있었지만 최 감독은 부진했던 최승인을 믿고 기용하기로 했다.

대신 최 감독은 최승인에게 주문을 불어 넣었다. 최 감독은 “골을 넣을 생각만 하지 말고 동료를 생각하는 축구를 하라”라고 주문했다. 최승인도 처음에는 불만이 있었다. 그는 “나에게 패스를 안 넣어준다고 생각하니까 다리가 굳게 되고 수비 가담도 덜 하게 됐다. 그런 게 조금 안 맞았다고 생각했다”라며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나 최승인은 강원FC 시절부터 함께한 ‘은사’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잠실로 향했다. 부진했던 지난 경기를 잊고 운동장을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그렇게 부산의 5-0 대승에 일조할 수 있었다.

서울이랜드전 두 골을 넣고 부진을 씻은 최승인 ⓒ 한국프로축구연맹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최승인

경기를 마친 후 최윤겸 감독은 이날 오전 최승인에게 주문한 내용을 밝혔다. 이후 최승인에게 후일담을 물으니 “그렇다”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는 “나중에 중립적으로 생각해보니까 내가 제일 큰 문제였다. 만회하고 싶었다. 오늘 내가 다 내려놓고 선수들을 위해서 하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있었다. 알고 보니까 다 내 잘못이었다”라고 말했다.

최승인은 프로 입단 과정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부산의 촉망받는 유망주였으나 동래고와 부산 구단 코치진과의 의견 차이로 어쩔 수 없이 일본 무대로 진출했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큰 부상을 입어 기량이 점점 하락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국내로 돌아와 청주 직지FC에서 몸을 끌어 올렸고 강원 입단에 성공했다. 그리고 2015년 최윤겸 감독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최승인은 “한국에 돌아와서 축구하면서 감독님한테 받은 것들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부산 이적 후에도 감독님을 다시 만나 계속 감독님한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는데 계속 골을 못 넣어서 못하고 있었다”라며 스승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이어 “내가 생각해도 나를 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내가 마음고생 하는 것도 알아주시고 조금이라도 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오늘은 감사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전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최윤겸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최승인 ⓒ 스포츠니어스

결정력 부재 부산, 최승인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부산은 현재 골잡이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이 야심 차게 영입한 발로텔리는 입단 후 장기 부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발푸르트와 맥도날드를 영입했지만 잔 부상에 시달렸다. 김현성과 김동섭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주전 공격수, 그리고 골을 노려야 하는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서 최승인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클 수 있다.

최승인은 “솔직히 조금 부담된 게 사실”이라면서 “처음에는 나도 주전 공격수로 자리 잡기 위해서 노력도 많이 하고 자신도 있었다. 그런데 나도 부상을 입다 보니까 많은 것들이 안맞았다. 자신감도 잃고 말도 안 맞고 그래도 선수들이 잘해줘서 너무 고마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늘 감독님과 말하고 그런 부담을 조금 덜었다. 선수들이 치료 잘하고 다 돌아오면 같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부산은 선두권 추격의 분수령이 되는 성남전을 앞두고 있다. 최윤겸 감독은 여전히 K리그2 우승과 승격 직행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는 부산 구단과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최승인은 “시간이 조금 남아있다. 오늘 경기가 끝나고 우리는 바로 성남 경기를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냥 죽어야 한다”라며 성남전을 앞두고 각오를 밝히며 “8일의 시간이 남아있다. 오늘 경기가 끝나고 우리는 바로 성남 경기를 생각하고 있다. 휴식도 잘 취하고 잘 먹고 쉬는 동안 치료도 잘 받아야 한다.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부산은 다음 주 8월 20일 홈에서 성남을 만난다. 최승인은 최윤겸 감독의 신뢰를 바탕으로 살아났다. 골잡이 부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산으로서 최승인의 골은 큰 힘이 된다. 최 감독도 최승인의 골에 대해 “고무적이다. 축하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 둘의 신뢰 관계는 약하지 않다. 최승인은 부산과 최윤겸 감독을 위해 두 경기 연속으로 골을 터뜨릴 수 있을까. 최윤겸 감독은 최승인과 부산을 K리그1으로 데리고 갈 수 있을까. 다가올 성남전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intaekd@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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