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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인천=김현회 기자] 포항스틸러스 최순호 감독은 요즘 고민이 많았다. 바로 정원진 때문이었다. 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인천유나이티드와 포항스틸러스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최순호 감독은 최근 포항을 떠난 정원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포철공고와 영남대를 졸업한 포항 유스 출신인 정원진은 2016년 포항에서 데뷔해 11경기에 출장하며 주목을 끌었던 바 있다. 이후 지난 시즌 K리그2 경남으로 임대돼 34경기에서 10골 10도움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고 올 시즌에는 포항에 복귀해 줄곧 기회를 부여 받았다. 하지만 지난 달 28일 FC서울 이석현과 트레이드됐다.

최순호 감독은 한숨을 쉬었다. “포항을 맡은 뒤 근 2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게 바로 정원진의 트레이드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고민이 많았던 모양이다. 최순호 감독은 말을 이었다. “경기를 운영하는 것보다도 인재 육성이 더 어렵다. 정원진은 우리 포항 유스 출신이다. 지난 시즌 경남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꾸준히 지켜봤는데 당시 그의 임대 복귀에 대해 우리 구단 내부에서도 이견이 갈렸다.”

최순호 감독은 솔직하게 털어놨다. “임대 복귀를 결정해 활용하자는 이들도 있었고 반대 의견도 있었다. 나는 정원진과 같이 하자는 쪽이었다. 우리 유소년 출신이고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단에서는 감독인 내 의견을 따라줬는데 정원진에게서 기대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최순호 감독은 정원진의 임대 복귀를 구단에 강력하게 주장했다.

정원진은 지난 시즌 경남에서의 무시무시한 활약 만큼은 보여주지 못했다. 올 시즌 18경기에 출장해 1골을 넣는데 그쳤다. K리그1과 K리그2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성과다. 정원진은 올 시즌 개막 전만 하더라도 경남 완전 이적 이야기가 나올 만큼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에 하나였다.

최순호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정원진과 계속 함께 가야 한다고 내가 고집을 피울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플레이를 펼치긴 했지만 결과를 뽑아내지 못했다. 딱 한 골만 터져줬으면 상승세를 탈 수 있었는데 그게 안 터졌다.” 결국 최순호 감독은 구단과의 깊은 논의 끝에 정원진과 이석현의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포항 유소년 출신 선수는 이렇게 서울로 이적하게 됐다.

최순호 감독은 트레이드를 결심하는 과정을 조금 더 상세하게 이야기했다. “나도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정원진과 미팅을 하면서 조금 더 분발하길 바라는 마음에 이야기를 했더니 본인도 그걸 굉장히 힘들어 하더라. 나도 그 모습을 보고는 트레이드를 결정하게 됐다. 누구 한 명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최순호 감독은 말을 이었다. “나는 정원진에게 조금 더 의욕적인 모습을 원했고 정원진은 스타일이 맞지 않다는 걸 나에게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했다. 선수의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다른 환경에서 축구를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제일 어려운 결정이었다.”

이제 정원진은 더 이상 포항 선수가 아니다. 최순호 감독과도 상대팀으로 만나게 됐다. 하지만 최순호 감독은 정원진의 새로운 도전을 기대했다. “정원진이 다른 스타일에서 축구를 해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지난 시즌 경남에서의 성과가 있어 나도 정원진이 서울에 가면 어떤 활약을 할지 궁금하다. K리그1과 K리그2의 차이인지 스타일의 문제였는지 나도 궁금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좋은 선수를 다 데리고 있으면 좋겠지만 지도자라면 때론 아쉽더라도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 정원진이 새로운 도전을 멋지게 해줬으면 한다. 또한 정원진을 대신해 영입한 이석현이 경기를 풀어 나가고 결정짓는 모습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과연 정원진은 서울에서 다시 한 번 웃을 수 있을까. 이석현은 정원진의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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