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8실점’ K3리그 양평 골키퍼 김영익의 부탁

양평FC 김영익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대구=곽힘찬 기자] 지난 8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FC와 양평FC의 KEB하나은행 2018 FA컵 16강전 경기. 이날 대구는 양평을 상대로 후반에만 6골을 폭발시키며 8-0 대승을 거뒀다. 양평은 지난 32강전에서 상주 상무를 승부차기 끝에 격파하며 K3리그 팀 사상 최초로 K리그1 팀을 탈락시키는 파란을 일으켰지만 이들의 기적은 16강에서 멈추고 말았다. 상주와의 경기에서 엄청난 선방쇼를 보여줬던 양평의 골키퍼 김영익은 이날 정신없이 대구 선수들의 슈팅을 막으며 분전했지만 팀의 대패를 막을 수 없었다.

‘8-0’이라는 큰 점수 차로 경기가 끝났을 때 가장 힘들어 할 선수는 골키퍼다. 그 어떤 골키퍼라도 공식 경기에서 8실점을 하게 된다면 정신적으로 굉장히 많은 고통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김영익은 “이렇게까지 먹힐 줄은 당연히 몰랐다. 전반 초반까지만 해도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많이 아쉬운 경기였다”면서 허탈하게 웃었다. 골키퍼가 8실점을 하는 것은 쉽게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김영익은 “이런 경기를 할 때마다 너무 힘들고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끝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더 발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만 생각하면서 뛰었다”고 밝혔다.

높았던 K리그1의 벽
사실 김영익에게 이번 경기는 아쉬웠을 만한 경기였다. 양평은 전반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대구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냈고 날카로운 역습을 통해 대구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도전자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수비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대구의 안드레 감독도 “양평은 탄탄한 팀이었고 경기 초반 어려운 경기를 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김영익 역시 전반 26분 김진혁에게 첫 실점을 내주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양평이 한국판 ‘칼레의 기적’을 일으키는데 힘을 보태고 있었다.

아무리 FA컵이 이변이 많은 대회라고는 하지만 연속 2번으로 K리그1 팀을 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세징야와 조세 등의 외인 선수들과 최근 한껏 물이 오른 김대원을 앞세운 대구의 공격진은 양평이 감당하기에 너무 강력한 존재였다. 김영익은 “당연히 우리보다 기량이 더 높겠지만 그래도 똑같은 밥을 먹고 똑같은 공을 차는 선수들이라고 생각을 했다. 지난 상주전에서도 그렇게 생각을 했고 결국 우리가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오늘 대구를 상대로도 해볼 만 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경기를 뛰어보니까 프로는 역시 달랐다. 무엇보다 외인 선수들을 막기가 너무 힘들었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양평FC는 FA컵 32강전에서 K리그1 상주 상무를 격파하는 기적을 보여줬다. ⓒ 양평FC 공식 페이스북

‘실패’가 아닌 ‘성장의 기회’
김영익은 비록 이날 8실점을 허용했지만 양평이 16강에 진출하는 역사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승부차기에서 두 차례나 선방을 하는 등 김영익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김영익은 “감독님도 최선을 다했는데 잘 안되면 어쩔 수가 없다고 하셨다. 동료 선수들과는 아직 많은 얘기는 나누지 않았는데 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뛴 것에 의의를 두고 더 열심히 노력을 하자고 서로를 격려했다”면서 인터뷰 내내 아쉬운 듯 연신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대구전 대패는 결코 실패의 경험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성장의 기회였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K3리그 양평에 입단한 김영익에게 K리그1 팀과의 맞대결은 “대패했지만 이번 FA컵은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했고 더 노력해야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기회”였다. 김영익은 자신의 최종 목표를 당연히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전에 K리그1 팀에 입단해 많은 좋은 선수들과 경쟁을 해서 더 높은 단계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하는 김영익의 얼굴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김영익의 부탁 “K3리그 선수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
이번 FA컵에서는 내셔널리그의 목포시청이 인천 유나이티드를 꺾고 8강에 진출했고 K3리그의 양평과 춘천시민축구단이 16강의 고지에 오르는 등 ‘언더독의 반란’이 유독 많았다. 그리고 그만큼 언론의 조명도 하부리그 팀들에 집중됐다. 특히 양평은 K3리그 최초로 1부리그 팀을 격파하며 지상파 방송에 팀이 소개되는 등 이전에 없던 관심을 받았다.

양평군민들과 정동균 양평 군수까지 나서서 이번 FA컵에서의 선전을 기원하는 등 많은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김영익은 “지금에 와서야 K3리그가 미디어와 팬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이전에 없던 관심은 선수들이 경기에 나설 때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K3리그에 뛰는 우리들은 이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MBC의 취재에 응하는 김영익 ⓒ 양평FC 공식 페이스북

양평 김경범 감독 역시 이번 FA컵 대회가 “K3리그를 팬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하면서 “K3리그가 선수들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야 한다. 더 많은 지원이 K3리그에 이루어지면 한국 축구 전체에 보탬이 될 것이고 선수들이 성장해 상위 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김영익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양평에 입단하기 전까지 K3리그가 매우 약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뛰어보니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김영익은 “K3리그에서 뛰어보지 못한 선수들과 팬들은 K3리그가 약하다고 생각을 한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여기는 결코 약하고 실력이 떨어지는 리그가 아니다. 이번 FA컵에서도 K3리그 팀들이 저력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이번 FA컵은 이제 본격적으로 축구선수로서의 인생을 시작한 김영익에게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도전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으며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김영익은 “K3리그가 나처럼 선수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그리고 더 높이 올라가는데 필요한 원동력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팬들을 향해 한 가지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미디어와 팬들의 관심이 K3리그에 집중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잊히게 될 것이다. 지금도 K3리그 선수들은 언젠가 사람들이 자신들을 인정해줄 것이라 생각을 하고 열심히 뛰고 있다. 모든 축구팬 분들이 우리가 끊임없이 흘리고 있는 그 땀의 간절함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emrechan1@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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