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두 번째 공식 경기에 나선 전주대 선수들의 모습.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합천=김현회 기자] 지난 5월 전주대학교에 여자 축구 동아리가 생겼다. 학교에서 만든 게 아니라 자발적인 학생들의 동아리였다. 전주대는 남자 축구부가 꽤 유명하고 축구학과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엘리트 체육을 하는 남자 선수들, 그리고 축구학과에 재학 중인 남학생들의 이야기다. 여자 축구부는 존재하지 않았고 축구학과도 남학생들로만 구성돼 있다. 전주대학교에 여자 축구 동아리가 생긴 건 적지 않은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평소 축구에 관심이 있던 여학생들부터 친구를 따라 온 이들, 그냥 대학 생활을 하는데 추억 좀 쌓아보고 싶은 이들까지 다양하게 모였다. 생활체육학과와 운동처방학과 학생들이 주를 이뤘다. 태권도학과 학생도 한 명이 가세했다.

‘팀은 만들었으니 당신은 감독만 하면 돼’

이들은 몇 번 공을 차다가 조금 더 큰 꿈을 갖게 됐다. 정식 축구대회에 나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자축구연맹이 주관하는 진짜 축구대회에 나가 진짜 축구선수가 돼보자고 마음 먹었다. 물론 실력은 둘째 문제였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씩 모여 공을 차는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처음 축구를 해보는 이도 있었고 룰도 모르는 이도 있었다. 그냥 다같이 모여 공을 차고 추억을 쌓는 게 좋았다. 동아리 회원 전선희는 “발야구나 피구는 해봤는데 축구는 처음 해봤다. 사실 축구 룰을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고 웃었다. 이들은 정식 축구대회 출전을 준비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생겼다. 정식 축구부로 등록이 되려면 A급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한 감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전주대 축구학과에 정경구 교수 때문이었다. 정경구 교수는 완주중학교 축구부를 무려 15년 동안 지도한 학원 축구계 명장이었다. 백성동과 구자룡 등이 그가 키워낸 제자였다. 정경구 교수는 오랜 시간 현장 지도자로 경험을 쌓은 뒤 지난 2016년부터 전주대 축구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축구학과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여자 축구 동아리에서는 정경구 교수를 수소문해 부탁했다. “저희 팀을 맡아주세요.” 정경구 교수는 황당했다. 지금까지 축구를 해본 적도 없는 이들이 갑자기 찾아와 축구부 감독이 돼 달라고 하니 그럴 법도 했다. 하지만 그는 학생들의 진지한 눈빛에 끌려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물론 선수 구성은 이미 선수들 스스로 마무리한 상황이었다. 감독은 이 선수들을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A급 지도자 자격증을 갖춘 정경구 교수를 감독으로 모신 전주대 여자 축구 동아리는 이렇게 여자축구연맹에 정식 등록을 마친 뒤 진짜 축구팀이 됐다. 정경구 감독은 불과 두 달 전 일을 이렇게 회상했다. “내가 대학교에 와 아이들을 다시 가르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해봤다. 중학교 학생들을 15년이나 가르쳤는데 2년 만에 다시 아이들을 지도하게 됐다. 지도자로서의 운명은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우리 학교 학생들이니 열과 성을 다해 축구를 가르칠 것이다.” 이들의 실력이 쑥쑥 늘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생전 축구를 해본 적도 없고 그렇다고 지금부터라도 축구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이들의 실력은 아주 더디게 늘었다. 축구 규칙을 깨우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였다.

엘리트 축구 지도자를 15년 동안이나 했던 정경구 교수는 이 팀의 감독이 됐다. ⓒ스포츠니어스

축구 시작한지 일주일, 공식 대회에 서다

조금씩 발을 맞추는 사이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전라북도축구협회에서도 전주대 여자 축구부를 지원하겠다는 소식이었다. 전라북도 내에는 대학교 여자 축구팀이 없어 이들의 창단(?) 소식은 반가웠다. 7월 경남 합천에서 열리는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 나가보자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이 대회는 여자축구연맹에 등록된 초등학교 팀부터 성인 팀까지 전부 참가하는 여자축구의 축제와도 같은 경기다. 전주대는 전북축구협회의 지원을 받아 이 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불과 두 달 전만 하더라도 축구의 ‘축’도 몰랐던 이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축구대회에 참가하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조 편성은 최악이었다. 고려대와 지소연을 배출한 여자 대학부 최강팀인 한양여대가 전주대와 한 조에 묵였다.

대회를 일주일 앞두고부터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됐다. 아니 이때부터 전주대 선수들은 제대로 된 포지션을 정하고 훈련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공을 차던 아이들은 대회 일주일 전부터 집중적으로 훈련을 할 수 있었다. 전주대 골키퍼 전선희는 이때 처음 골키퍼 장갑을 껴 봤다. 대회 일주일 전에서야 골키퍼가 정해졌다. 전선희는 20m 왕복달리기와 제자리 멀리뛰기 등 실기 시험을 봐 생활체육학과에 입학한 학생이다. 그는 “우리 과에 동아리가 없는데 축구 동아리가 생겨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 때문에 동아리에 가입했다”면서 “발야구나 피구는 해봤는데 축구는 태어나서 해본 적이 없다”고 웃었다. 하지만 전선희는 순발력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하루 아침에 주전 골키퍼로 낙점됐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평가전은 딱 한 번 치렀다. 초등학교 남자 축구부 아이들과의 연습경기였다. 이 경기에서는 몇 골을 먹었는지 모를 정도로 대량 실점을 했다. 한 선수는 “정식 규격도 아닌 경기장에서 했는데 열 몇 골까지는 셌지만 그 이후로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열정 하나로 이 대회를 준비했다. 처음부터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었고 순수하게 모여 정식 축구팀으로 인정받아 대회에 나간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전주대 여자 축구선수들은 이렇게 모인지 두 달 만에, 집중 훈련을 시작한지 일주일 만에 경남 합천으로 향했다. 상대팀은 초등학교 때부터 죽어라 축구만 해온 한양여대, 고려대였다. 생활체육 실기시험을 보고 운동처방을 배우고 태권도를 배웠던 이들과는 일단 축구 수준이 달랐다.

엘리트 축구 지도자를 15년 동안이나 했던 정경구 교수는 이 팀의 감독이 됐다. ⓒ스포츠니어스

0-15 대패, 그리고 맞은 더 험난한 2차전

지난 23일 합천 공설운동장에서 벌어진 고려대와의 경기. 시작 1분 만에 전주대는 첫 골을 내줬지만 전반전을 나름대로 잘 버텨냈다. 전반전을 0-6으로 마친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하지만 고려대는 오히려 후반 들어 전주대를 더 몰아쳤고 결국 전주대는 0-15 대패를 당하고 말았다. 전주대의 역사적인 첫 공식 경기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에도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연령별 국가대표 한 번씩은 다 해본 고려대를 상대로 축구 경력 일주일의 선수들이 치른 경기 치고는 꽤나 선전이었다. 골키퍼 전선희는 데뷔전에서 무려 15골이나 허용했다. 하지만 이들은 입을 모아 “일주일 연습한 거 치고는 그래도 괜찮게 하지 않았느냐”며 밝은 표정이었다. 경기를 진지하게 임한 뒤에는 곧바로 이 경기를 치렀던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이틀 뒤 한양여대와의 경기를 앞두고 상대는 잔뜩 독기가 올라 있었다. 세 팀이 한 조에 묶인 상황에서 전주대를 상대로 대량득점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한양여대와 고려대가 1위 싸움을 하는 상황에서 전주대에 더 많은 골을 넣은 팀이 유리했다. 이미 1차전에서 고려대가 15골을 넣은 사실을 접한 한양여대는 전주대와의 경기가 시작되자 무섭게 달려들었다. 전반 내내 하프라인까지 수비수를 올린 뒤 경기에 임했다. 여자축구 최강 한양여대가 전반전을 마쳤을 때 점수는 놀랍게도 무려 0-16이었다. 고려대보다 한 골을 더 넣은 한양여대는 이후 페이스를 줄였다. 이미 골득실에서 고려대를 앞설 게 확실시되자 부상 방지와 테스트 차원에서 경기를 운영했다. 그렇게 한양여대가 딱 16골을 무섭게 몰아친 뒤 경기는 평범하게 돌아갔다. 전주대는 전반 내내 하프라인 너머로 공을 딱 네 번 넘겼다.

무려 16골이나 먹은 뒤 하프타임에도 전주대는 파이팅을 외쳤다. 유은석 코치는 분위기를 밝게 해주려고 노력했다. 유은석 코치는 “날이 더워서 뛰는데 문제 있는 사람 있어? 속이 안 좋다고? 그건 오전에 김치찌개를 먹어서 그런 거야”라며 분위기를 밝게 유도했다. 학원 축구를 15년이나 이끌었던 정경구 감독은 특별한 작전지시를 하지 않았다. 그는 “상대가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고 예의를 다하라”고만 했다. 그러면서 태권도학과 재학생인 고소정에게는 특별히 “경기 도중 싸우지 말라”고 강조했다. 고소정은 전반 8분 만에 경고를 받으며 정경구 감독의 우려를 사고 있었다. 정경구 감독은 “얘가 ‘운동’을 해서 승부욕이 있다”고 했다. 정경구 감독은 하프타임 지시에서 “싸우지 말라”는 것만 강조한 뒤 “이런 작전 지시는 나도 처음”이라면서 웃었다.

엘리트 축구 지도자를 15년 동안이나 했던 정경구 교수는 이 팀의 감독이 됐다. ⓒ스포츠니어스

축구를 실전으로 배운 골키퍼의 데뷔전

후반을 앞두고 팀의 유일한 골키퍼 전선희가 손목에 통증을 호소했다. 고려대와의 1차전에서 15골을 먹고 2차전 한양여대와의 전반전에서만 16골을 더 내준 전선희는 녹초가 돼 있었다. 이런 무시무시한 상대 공격을 막아내 본 경험이 없었다. 결국 전선희는 부상으로 한양여대와의 후반전은 뛸 수 없게 됐다. 정경구 감독은 벤치에 있던 임효빈에게 골키퍼 장갑을 끼라고 지시했다. 고려대전에서는 공격수로 나섰던 임효빈의 골키퍼 데뷔전이었다. 후반 들어 한양여대는 힘을 뺐다. 기은경 감독은 선수들에게 “다치지 않게 안전한 볼 처리를 하라”고 주문했다. 이미 원하는 골득실을 채운 기은경 감독은 후반 내내 새로운 전술을 테스트했다. 선수들에게도 마치 훈련을 하는 듯 지시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서도 이 유쾌한 경기의 재미는 이어졌다. 이제 막 축구를 배운지 일주일이 됐고 골키퍼는 처음인 임효빈은 상대의 공을 잡은 뒤 당황했다. 골킥으로 연결해야 하는지 아니면 공을 들고 차야하는 건지 잘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공을 슬며시 내려놨다. 벤치에서는 “아니야”라는 소리가 들려왔고 임효빈은 다시 공을 들고 페널티 박스 바로 앞까지 걸어간 뒤 공을 내려놨다. 축구 규칙을 잘 몰라 벌어진 일이었다. 임효빈은 두 번이나 이런 아찔한 상황을 더 겪었다. 그러자 당황한 부심이 크게 말을 건넸다. “들고 차요. 들고.” 비록 승부는 한쪽으로 쏠린 경기였지만 전주대는 진지해서 더 유쾌했다. 그들은 기본적인 룰도 아직 몰랐지만 그럼에도 축구를 대하는 자세만큼은 진지했다.

측면에서 스로인 상황이 되자 또 한 번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스로인을 몇 번 해보지 않은 전주대에서 스로인 파울을 범하지 않고 스로인을 할 수 있을지 모두가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자 터치라인 바로 앞에 있던 한양여대 기은경 감독이 전주대 선수에게 말을 건넸다. “그렇지. 그렇게 머리 뒤에서 곧바로 던져요.” 주심도 거들었다. “좋아요. 좋아요.” 부심은 “발은 떼지 말라”고 조언했다. 모두의 간절한 바람을 담아 전주대는 아주 성공적인 스로인을 마쳤다. 전주대 선수들은 물론이고 한양여대 선수들도 진지했다. 다만 전주대가 후반 들어 딱 한 번 역습 찬스에서 공을 길게 걷어내자 전주대 벤치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러자 경기장에서 전주대 한 선수가 소리쳤다. “야. 집중해. 골 넣은 거 아니잖아.”

그들은 전국체전으로 향한다

정경구 감독은 후반 막판 고소정을 빼고 최경은을 투입했다. 유은석 코치는 그라운드에 들어가려는 최경은에게 뭔가를 잔뜩 주문했다. 대단히 복잡한 전술적 움직임을 설명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 작전 지시를 듣고 있으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골키퍼 효빈이한테 가서 전달해. 골라인 아웃됐을 때만 땅에 놓고 차는 거고 다른 상황에서 네가 잡은 공은 들고 차는 거야.” 임효빈이 자꾸 골킥을 엉뚱하게 처리하자 유은석 코치는 마지막 선수 교체를 하며 임효빈에게 골킥 규칙을 전달하도록 했다. 최경은은 경기장에 투입되고 공이 밖으로 나가자 곧바로 임효빈에게 달려가 진지하게 이 규칙을 설명했다. 이 둘의 모습은 대단히 진지했고 임효빈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이렇게 두 번째 공식 경기 만에 골킥 규칙을 몸소 배울 수 있었다.

축구의 규칙을 아직 다 아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축구를 가볍거나 장난스럽게 대하는 일은 없었다. 이미 전반전에 원하는 목적을 다 달성한 한양여대는 후반에 선수들을 대거 교체했고 전술 실험을 하며 두 골밖에(?) 넣지 못했다. 경기는 이렇게 전주대의 0-18 대패로 막을 내렸다. 전주대가 하프라인을 넘은 횟수와 한양여대가 골망을 흔든 횟수를 점수로 따져도 한양여대가 압도적으로 이기는 경기였다. 하지만 전주대는 낙담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자 한양여대 선수들과 밝게 인사한 뒤 상대팀 기은경 감독에게 다가가 고개 숙여 예의를 표했다. 기은경 감독도 이제 막 축구를 시작한 상대팀 선수들을 격려했다. 생애 두 번째 공식 경기를 치른 전주대 선수들은 서로 무용담이라도 이야기하듯 경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두 경기를 통해 31골을 내준 주전(?) 골키퍼 전선희는 경기가 끝난 뒤 손목에 얼음을 대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축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골을 계속 먹으니 가벼운 마음은 아니었다. 그래도 동료들이 ‘선희야 잘했어’라고 해줘 고맙다.” 정경구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유일한 태권도학과생인 고소정에게 “태권도 선수들 좀 축구부에 많이 데리고 오라”며 웃었다. 이들은 단지 이 두 경기를 추억으로만 남겨둘 생각은 아니다. 오는 10월 열리는 전국체전이 이들의 두 번째 목표다. 전라북도에 여자 대학 축구부가 없어 전주대는 창단과 동시에 전국체전 본선 진출 티켓을 따냈다. 정경구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이제는 전국체전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이제 막 골킥과 스로인을 알아가는 선수들에게는 이 대패 역시 하나의 과정이다.

엘리트 축구 지도자를 15년 동안이나 했던 정경구 교수는 이 팀의 감독이 됐다. ⓒ스포츠니어스

두 경기 33실점, 전주대의 대단한 도전

정경구 감독은 “전문적인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행정적인 절차부터 하나 하나 따져야 한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행정적인 절차를 떠나 이제 축구를 좀 즐기는 단계다. 다른 팀들에는 민폐인 수준이다. 스파링 파트너 수준도 되지 않아 미안하다. 그래도 우리가 조금씩 전주 지역 여자축구 붐을 일으켜 주면 좀 더 발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와 진지한 경기를 해준 고려대, 한양여대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무모하고도 멋진 도전을 한 선수들에게도 칭찬과 응원의 말을 건넸다. 정경구 감독은 “아이들에게 축구가 이만큼 인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 팀을 다 만들어 선수까지 뽑아놓고 감독을 제의해 준 선수들의 열정에 놀랐다”면서 “이제 전국체전도 나가고 대학교 동아리 대회도 나가볼 예정”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전선희는 “아직 축구 규칙을 잘 모른다”면서 “나도 자주 일어나는 규칙만 아는 정도다. 하지만 조금씩 축구에 대한 열정이 생기고 있다. 우리 동료들 중에는 다음 학기 때 축구 교양 수업을 듣겠다는 친구들도 늘어났다. 한 달 정도 쉬고 바로 전국체전을 준비한다고 해 깜짝 놀랐는데 이왕 하는 김에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다음 공식 경기에서는 이번보다 골을 덜 먹고 싶다”고 웃었다. 전주대 여자 축구부는 대학 축구 역대 최약체로 꼽히지만 그들의 열정 만큼은 절대 꼴찌가 아니다. 두 경기에서 신나게 깨진 전주대는 이 도전을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이제 골킥과 스로인 규칙을 알았으니 이들은 다음 경기에서 더 눈부시게 발전해 있을 것이다. 정경구 감독이 한양여대전 후반에 외쳤던 소리가 아직도 귀에 맴돈다. “나 정년 퇴임 전에만 한 번 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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