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②] ‘그 술집’은 정말 조태룡 동생 것일까


조태룡 한양대
ⓒ한양대

강원FC 조태룡 대표의 비위사실이 여기저기에서 포착되고 있다. 공정하고 깨끗한 스포츠계를 추구하는 <스포츠니어스>에서는 조태룡 대표의 비리 행위를 낱낱이 고발하려 한다. 다양한 이들을 만나 취재한 내용을 시리즈로 독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부디 한국 스포츠계에서 이런 ‘괴물’이 ‘영웅’ 대접 받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서울 용산역 근처에 있는 한 건물.

조금만 걸어 나가면 이촌한강공원이 있는 이 곳은 비교적 조용한 주택가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이 건물에는 다양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치과도 있고 종교 시설도 있다. 그리고 2층, 다른 각도에서 보면 1층으로 착각할 수 있는 곳에는 작은 공간이 하나 있다. 소규모 자영업을 하기 좋아 보인다. 현재 이 공간에는 디저트 카페가 입점해 있다.

하지만 이곳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작은 술집이 있었다. 아직도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이 술집이 등록되어 있다. 한 포털 사이트에는 이 술집을 ‘맥주와 스포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펍’이라고 소개했다. 메뉴도 조촐해 보인다. 한치, 모듬소세지, 황도 등의 안주와 몇 가지 맥주를 팔고 있었다. 매장 내부에는 약 네 개의 TV가 설치되어 있어 다양한 스포츠 경기를 볼 수 있었다.

뜬금없이 이미 폐업한 술집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곳이 바로 강원FC 조태룡 대표이사 논란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스포츠니어스>는 계속해서 조 대표이사의 비위 행위에 대해 추적했다. 강원FC, 넥센히어로즈, 엠투에이치 등을 파헤쳤다. 하지만 정작 그의 핵심은 따로 있었다. 이 세 곳을 연결하는 마지막 퍼즐은 서울의 A 술집이었다.

조 대표이사도 사과한 ‘사적 업무 지시’
A 술집에 대해서는 수 차례 언론 보도가 등장했다. 한 매체는 지난 5월 ‘조 대표이사가 인턴 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K씨에게 자신의 동생이 운영하는 술집 관리 업무를 맡겼다’라고 보도했다. 해당 술집 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단톡방’에는 조 대표이사가 직접 직원을 소개하는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 이는 구단 직원을 사적인 업무에 동원한 것으로 논란이 일었다.

당시 조 대표이사 측은 이에 대해 “서울 자택 근처에 있는 작은 호프집인데 동생이 지방으로 자리를 옮겨 온라인 상에서만 짧게 직원 관리를 해주고 있었고 K씨가 일을 돕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고 K씨는 “대표 곁에서 일을 하던 중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논란이 더욱 커지자 공식 입장에서 사적 업무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인턴 사원에게 일시적으로나마 개인적인 업무에 관여하게 한 점에 대해 사려 깊지 못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라고 사과했다.

<스포츠니어스>의 취재 결과 실제로 A 술집은 2015년 8월 10일 개업했고 조 대표이사의 동생이 대표자로 등록되어 있었다. 서류 상으로 본다면 조 대표이사의 해명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게 된다. 문서에서는 조 대표이사가 이 술집에 크게 관여한 것이 없어 보인다. 동생이 지방으로 자리를 옮겨서 관리 업무를 대신 해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포츠니어스>에는 이와 관련된 제보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그 제보들은 한결 같이 그 해명을 뒤집는 것이었다.

현재 디저트 카페가 있는 이 건물에는 A 술집이 있었다 ⓒ 스포츠니어스

정말로 동생 호프집인가요?
상식 선에서 생각해보자. 조 대표이사는 “동생이 지방으로 자리를 옮겨 온라인 상에서만 짧게 직원 관리를 해주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발언에 내포된 뜻은 무엇일까? 동생이 A 술집을 차려서 운영하고 있었고 이후 동생이 지방으로 자리를 옮기자 조 대표이사가 온라인 상에서 직원 관리를 대신 해줬다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결론은 ‘동생이 운영하던 것을 자신이 도움 줬을 뿐’이라는 것이다.

정황으로 보면 그럴 수 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과거 조 대표이사 함께 일했던 직원 B씨의 제보는 이와 전혀 달랐다. B씨는 “명의만 동생일 뿐이지 조 대표이사의 업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좀 더 구체적인 정황을 제시했다. “조 대표이사의 동생은 한 보험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2015년 해당 회사의 제주지점장으로 발령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 동생은 아예 서울에 있지도 않았다”라고 증언했다.

A 술집이 개업한 것은 2015년 8월 10일이다. 그렇다면 당시 서류 상 A 술집의 대표였던 조 대표이사의 동생은 서울에 거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동생이 보험 회사 지점장으로 굉장히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도 시간을 내 개업에 상당 부분 관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동생이 지방으로 자리를 옮긴 바람에 대신 해줬다”는 조 대표이사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 대표이사의 구체적인 해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태룡 대표의 동생은 2015년 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제주도에 있었다.

도대체 A 술집이 뭐기에
A 술집에 강원의 인턴 사원이 동원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복수의 제보자는 “강원 인턴만 동원된 것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한 제보자는 “엠투에이치, 강원FC, 넥센히어로즈 등 조 대표이사와 관계된 업체는 A 술집과 직·간접적으로 인적 연관이 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기존 업체에 있다 A 술집의 관리 업무를 맡은 경우도 있고 반대로 A 술집에서 일하다 다른 업체로 채용된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니어스>의 확인 결과 2016년에는 엠투에이치의 직원이 A 술집에서 일하기도 했다.

과거 A 술집에서 일했던 C씨는 이렇게 증언했다. “당시 A 술집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주로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 대표이사는 그들에게 ‘여기서 열심히 일하면 취업을 시켜주겠다. 축구(강원)도 야구(넥센)도 보내줄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일부 제보자는 “조 대표이사가 법인카드로 A 술집에서 미리 상당 금액을 결제한 다음 미팅이 있을 때 A 술집으로 부르기도 했다”라는 충격적인 주장을 하기도 했다.

또다른 제보자는 A 술집을 ‘조태룡 왕국’이라 표현했다. “스포츠 펍이라는 컨셉이지만 사실 ‘조태룡 박물관’ 같았다. 조 대표이사가 받은 사인볼 등이 A 술집에 전시되어 있었다. 조 대표이사가 직원 관리만 해줬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직원들은 운영에 대한 상당 부분을 조 대표이사에게 보고했다. 그는 직원 관리 뿐 아니라 재고 등도 직접 관리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A 술집의 ‘단톡방’ 자료에는 조 대표이사가 물품 주문에 대한 지시를 내리는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부적절한 처신, 충성심의 발로? 엄연한 범죄 행위입니다
조 대표이사는 강원의 인턴 사원으로 입사한 직원을 사적 업무에 동원했다. 이에 대해 “사려 깊지 못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해당 직원이 A 술집에서 일하는 동안 그의 월급은 강원에서 지급됐다. 도민의 혈세가 조 대표이사의 사적 업무에 사용됐다는 이야기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A 술집의 차명 운영 논란은 제외하더라도 이는 명백한 배임에 해당된다”라고 밝혔다.

“대표 곁에서 일하던 중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했다”는 K씨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본인이 정말로 조 대표이사를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다면 그것은 그의 배임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셈이 된다. 최악의 경우 K씨 역시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비록 K씨는 대표를 향한 충성심을 가지고 있었을 지 몰라도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니어스>는 꾸준하게 조 대표이사와 관련된 업체들을 파헤쳤다. 엠투에이치, 강원FC, 넥센히어로즈를 찾아 다녔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A 술집이 있었다. 조 대표이사 본인은 “동생이 운영하는 집”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A 술집이 비위 행위의 핵심으로 볼 수 있었다. 지금은 폐업했지만 사정기관이 A 술집에 대해 조사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조태룡 왕국’은 과거가 됐지만 아직도 희생된 여러 피해자들의 뇌리 속에 생생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wisdrago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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