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여자축구팬카페/차상민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우리나라 여자축구는 약하지 않다. 북한, 일본, 중국과 우리나라는 세계 무대에서도 경쟁력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여자축구는 아시안컵이 유로 대회나 마찬가지다. 다만 뛸 수 있는 환경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는 게 문제다. 인프라와 환경을 따지면 미국, 독일, 일본을 따라잡기 어렵다. 그런 여자축구 강국들도 여자축구선수들은 '투 잡'을 뛴다. 공부를 하면서 축구를 하거나 따로 직장이 있는 상황에서 축구를 병행한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축구선수라면 일단 꾸준한 경기 출전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실업 리그를 제외하면 꾸준히 경기에 나설 기회가 적다. 대학리그만 해도 남자선수들은 U리그가 있지만 여자축구는 전국대회가 아닌 이상 공식 경기 자체가 잘 열리지 않는다. 그 점에서 미국 대학리그는 여자선수들에게 매력 있는 무대다.

그 무대로 우리나라 여자축구선수 차상민(22)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진출만으로도 좋은 소식인데 학교 측은 차상민에게 전액 장학금까지 제시했다. 차후 대학원 진학까지 돕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차상민은 곧 입학을 위해 출국을 앞두고 있다. 그녀는 8월이 되면 켄터키주에 있는 캠벨스빌 대학교로 떠난다. 전미 대학 대항 육상 연맹(NAIA) 소속의 중남지역 콘퍼런스에 속한 대학이다. 이미 대학 측 웹사이트에는 차상민의 이름이 등록되어 있다.

차상민이 미국행을 결정한 이유

차상민은 중앙 미드필더다. 주로 수비라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았다. 2015년 충북 예성여고에서 활약할 당시에는 춘계여자연맹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우수선수상까지 거머쥔 유망주였다. 이후 울산과학대로 진학하며 실업 리그 진출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충남 인터넷고를 이끄는 이다영 감독에게 연락을 받았다. "너 미국 안 가볼래?"

차상민은 해외에서 축구를 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대학을 졸업하면 실업 어느 팀이라도 좋았다. 그런데 뜬금없이 미국이라니. 차상민도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바꿨다. 차상민은 "언어의 장벽에 부딪힐 수도 있어 어려울 거라고도 생각했지만 미국 진출이라는 기회가 자주 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침 조건도 좋아서 마음이 바뀌었다. 이다영 감독님이 축구는 어디서든 할 수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어렸을 때 부딪혀 보는 걸 제안하셨다. 그때부터 마음이 바뀐 것 같다"라면서 미국 진출에 대한 계기를 전했다.

대학 측도 처음 나상민의 도전을 들었을 때는 난색을 표했다. 대학 측으로서는 한 선수라도 실업 리그에 진출하는 편이 낫다. 그러나 차상민과 그녀의 아버지가 학교까지 찾아와 상담하자 대학 측도 "이렇게 좋은 조건인데 가는 게 좋겠다. 네 선택을 존중할게"라며 그녀의 손을 들어줬다.

캠벨스빌 대학 선수 명단에는 이미 그녀의 이름이 등록되어 있다 ⓒ 캠벨스빌 대학 사이트 캡쳐

영어와 강의는 걱정이다

차상민은 학점인증제도가 달라 처음부터 다시 대학 생활을 해야 한다. 한국 여자선수로는 최초로 미국 대학리그를 밟게 되면서 선구자 역할을 맡게 됐다. 어찌 본다면 그녀에게 꼬리표처럼 '선례'라는 단어가 따라다닐 수 있는 상황이다. 호기롭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분명 예상되는 어려움은 있다. 언어의 장벽과 그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겪을 수 있는 더 큰 어려움. 공부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엘리트 체육이 주를 이루며 전문 선수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공부의 비중보다 체육 성적에 비중을 더 두는 편이다. 미국 대학리그 팀들은 학생들이 강의를 모두 들은 후 남은 시간을 이용해 훈련에 임한다. 차상민은 영어로 강의를 들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본인도 걱정이 많았다.

차상민은 "말이 안 통하니 수업 듣는 게 힘들 것 같다. 축구는 어떻게든 하면 된다. 그 친구들의 피지컬이 좋든 어떻든 축구에는 적응하면 되는데 강의듣는 게 걱정이다"라면서 "그 친구들은 강의를 다 듣고 남는 시간에 운동을 한다. 학점도 신경 써야 하고. 거기서 어느 정도 버티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녀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긴 했다. 미국행이 결정되자 1년 동안 영어 공부에 힘썼다. 차상민은 "영어 학원에 다니면서 준비했고 점수도 어느 정도 목표치 가까이는 갔다. 조금 낮긴 한데 어쨌든 학교는 갈 수 있다"라면서 "노력 중이다. 미국에 건너가서도 1년 정도 있으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아직은 아예 안 통하겠지만 듣고 말하다 보면 좋아질 거로 생각한다. 그때까지 잘 참아야겠다"라고 말했다.

차상민은 "가서 잘하면 좋겠지만 상황이 안돼서 돌아오거나 못 버틸까 봐 부담은 된다"라면서도 "내가 가서 성공하면 다른 후배들도 미국 대학으로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은 해볼 거 같다. 최대한 힘들더라도 버텨보려고 한다"라며 좋은 선례를 남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캠벨스빌 대학 선수 명단에는 이미 그녀의 이름이 등록되어 있다 ⓒ 캠벨스빌 대학 사이트 캡쳐

차상민은 선구자가 될 수 있을까

워낙 낯선 무대이다 보니 차상민도 학교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진 못했다. 한국 무대에서는 어릴 때부터 다 알던 친구들이 함께 성장한다. 그만큼 어디에 어떤 팀이 있는지, 어떤 성격의 축구를 하는지, 어떤 선수들이 있는지 파악하기 쉬운 경향이 있다. 차상민은 "미국은 팀이 너무 많다. 캠빌스빌에 몇 명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가봐야 알 것"이라면서도 "대신 팀이 많은 만큼 리그가 활성화된 게 장점이다. 한국 대학은 남자들은 리그가 있지만 여자들은 리그가 없다. 선수권대회처럼 대회가 있어야 한 달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 경기에 뛸 수 있는데 미국은 리그가 열려서 기회가 많을 것 같아 더 좋은 것 같다. 학교도 스포츠에 지원을 많이 해주는 편"이라며 기대하고 있었다.

한국 여자축구 무대는 제한적인 면이 있다. 성인 무대에서 뛸 수 있는 WK리그도 8개 팀이 돌아간다. 그 8개 팀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웠다. 차상민의 도전은 생각보다 더 다양한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미국 대학리그에서 뛰며 미국 성인 리그로 진출할 수도 있고 학점과 학위에 따라서는 행정가, 혹은 지도자나 체육 교사도 가능하다. 분명 어려운 도전이 되겠지만 그만큼 향후 진로의 선택권이 넓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처음엔 해외 무대 진출을 꺼렸던 차상민도 캠벨스빌 대학의 전폭적인 지원과 이다영 감독의 설득으로 미국 땅을 밟기로 했다. 한 선수의 해외 경험은 결코 가볍지 않다. 차상민 개인이 미국에서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것도 좋고 한국으로 돌아와 그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쨌든 그녀는 뛰기 위해서, 그리고 도전하기 위해서 미국으로 떠난다.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배를 띄웠다. 마치 미 대륙을 처음 발견한 콜럼버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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