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선수권’ 합천은 지금 폭염과의 전쟁 중


[스포츠니어스|합천=조성룡 기자] 덥다. 지독하게 덥다.

연일 낮 평균 기온이 최고 기록을 세우고 있다. 제 17회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경상남도 합천도 마찬가지다. 최고 기온이 40도를 육박한다. 대회 관계자와 선수들은 모두 혀를 내두른다. 훈련에 나서는 수원도시공사 이현영도 해를 바라보며 한 마디 던졌다. “와 진짜 덥네요.” 이런 날씨에서 축구를 하는 것은 한계에 도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날씨에 축구계는 속이 타들어간다. 지금은 여름방학이다. 주요 전국대회가 이 기간에 열린다. 일부 대회는 교육부와 협의를 통해 학기 중에 개최했지만 여전히 대부분 전국대회는 방학 기간에 열린다. 기본적으로 교육부는 학습권 보장 등의 이유로 방학 때만 전국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 따라서 전국 각지에서는 이 기간에 전국대회가 열린다. 여자축구는 이 때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가 열린다. 대회 주최측은 경기 운영만큼 중요한 것이 ‘폭염과의 전쟁’이다.

안부 인사는 ‘얼음물’로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한국여자축구연맹은 정신이 없다. 선수들이 무더운 그라운드에서 폭염과 싸우는 동안 연맹은 보급을 담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관계자와 관중들의 안전 또한 신경써야 한다. 핵심은 세 가지다. 경기 시간을 최대한 늦추고, 많이 쉬게 하고, 시원한 것을 많이 마시게 하는 것이다.

연맹은 각 경기장에 아이스박스와 대형 얼음을 대량 투입했다. 박스 뚜껑을 열면 얼음물과 과일이 항상 비치되어 있다. 그라운드에 물을 내놓으면 뜨거워질 수 밖에 없다. 더위를 이기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경기 도중 선수들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물을 최대한 시원하게 유지하도록 신경을 썼다. 경기진행요원이나 관계자들은 수박 등 수분이 많은 과일을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한 경기장에서는 최소 두 경기, 최대 네 경기가 열린다. 아무리 성능이 좋다 하더라도 마지막 경기가 끝날 때까지 시원함이 유지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요즘 연맹 직원들은 모두 ‘배달원’으로 변신했다. 항상 손에 얼음물 등 시원한 것들이 들려 있다. 계속해서 경기장을 돌면서 점검하고 보충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안부 인사를 건넬 때마다 얼음물이나 아이스크림 등을 손에 쥐어준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인사인 셈이다.

경기 시간, 줄이고 늦춰라
대회가 열리던 도중 관계자들에게 갑자기 문자 한 통이 날아들었다. 연맹이었다. 연맹은 “연일 기록적인 폭염에 따라 선수단 안전을 위해 각 학부 별 경기 시간 변경 및 적용 시기를 공지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초등부부터 대학부까지 각 5분 씩 단축했다. 대한축구협회의 권고가 있자 연맹은 발 빠르게 SNS 등을 통해 지도자들과 의견을 교환한 후 단축을 결정했다.

대한축구협회는 2018 하계 대회를 앞두고 2017년 10월에 경기 시간을 논의했다. 협회는 하계 대회를 오전 및 야간 경기로 개최할 것을 권장했다.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는 경기 시간 편성에서 제외할 것 또한 권고했다. 하지만 올해 폭염은 오전 경기를 치르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그래서 연맹은 경기 시간을 최대한 늦추고 있다.

현재 합천은 자주 경기 시간 변동이 발생하고 있다. 더위로 인해 계속해서 시간 조정을 협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회 전 오후 4시 25분 킥오프로 예정했던 초등부 경기는 모두 오후 5시 이후로 연기되는 등 최대한 해가 떨어지는 시간에 경기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재밌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대회의 마지막 경기가 끝나면 오후 11시가 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첫 경기부터 마지막 경기까지 자리를 지켜야 하는 대회 관계자들이 저녁 먹을 곳을 찾아 떠도는 상황을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다.

연맹의 히트상품, 물놀이장
충분한 수분 공급과 경기 시간 조정 등은 다른 전국대회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일 것이다. 하지만 연맹은 비장의 무기를 하나 숨겨두고 있었다. 연맹 김정선 국장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한창 더울 때 합천군민체육공원 다리 밑을 한 번 가보세요.” 호기심이 생겨 가봤다. 거기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간이 워터파크’가 개장한 것이었다.

연맹은 하계 전국대회를 위해 물놀이장을 운영하고 있다. 선수들이 휴식 시간을 이용해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해놓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초등부 선수단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중등부도 종종 이용한다. “더운 날씨에 선수들이 좋아한다는데 저희가 막을 수는 없잖아요.” 한 연맹 관계자는 정신 없이 노는 중학교 선수들을 보며 말했다.

약 3년 전부터 운영되기 시작한 물놀이장은 여자축구 선수들의 낙이다. 한 감독은 “숙소가 한 시간 거리인 해인사인데 선수들이 물놀이 하러 가자고 정말 많이 조른다”며 웃었다. 물놀이를 하고 나면 시원한 음료수와 수박이 비치되어 있어 함께 즐길 수 있다. 대회에 참가한 많은 선수들이 쉬는 날이면 점심을 먹고 물놀이장을 찾는다. 추억도 쌓고 시원하게 휴식도 취한다. 한 고등부 선수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도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진짜로.”

사실 이 물놀이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비용이 든다. 비교적 열악한 여자축구의 환경을 생각한다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맹은 계속해서 물놀이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유를 물어보니 김 국장은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다들 좋아하잖아요. 선수들에게 필요하고 선수들이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연맹의 존재 이유 아닐까요?” 실제로 물놀이장에 대한 선수, 지도자, 학부모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쉬는 날 점심을 먹고 난 지도자들은 난감한 상황에 종종 처한다. 선수들이 “물놀이장에 가자”고 조르기 때문이다.

합천군도 물놀이장 운영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한 번은 물놀이장 운영에 필요한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합천군이 나섰다. 선수들은 잠시 후 등장한 차량에 환호했다. 소방차가 투입된 것이었다. 덕분에 어린 선수들은 소방차를 가까이서 구경하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연맹과 합천군은 계속해서 원활한 소통을 통해 무더위를 식히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그래도 덥다
합천의 여자축구 관계자들은 모두 ‘폭염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말 눈물겨운 사투다. 합천 뿐 아니라 현재 전국에서 열리고 있는 축구대회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기록적인 폭염에 대처하기 위해 경기 시간 조정, 워터타임 확대 등을 즉각 조치하도록 했다. 그리고 3년 내에 전면 야간경기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꾸준히 하계 야간경기의 비중을 늘리고자 한다. 현실적으로 학기 중 대회 개최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전면 야간경기 시행을 위해서 인프라 확충도 상당히 신경쓰고 있다. 대회 개최지에 경기장 수 대비 조명시설 비율을 높이도록 강력하게 요구할 예정이다. 2021년까지 대회 개최를 위해서 조명시설 비율을 100%로 맞춰야 한다는 규정을 삽입한다.

하지만 인간이 자연을 이기기는 결코 쉽지 않다. 선수들도 고역이지만 심판들도 만만치 않게 힘들다. 하루에 두 경기를 소화하는 심판들 또한 “더워서 체력 유지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합천에서는 한 명의 심판이 탈진으로 경기 중 교체되기도 했다. 연맹 김 국장은 “이런 날씨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대회 개최 시기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정녕 이 더위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오늘도 ‘폭염과의 전쟁’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wisdrago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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