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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유지훈은 새로운 인생 역전의 아이콘이 될 수 있을까.

유지훈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20라운드에서 경남FC의 유니폼을 입고 경남의 왼쪽 측면 수비수로 경기장에 나섰다. 이날 경기는 말컹이 2골과 1개의 도움을 올리며 경남이 FC서울을 3-2로 잡았다. 유지훈이 기록한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왼쪽에서 네게바와 함께 크로스를 배달하기도 하고 최고의 엘리트 선수들을 막아내며 경남의 승리에 일조했다.

그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서울이랜드FC에 있었다. 서울이랜드는 2부리그인 K리그2에서도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유지훈은 워낙 어려운 성적을 거두는 팀에 속해 있기에 그만큼 빛나긴 했다. 그러나 2부리그 하위권을 맴돌았던 팀의 선수가 한 달 만에 1부리그 상위권을 다투는 팀에서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꾸준히 출전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유지훈은 2010년 경남에서 데뷔했다. 신인선수였기에 그해 리그 경기에서 운동장을 밟아본 적은 단 두 번이다. 이후 2011년부터 부산아이파크로 이적했고 26살이 되자 상주상무로 입대했다. 2012년 부산에서 뛴 만큼은 아니지만 상주에서 한 시즌 동안 18경기에 나섰고 제대 후에도 부산의 측면을 지켰다. 그리고 그는 2017년 부산을 떠나 서울이랜드의 유니폼을 입었다.

녹록지 않았다. 2017년 서울이랜드는 김병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팀의 전술 철학을 이식하는 한 해였다. 같은 해 부산은 K리그 챌린지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었고 1위 팀 경남을 추격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두 친정 팀이 '승격'을 논할 동안 그는 하위권에 있는 팀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는 올해도 서울이랜드의 측면을 책임졌다. 책임 졌'었'다. 그는 경남으로 이적하기 전까지 전반기에서 10경기를 뛰었다. 경남 김종부 감독은 월드컵 휴식기 동안 전력 보강에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유지훈이 눈에 띄었다. 유지훈은 "나도 생각지도 못하게 경남에 오게 됐다"라면서 "감독님이 나를 선택해주셨고 나도 친정팀 경남에 와서 좋은 모습을 보이려 많은 노력을 했다. 감독님께서도 많은 지도를 해주셨다"라며 조금은 어색한 친정팀 적응기를 전했다.

김종부 감독은 유지훈에게 강한 신뢰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승리의 요인이었던 간결한 공격 과정을 설명할 때도 네게바의 크로스가 아닌 유지훈과 이광진을 강조했다. 김종부 감독은 "유지훈과 이광진에게 측면 크로스를 강조한다"라고 전했다. 2부리그 하위 팀에 있던 선수가 월드컵 휴식기 이후로 1부리그 2위 팀의 핵심이 됐다.

유지훈 또한 김종부 감독의 말에 덧붙여 말했다. 그는 "항상 훈련할 때도 크로스 놓는 위치를 얘기한다. 경기장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그 위치에 크로스를 올리고 선수들도 그 상황에 크로스가 향하는 위치로 들어간다. 약속된 플레이가 있다. 오늘도 말컹이 득점했던 게 우리가 패턴이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훈련 내용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유지훈은 "예전에는 1부리그에서 많이 뛰었는데 2부리그로 내려가서 침체기가 있었다. 처음 경남에 왔을 땐 적응도 잘 안 되고 경기력이 좋지 않았는데 감독님 말씀을 잘 듣다 보니까 경기력도 좋아지고 팀이 승리를 거두면서 나 또한 많이 좋아진 것 같다"라면서 "다시 올라와서 맞부딪혀 보니까 이제 다시 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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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은 튼튼해졌다. 최전방의 말컹은 이날도 맹활약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중원에는 최영준이 기둥처럼 버텼고 수비는 박지수가 라인을 조절하며 팀의 공수 템포를 조절했다. 이번 시즌 합류한 네게바와 파울링요, 쿠니모토도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베테랑 최재수의 체력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에서 유지훈이 자기 몫을 해내며 공수 균형이 조화를 이뤘다. 유지훈의 합류로 하반기 경남의 여름이 더욱 강해졌다. 6경기 연속 무패 행진. 리그를 독주하는 전북현대의 유일한 대항마, 혹은 경남의 AFC챔피언스리그 진출에 대한 이야기도 가능한 성적이다.

유지훈은 "처음 경남 선수들끼리는 강등만 면하자고 생각했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경기를 뛰면서 계속 상위권에 있으니까 선수들도 그렇고 감독님도 다 욕심이 생기는 거 같다. 그래서 매 경기 지지 않고 순위를 유지하자는 마음으로 변했다. 그리고 선수들이 매우 헌신적이다. 쉽게 지지 않을 것"이라며 경남의 선전을 기대하게 했다.

김종부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와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서 선수들의 정신력을 강조했다. 더 강한 팀을 만들고 언제나 선수들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게 '위닝 멘탈리티'를 강조했다. 그리고 김 감독은 선수단을 꾸리고 성적을 내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그 속에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2부리거였던 유지훈이 있다. 지금은 1부리그 2위 팀에서 왼쪽 수비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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