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그림 같은 절경을 자랑하는 울릉도에도 축구장이 있을까. ⓒpixabay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울릉도는 육지 사람들에게는 미지의 섬이다. 울릉도는 대한민국에서 아홉 번째로 넓은 섬이지만 육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무려 130km 이상 떨어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되지 않는 화산섬인 울릉도는 육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우리가 잘 아는 노래에서도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 연락선을 타고 가면 울릉도라’라는 가사가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울릉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불현듯 울릉도에도 축구장을 포함한 체육시설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직접 취재에 나섰다. 과연 울릉도에는 축구장이 있을까. 없을까. 울릉도의 체육 인프라에 대해 궁금해졌다. 궁금하면 묻고 알아봐야 한다.

100m 달리기도 할 수 없었던 섬 마을

울릉군에는 2012년까지 정규 규격의 경기장이 단 하나도 없었다. 울릉군민 체육대회가 매년 열렸지만 이 대회는 울릉고등학교 운동장에서 개최됐다. 울릉고등학교 운동장은 정규규격도 아니었고 인조잔디도 깔려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100m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직선 주로도 없었다. 그냥 작고 아담한 운동장이었지만 울릉군민에게는 이 운동장이 유일하게 운동을 할 수 있는 트인 공간이었다. 울릉군은 군민 체육대회를 이런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치르는 것으로 만족했다. 울릉군 안에는 직전 주로로 100m를 달릴 수 있는 운동장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줄곧 울릉군에도 종합운동장을 하나는 짓자는 의견이 이어졌다. 그들에게는 경기장 건립이 지역 사회를 위한 숙제와도 같았다.

그런데 2009년 2월 극적으로 공설운동장 건립 소식이 전해졌다. 울릉군은 지역적 특성상 평지가 거의 없고 이미 있는 평지에는 다 건물이 들어서 있다. 공설운동장을 지을 만한 부지를 찾는 것도 어려웠다. 울릉군은 섬에서도 외지인 서면 태하리 일대 5만3천여㎡ 부지 위에 총사업비 160억 원을 투자해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을 짓기로 확정지었다. 그나마 이곳의 산을 적당히 깎으면 운동장을 지을 만한 부지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변변한 체육시설이 단 하나도 없는 울릉군민들의 생활 체육 활성화를 위한 결정이었다. 이렇게 군민들의 염원이던 공설운동장은 2009년 2월 착공했다. 물론 건설 자재는 전부 육지에서 실어 날라야 했다. 울릉군에서는 공설운동장 뿐 아니라 모든 건물 자재를 이렇게 육지에서 조달해야 한다.

최병하 울릉군청 체육담당 주사는 “그래도 가장 번화한 곳이 도동항 부근이다. 포항에서 배를 타고 오면 도동항에 내리기 때문에 도동항이 가장 번잡하다. 도동항 쪽이 군청 소재지이기도 하다”면서 “하지만 그쪽 부근에는 공설운동장을 지을 만한 부지가 없다. 지금 있는 건물들도 대부분 개천에 콘크리트를 발라 세웠다. 공설운동장을 번화가에 짓는 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태하리 공설운동장 부지는 도동항에서 20km를 달려야 나온다. 하지만 울릉군은 이곳이 아니면 경기장을 지을 수 없어 어쩔 수 없는 판단을 내려야 했다. 최병하 주사는 그러면서 울릉군의 특징을 더 이야기했다. 그는 “보통 울릉군의 건설비는 육지보다 30%이상 더 든다”면서 “육지에서 자재를 바지선 등에 실어 와야 해 그렇다. 공설운동장 건립 사업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울릉군 공설운동장은 이렇게 생겼다. ⓒ울릉군

‘경기장 하나 완공했을 뿐인데’ 달라진 환경

울릉군 공설운동장은 완공 예정이었던 2011년까지 다 짓지 못하고 2012년 마침내 완공됐다. 숙원 사업이었으니 얼마나 뿌듯했을까. 인구가 1만 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마을에 천연잔디를 갖춘 주경기장과 인조잔디를 깐 보조경기장이 갖춰졌으니 군민들은 신이 났다. 일단 군민 체육대회는 더 이상 고등학교 맨땅 운동장이 아니라 천연잔디에서 치를 수 있게 됐다. 일반인들이 사용 신청만 하면 울릉군청 문화관광체육과에서 허가를 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체육 시설이 전무한 울릉군에서 이 공설운동장의 탄생은 실로 획기적인 일이었다. 지금까지 초,중,고등학교 엘리트 운동부가 단 하나도 없던 울릉군에서는 체육을 여가로 즐기기가 불가능에 가까웠었다.

울릉군에는 군민뿐 아니라 군인들이 많다. 해군과 공군 부대도 있고 독도를 오가는 경비대도 울릉군에 거주한다. 물론 이들에게도 공설운동장은 열려 있다. 군인들도 쓰고 인근 학교에서 경기장을 사용하고 싶다는 신청이 오면 학생들에게도 내준다. 경기장이 완공되고 난 후 이 경기장에서는 꾸준히 울릉군수기 게이트볼 대회가 열리더니 지난 해에는 아예 제26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생활체육 전국게이트볼대회를 울릉군 공설운동장에서 열었다. 전국 대회가 울릉군에서 열리자 섬 전체가 들썩였다. 최근에는 경북도지사기 그라운드 골프대회도 열렸다. 울릉군이 게이트볼과 그라운드 골프는 꽤 잘하는 동네다.

그렇다면 울릉군에도 생활체육 축구팀과 야구팀이 있을까. 정답은 ‘꽤 많다’다. 지난 해 열린 민관군 체육대회에 나선 축구팀만 해도 6개 팀이었다. 울릉 사회인 야구리그는 6개 팀이 참가하다가 한 팀이 줄어 현재 5개 팀이 리그를 펼치고 있다. 축구팀은 울릉군청 문화관광체육과에 신청해 천연잔디에서 축구를 하고 사회인 야구리그는 인조잔디인 보조경기장에서 토요일마다 경기를 한다. 이 경기장이 지어지기 전까지 울릉군 사회인 야구는 활성화 되지도 못했고 이따금씩 하는 경기는 현포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치러졌다. 맨땅에서 라인만 대충 그려놓고 야구를 해야 했지만 지금은 그 어떤 경기장 못지 않은 보조구장 인조잔디에서 야구를 즐긴다. 주차 시설도 훌륭하게 갖춰져 있다.

울릉군 공설운동장은 이렇게 생겼다. ⓒ울릉군

200석 규모의 아담한 울릉군 공설운동장

울릉도 사회인 야구선수들은 자신들이 쓰는 시설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한 사회인 야구선수는 “경기를 하러 육지에도 가보고 했지만 우리만한 시설이 없다. 우리는 보조경기장을 거의 전세 내 쓰다시피 해 파울볼 그물이나 홈 베이스 등이 잘 갖춰져 있는데 육지에 나가보니 이런 시설도 부족했다”고 밝혔다. 울릉군 공설운동장은 본부석이 채 200석이 되지 않는 작은 규모다. 아마 육지에 있었더라면 이렇게 신기해 하지도 않았을 경기장이다. 하지만 울릉군에 있기 때문에 뭐든 게 새롭고 특별해 보인다. 지난 해에는 본부석 좌우 관중 스탠드에 그늘막 공사도 했다. 최병하 주사는 “이제 양쪽 관중석에서도 햇빛과 비를 피할 수 있다”고 만족해 했다.

울릉군은 아직까지 엘리트 체육을 하는 운동부가 없지만 생활 체육은 서서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 축구와 야구, 게이트볼, 배드민턴, 테니스 등 무려 24개 종목 단체가 결성돼 있을 정도다. K리그 포항스틸러스는 지난 해 프로스포츠 팀 사상 최초로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했다. 포항 선수단은 울릉도를 찾아 유소년 축구 클리닉과 사인회, 축구 친선경기, 요양원 봉사활동 등 사회 공헌활동을 했다. 또한 독도를 방문해 독도경비대에게 위문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경상북도에 속한 울릉군까지 연고 범위로 해 공헌활동을 한 포항스틸러스는 울릉군도 프로 스포츠의 긍정적인 영향권에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울릉군에서 프로 스포츠가 열릴 날이 올까. 쉽지는 않다. 인구가 1만 명에 불과한 울릉군은 생활 체육이 자리를 잡았지만 프로 스포츠가 뿌리를 내리기에는 지리적으로도 쉽지 않고 시장도 작다. 단적인 예로 울릉군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울릉군 공설운동장은 K리그를 치를 규정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아마 울릉군에서 프로 스포츠가 열리는 건 지금 상황으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그들은 울릉군 공설운동장이 생긴 이후로 더 좋은 환경에서 생활 체육을 즐기고 있다. 100m 직선 주로도 없던 섬에서 이제는 천연 잔디 경기장을 보유하게 됐으니 환경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최병하 주사도 “공설운동장 건립 이후 체육 인프라가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고 말했다.

울릉FC도 언젠간 탄생할까?

미지의 섬 울릉도에서도 멋진 경기장을 갖추고 생활 체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비록 시가지에서는 다소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지만 이 의미 있는 체육 시설은 척박했던 울릉군의 생활 체육을 한 차원 높게 발전시켰다. 평지가 별로 없는 화산섬에서도 산을 깎고 땅을 다지고 바다 건너 육지에서 자재를 들여와 이렇게 천연 잔디 경기장을 짓는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렇게 울릉군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언젠간 울릉FC도 탄생할 날이 오지 않을까. 울릉군을 연고로 하는 야구팀이 창단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지옥의 원정길이 열릴 수 있을까. 울릉군 공설운동장이 이런 멋진 역사의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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