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여전고 박예빈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합천=곽힘찬 기자] 경남 합천에서 열리고 있는 제 17회 전국 여자축구 선수권대회. 포항여전고가 인천디자인고를 상대로 3-0 승리를 거둔 지난 26일.

경기를 지켜보다 유독 눈에 띄는 한 선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포항여전고 유니폼을 입은 선수는 쉴 틈 없이 그라운드 위를 내달렸고 넘어져도 곧바로 다시 일어나 상대를 압박했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오뚜기와 흡사했다. 경기가 끝난 후 포항여전고 이성천 감독이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박예빈이라고 정말 힘든 시기를 겪었던 선수에요.”

이날 박예빈은 동료들의 몫까지 한 걸음 더 뛰려고 했고 경합을 두려워하지 않고 인천디자인고 선수들을 상대로 맞섰다. 경기 내내 그녀의 얼굴엔 간절함이 묻어나있었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그녀를 이토록 간절하게 뛰도록 만든 것일까. 경기 후 만난 박예빈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동료들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힘들었지만 축구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땐 진짜 힘들었어요”라고 박예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을 시작했다. 박예빈은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지난해 5월 말 쯤에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어요”라 밝혔다. 경합 상황 중에 쓰러졌지만 곧바로 일어날 수 없었다. 큰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재활기간이 1년에 달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박예빈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아직 어린 나이였던 그녀에게 너무 가혹했다.

무릎은 선수들에게 마치 생명과도 같은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심각한 무릎 부상은 선수들의 앞날을 막기도 한다. 그래서 선수들은 종종 이러한 큰 부상을 당했을 때 축구를 그만 둬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박예빈은 포기할 수 없었다. “축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1'도 해본 적 없어요. 좋아서 시작한 건데 다쳤다고 그만둘 수는 없죠”라고 말하는 박예빈의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꾸준한 재활훈련, 그리고 복귀전

마음을 추스르고 재활에 전념했지만 어린 박예빈에겐 힘든 시기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축구화를 다시 신겠다는 일념 하나로 꾸준하게 재활훈련을 진행했다. 부모님, 학교 친구들, 담임 선생님, 감독 및 코치진은 그러한 박예빈을 향해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박예빈은 “제가 재활기간 동안 좌절 없이 모두 견뎌낼 수 있었던 이유가 주변 사람들의 응원 덕분이었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박예빈은 재활기간을 마친 후 치른 첫 복귀전을 절대 잊을 수 없다. 그토록 좋아하던 축구를 다시 할 수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2월부터 가벼운 훈련을 다시 시작했고 부상 이후 첫 경기는 지난 3월 향도중과의 연습경기였어요. 정말 좋았죠. 기자님은 그 기분 모르실걸요?”라는 박예빈은 천진난만한 소녀의 모습 그대로였다. 복귀전 당시 축구화를 신고 그라운드를 밟았을 때까지의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긴장이 됐지만 축구를 다시 할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컸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하지만 부상 때문에 그런 기쁨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다는 박예빈은 “이제 다치지 않게 보강 운동을 열심히 해야죠. 기쁨은 팀의 승리로만 느끼고 싶어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은 박예빈은 자신감이 넘치고 무척 긍정적인 선수였다. 불과 1년 전에 찾아왔던 역경과 고난은 그녀가 더 성장하는데 필요한 백신이었을 뿐이었다. 이제 그 백신은 서서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박예빈은 오늘도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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