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박진포가 오뚜기처럼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브라질의 스타 선수 네이마르는 이번 월드컵에서 총 14분을 누워있었다. 선수가 느끼는 고통의 정도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팬들도 네이마르를 보며 “엄살이 심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8일 FC서울과 FA컵을 치렀던 제주유나이티드 박진포의 모습을 보며 네이마르가 떠올랐다. 물론 네이마르와 비슷해서가 아니라 네이마르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박진포는 제주의 오른쪽 윙백으로 나섰다. 그의 앞에는 최근 서울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고요한과 윤석영이 있었다. 박진포는 오른쪽에서 그들을 꽁꽁 묶었다. 비록 후반 초반 안델손의 실점이 오른쪽에서 나오긴 했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오른쪽 측면을 봉쇄하면서 서울의 측면 빌드업을 방해했다.

공에 얼굴 맞아도 누워있을 수 없었던 박진포

그의 활약이 빛나 보였던 장면은 오히려 고요한이 측면 수비수로 위치를 바꾼 이후다. 고요한이 위치를 바꾸자 박진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최전방과 최후방을 가리지 않고 오른쪽 측면을 지배했다.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윤석영의 빌드업을 방해하기도 했다.

그런데 더 인상적인 장면이 나왔다. 그가 상대하는 윤석영도 킥이 좋은 선수다. 후반 30분 박진포에게 계속 방해를 받은 윤석영은 반대쪽으로 길게 넘겨주기 위해 강하게 킥을 날렸다. 윤석영이 찬 공은 그만 박진포의 얼굴에 강하게 맞고 말았다. 박진포는 잠깐 얼굴을 감싸 쥐면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벌떡 일어나 바로 위치를 잡고 뛰었다.

이어진 후반 32분에는 공을 잡기 위해 달려가다가 김원균에게 방해를 받으며 걸려 넘어졌다. 두 선수 모두 충돌 이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박진포와 김원균 모두 다리를 부여잡았지만 박진포는 곧바로 일어났다. 김원균은 헐떡 거리며 경고를 받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파울을 범한 선수보다 당한 선수가 먼저 일어나 경기에 뛰어들었다.

그러면서도 2분 뒤에는 마티치의 역습 상황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팀의 위협적인 장면을 끊어냈다. 팀 동료들도 벌떡 일어나는 ‘고참’ 박진포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었다. 한국 나이로 32세. 가뜩이나 체력적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윙백에서 뛴다. 그러나 이날 그의 활약은 나이를 무색하게 했다.

ⓒ 제주유나이티드

“그만큼 간절했다.”

조성환 감독은 서울의 측면을 봉쇄한 것에 대해 “코치들은 전략적인 부분에서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피지컬 코치도 선수들에게 보여줄 영상을 만들고 준비하며 동기를 부여했다. 조용형을 비롯한 고참들은 후배들을 잘 이끌었다”라고 평가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으나 조 감독이 말한 ‘고참’에는 박진포도 포함됐을 것이다.

경기를 마친 박진포는 “이번 경기는 서울보다는 우리가 이기려고 하는 의지가 강했던 거 같다. 우리 코치진이 밤낮으로 회의하면서 좋은 전술을 우리에게 주문했고 우리가 또 잘 수행해서 결과를 만들었다”라면서 경기 소감을 밝혔다. 오뚜기처럼 일어났던 장면에 관해서는 “그만큼 간절했다. 우리가 6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는데 오늘까지 잘못되면 더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라며 경기 중 심정을 전했다.

제주는 지난 4일 서울과의 경기에서 0-3 대패를 당했다. 조성환 감독은 결과에 상관없이 선수단을 이끌고 제주로 한 번 돌아갔다가 다시 서울로 오는 일정을 선택했다. 이 일정이 박진포에겐 귀중한 시간이었다. 박진포는 “처음에는 일정이 힘 들 거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서울에 있었다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제주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잘 회복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진포는 “가족들과 보양식을 먹으면서 회복했다”라면서 웃었다.

이날 경기를 마친 후 조성환 감독은 “그동안 승리가 없어 선수들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가족까지 힘들어했었다”라고 말했다. 힘들어하는 박진포를 챙겨준 가족들이지만 그들에게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다. 박진포는 “항상 그런 거 같다”라면서 입을 열었다. 그는 “나 혼자 스트레스를 받으면 괜찮겠지만 옆에는 가족들이 있고 동료들이 있다. 또 경기에 나가는 선수들은 따로 있다. 우리가 대표로 나가는 거기 때문에 책임감이 느껴진다. 우리가 못하면 경기를 안 뛴 선수들도 눈치를 봐야 한다.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이 책임감을 갖고 경기를 뛰어야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진포의 말을 들어보니 왜 그가 그토록 미친 듯이 뛰었는지 알 수 있었다.

치열한 중위권 싸움, 제주는 박진포가 필요하다

제주는 이번 승리를 발판으로 더 힘겨운 중위권 싸움에 돌입한다. 4위 울산현대부터 9위 상주상무까지의 승점 차이는 단 6점 차이다. 몇 경기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제주는 5위에 있지만 승점이 같은 포항스틸러스를 이번 주 토요일에 만난다. 치열한 리그에서 경쟁력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포항을 잡아야만 한다. 박진포는 “포항은 주중에 FA컵이 없었다. 체력 보충도 잘했을 것이다”라며 경계하면서도 “우리가 잘 준비해서 힘들게 서울을 이긴 만큼 승리를 발판 삼아서 토요일에도 승리할 것”이라며 각오를 전했다.

황소처럼 뛰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쓰러져도 벌떡 일어났다. 이날 제주와 서울의 전술과 전략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전략보다도 선수단의 간절함과 투지가 돋보인 경기였다. 박진포는 이날 준비된 좋은 전술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했다.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었던 제주가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도 박진포에게서 찾아볼 수 있었다.

intaekd@sports-g.com

이 기사의 단축 URL은 https://www.sports-g.com/bFfWV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