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왕’ 창녕WFC 안혜인을 아시나요?

ⓒ 이천대교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작년 12월 세종시에서였다.

전·현직 인천유나이티드 선수들로 구성된 아미띠에라는 단체가 있다. 혼혈 가정에서 자란 강수일이 대표를 맡고 있고 시즌을 마친 후 휴식기마다 국내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 활동을 펼치는 곳이다. 작년 12월 아미띠에는 세종시에서 ‘제4회 드림컵 축구대회’라는 이름으로 다문화 어린이와 소외계층,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축구 멘토링 등 봉사활동에 힘썼다.

인천에서 인연을 맺은 선수들이 함께하는 행사지만 3년 전부터는 여자축구 선수들도 이들과 함께 봉사 활동에 참여했다. 강수일은 “여자선수들도 좋은 일을 많이 하는데 잘 노출되지 않거나 같이 어울릴 기회가 없다 보니 함께하게 됐다”라며 배경을 밝혔다. 그 자리에서 안혜인을 처음 만났다. 그녀는 아이들과 시종일관 함께 공을 차고 뛰기도 했고 다문화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안아주며 비타민 역할을 했다. “우리 아이들 기죽을까 봐”라면서 가장 열심히 뛰었다.

당시 그녀는 이천대교의 해체로 팀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녀의 동료 중에는 이미 다른 팀을 찾은 선수들도 많았다. 자신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 상황에서 아이처럼 웃으며 아이들과 어울렸다. 다행히 여자축구 실업리그는 이천대교의 빈자리를 창녕WFC로 채웠다. 안혜인도 신생팀 창녕으로 향했다.

안혜인은 이천대교 해체 이후 창녕WFC로 향했다 ⓒ 이천대교

제17회 전국 여자축구 선수권대회가 열리는 합천에서 안혜인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한때 국가대표 수비수로도 뛰었던 그녀는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분주하게 뛰었다. 이번 대회는 폭염으로 인해 주로 저녁에 열렸지만 이 경기가 열렸던 시간은 아직 해가 쨍쨍했다. 40도에 육박하는 더위에서도 땀을 흘리며 열심히 뛰었다. 이날 창녕은 안혜인의 활약으로 대구WFC를 4-0으로 꺾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그녀는 다음 경기를 위해 후반 27분 이도현과 교체됐다.

안혜인의 활약을 지켜보는 사람 중에는 그녀의 중·고등학교 스승이었던 광주 운남고 이미애 감독도 있었다. 이미애 감독은 안혜인을 바라보며 “쟤 참 괜찮은 애예요”라고 말했다. 이 감독과 운남고 학생들은 창녕과 대구의 전반전이 끝나고 경기를 떠날 계획이었다. 전반전이 끝나자 이 감독이 자신의 현 제자 한경하를 향해 말했다. “가서 혜인 언니한테 축구화 받아와.”

운남고 한경하는 쑥스러움을 안고 안혜인에게 다가갔다. 경기 중이었던 안혜인은 “경기 끝나고 보면 안 될까?”라고 했지만 이 감독이 “우리 지금 가야 하는데”라고 말하자 “잠깐만”이라며 곧장 벤치에서 축구화 상자를 들고 뛰어왔다. 축구화 선물을 받은 한경하는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며 경기장을 떠나는 내내 싱글벙글한 모습이었다. 이 감독은 안혜인에게 “나중에 보자”라며 안부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 스포츠니어스

경기를 마친 후 안혜인을 만나 사정을 물었다. 안혜인은 “감독님이 중·고등학교 때 절 지도해주셨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님이에요”라면서 “감독님이 그러더라고요. 그 친구가 그전까지 신고 있던 축구화 상태가 좋지 않으니 도와줄 수 있겠냐고. 어려운 일 아니잖아요.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하고 준비해서 왔어요”라고 전했다. 그녀는 “사실 경기 끝나고 좀 더 얘기도 나누고 싶었는데 바로 가야 된다고 해서 좀 아쉬워요”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유난히 특별해 보였다. 안혜인을 만날 때마다 그녀는 어떤 형태로든 꼭 누군가를 돕고 있었다. 안혜인은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도와줘야죠. 도와줘서 잘 되면 보기 좋고, 잘 안 돼도 그 아이가 아직까지는 축구를 하고 있으니까 여자축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라며 “아무것도 아닌 일이에요”라며 특유의 밝은 표정으로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안혜인의 선행은 기질이다. 수비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변경한 그녀는 “아직 위치가 어색하다”라면서도 “수비수였기 때문에 공격이 앞에서 뛰지 않으면 힘들다는 걸 알아요. 잘 못 해도 열심히만 뛰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미애 감독이 말했던 ‘괜찮은 애’는 경기장 바깥뿐만 아니라 팀 안에서도 헌신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팀 동료들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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