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C바르셀로나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 | 임형철 기자] AS 로마와 FC 바르셀로나는 지난 시즌 축구 역사에 남을 희대의 명경기를 연출했다. 2017-18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만난 두 팀은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가 홈 4-1 완승을 챙길 때만 해도 4강에 오를 주인공이 일찍 결정된 듯 보였다. 그러나 로마가 2차전 홈에서 기적의 3-0 역전승을 일궈내면서 총합 점수는 4-4 동률이 됐다. 결국 원정 골에서 앞선 AS로마가 34년 만에 4강 진출을 확정했다. 1차전 결과에 방심했던 바르셀로나는 결국 로마 원정에서 희대의 굴욕을 맛봤다.

게다가 이번 여름 브라질 유망주 ‘말콤’을 두고 두 팀이 불편한 관계에 휘말리면서 분위기는 더 묘해졌다. 올해 4월 초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치열한 명경기를 펼친 두 팀은 같은 해 7월 23~4일 하루 동안 선수 영입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일주일 뒤 2018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에서도 한 번 더 맞대결을 갖는다. 올해 만날 때마다 숱한 이야깃거리를 남기고 있는 두 팀이 또 어떤 상황을 연출할지 벌써 많은 기대를 모은다.

보르도가 말콤 이적 소식을 공식 발표하자 로마도 발빠르게 트위터로 소식을 공유했다 ⓒ AS로마 트위터

하루 사이에 벌어진 '말콤 쟁탈전'

두 팀이 얼마 전 불편한 관계에 놓인 이유는 프랑스 리그앙 보르도에서 뛰고 있는 97년생 브라질 윙어 말콤 때문이었다.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 유망주로 국내에도 익히 알려져 있던 말콤은 지난 두 시즌 반 동안 보르도의 오른쪽 윙 주전으로 활약하며 에이스의 존재감을 뽐냈다. 치고 달리는 능력이 좋고 스루패스로 동료를 지원하는데도 능한 모습을 보여준 말콤은 이번 여름 인터밀란, 풀럼, 로마, 에버튼 등 여러 팀의 시선을 끌었다. 그중 가장 강력하게 구애한 팀은 로마였다.

로마는 알리송을 리버풀에 판 직후 말콤과 보르도에 본격적인 제안을 했다. 지난 시즌 오른쪽 윙 자원이 부족해 아쉬움을 삼켰던 로마이기에 말콤에 대한 남다른 절실함이 있었다. 결국, 7월 23일 오후 로마와 보르도가 말콤 이적을 두고 구단 간 합의를 마쳤다. 이 소식은 말콤을 향한 수많은 루머를 종식하길 원했던 보르도가 먼저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말콤은 보너스 포함 474억 원의 이적료로 AS로마행을 결정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날이 바뀌기도 전에 보르도가 말콤의 로마 이적을 갑작스레 철회했다. 말콤의 로마행을 발표한 직후 바르셀로나가 더 좋은 조건으로 말콤 영입을 제안하자 보르도의 마음이 급변했다. 보르도는 말콤이 아직 로마와 메디컬 테스트, 계약서 서명을 하지 않은 것을 이용했다. 사실상 구두 합의나 다름없는 상태였던 구단 간 합의를 없던 일로 처리하면서 바르셀로나의 제안을 수락했다. 로마행 비행기를 타려 했던 말콤은 보르도의 통보를 받고 비행기 표를 취소했다.

결국, 539억 원을 제의한 바르셀로나가 로마의 공식 영입 발표가 뜬 지 하루 만에 말콤을 영입했다. 이번엔 구단 간 합의 후 메디컬 테스트와 계약서 서명까지 순조롭게 진행하면서 최종적으로 말콤을 품는 데 성공했다. 로마는 구단 간 합의를 마친 후 먼저 공식발표를 띄우겠다는 얘기를 하고도 멋대로 이적을 철회한 보르도에 상당한 분노를 느끼고 있다. 동시에 불편한 관계에 휘말린 바르셀로나와 영입이 불발된 말콤에게도 찜찜한 감정이 더해졌다.

보르도가 말콤 이적 소식을 공식 발표하자 로마도 발빠르게 트위터로 소식을 공유했다 ⓒ AS로마 트위터

말콤, 로마 선수는 못 돼도 상대할 수는 있다

공교롭게도 이 사달이 난 후 일주일 뒤에 바르셀로나와 로마 혹은 말콤과 로마의 맞대결이 예정되어 있다. 두 팀 다 2018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첫 번째 경기로 토트넘을 상대한 후 두 번째 경기에서 맞대결을 갖는다. 말콤은 바르셀로나 이적 확정 후 곧바로 미국으로 떠나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출전을 위해 예열하고 있다. 만약 29일 토트넘전을 팀 적응 차원에서 결장할 경우 로마를 상대로 바르셀로나 데뷔전을 치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올해 4월 축구 역사에 남을 명경기를 펼치고도 7월 말 한 선수를 두고 불편한 관계에 놓이면서 또 다른 이야기를 남긴 두 팀이 일주일 후에는 어떤 이야깃거리를 남길까? 불편한 위치에 있는 말콤이 로마를 상대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새 팀에서의 적응을 충실히 해낼 수 있을까? 올해 로마와 바르셀로나가 만나면 최소한 재미는 보장된다. 두 팀의 경기는 8월 1일 수요일 한국 시각 오전 11시 5분에 텍사스주 알링턴에 위치한 AT&T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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