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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서울의 부주장 이웅희는 누구도 몰랐던 고충을 안고 있었다.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유나이티드를 상대로 거둔 3-0 대승에도 FC서울을 향한 물음표는 여전히 남아있다. 서울은 지난 경기에서 인천유나이티드와 경남FC에 연달아 패배했다. 모두가 서울을 이야기할 때 "경기력은 나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승점 사냥에 실패하면서 좀처럼 반등 기회를 잡지 못했다. 골키퍼 양한빈의 활약과는 별개로 실점이 이어지자 수비 불안이 문제로 떠올랐다. 이웅희도 그 비판의 중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팀의 패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부주장

이웅희는 지난달 22일 인천유나이티드 원정 경기에서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했다. 문선민의 돌파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팔을 썼고 주심은 이웅희에게 두 번째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꺼냈다. 이웅희가 빠진 자리를 박동진이 채웠고 고요한이 오른쪽 측면 수비로 자리를 옮기긴 했지만 결국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며 문선민에게 역전골을 허용했다.

경기장 밖에서 팀의 패배를 지켜보던 이웅희의 마음도 무거웠다. 이웅희는 "그렇게 퇴장당하고 경기까지 지면 팀의 부주장으로서 책임감도 있기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퇴장 징계로 이어진 경남과의 리그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심지어 팀은 2연패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무거웠던 책임감이 팀의 2연패로 더 무겁게만 느껴졌다. 자신이 빠진 자리에서 팀의 실점과 패배를 지켜보는 마음도 고달팠다.

이웅희는 지난 22일 인천전에서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하며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경남전 패배 이후 이을용 대행은 이웅희를 비롯한 수비수들과 함께 수비 조직력 훈련에 힘을 쏟았다. 이 대행은 "수비훈련에 중점을 두고 연습도 많이 했다. 본인들도 부족한 점을 깨우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웅희도 "수비할 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 약속한 움직임을 많이 준비하고 훈련했다"라며 이 대행의 말에 덧붙였다. 이웅희는 "프로선수라면 빨리 이겨내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감독님이나 코치진이 빨리 빠져나올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고 믿어주셨다. 그게 많이 도움이 됐던 거 같다"라며 자신을 돌이켜볼 수 있었던 공을 지도자들에게 돌렸다.

조직력 강화에 힘썼던 서울 수비수들은 제주전을 앞두고 이 대행에게 "오늘은 무실점으로 막겠다"라며 각오를 드러냈다. 그리고 실제로 제주에 3-0 무실점 승리를 이 대행에게 선물했다. 이 대행은 "수비 대처에 미흡한 점이 보였다. 약간 호흡이 안 맞은 장면도 있다"라며 냉정하게 평가하면서도 "일단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낸 것은 긍정적"이라며 만족한 모습이었다.

투지 넘치던 수비수, 이젠 팀 이끄는 위치에 있었다

이 대행의 말처럼 이웅희도 무실점 승리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웅희는 이날 제주를 상대로 거둔 무실점 승리에 대해 "아무리 프로에 있는 선수들이라도 서로 약속이 없거나 조직력이 없으면 수비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반복하다 보면 조직력도 좋아지고 실점도 막을 수 있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면서 수비 조직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이웅희가 조직을 강조한 이유는 그가 서울의 수비수일 뿐만 아니라 팀의 부주장이기 때문이다. 서울에 합류하고 상주상무에 입대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의 옆에는 김주영, 김진규, 차두리 같은 국가대표급 수비수들이 있었다. 2017년 가을 제대 후 2018년이 되자 이웅희는 어느새 팀의 고참급 선수가 됐다. 선배 곽태휘가 있긴 하지만 마냥 투지와 패기가 넘쳤던 이웅희도 이제는 팀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다.

이웅희는 "너무 훌륭한 선배들과 수비라인에서 발을 맞췄고 많이 배웠다. 군대에 가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경험이 쌓인 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면서 "내가 팀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어린 선수들이 팀에 녹아들 수 있게 경험을 전달해주는 것이다. 나는 수비를 같이하고 싶다. 같이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라며 강조했다. 그는 "많은 선수들에게 많이 배웠다. 좋은 경험이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조금 더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그는 '선배'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이웅희는 지난 22일 인천전에서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하며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남몰래 안고 있던 부담, '부주장'이라는 자리

그는 "후반기에 부주장으로 선임되면서 약간의 부담감은 있었다. 경기장에서도 부담을 안고 뛰는 모습이 많이 나오고 그랬다"라며 누구도 몰랐던 고충을 살짝 털어놨다. 그런 그의 부담을 덜어준 게 이을용 대행과 코치진이었다. 이웅희는 "감독님이 나를 더 편안하게 해주셨다"라면서 "원래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하나씩 다시 찾아가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행도 "황현수의 공백이 있지만 이웅희의 몸이 올라왔다"라며 그를 향한 신뢰를 아끼지 않았다.

서울은 8일(수) 또 제주를 홈에서 만난다. 서울이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아직은 6위권에 진입하지 못한 상황에서 AFC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기 위해 FA컵에 중점을 두는 모습이다. 이웅희는 "일단 FA컵을 앞두고 무실점으로 승리했다. 기회를 내주긴 했지만 어떻든 결과를 가져왔다. 다음 경기를 분비하는 데 있어서 선수들이 좀 더 편안하게 준비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한 번 지면 떨어지는 토너먼트다. 준비 자체를 다르게 해야 할 것 같다. 90분을 뛸 수도 있고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선수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경기에 몰두하다 보면 이 흐름을 이어가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또 그렇게 된다면 리그에서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웅희는 "우리가 계속 경기력은 좋은데 승점을 잘 못 가져오는 경기가 많았다. 승점을 가져와서 기분이 좋고 수비수로서 무실점에 기분이 좋다"라며 씨익 웃었다. 그는 "운동장 안에서, 또 밖에서 팀의 부주장으로서 팀의 고참과 어린 선수들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맡고 있다. 팀이 지금은 좀 힘들지만 올라갈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은 이웅희가 복귀하면서 무실점 승리를 기록했다. 이을용 대행의 신뢰와 이날 무실점 승리로 그의 심리적 부담도 조금은 덜어진 모습이었다. 이웅희는 그렇게 팀의 부주장 자리에 적응하고 있었다. 서울은 토너먼트 대회에서 제주와의 재대결을 앞두고 있다. 같은 상대를 만나는 시점에서 서울이 거둔 무실점이라는 결과는 큰 소득이다. 그 중심에 이웅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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