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임형철 기자] AS 로마와 FC 바르셀로나는 지난 시즌 축구 역사에 남을 희대의 명경기를 연출했다. 2017-18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만난 두 팀은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가 홈 4-1 완승을 챙길 때만 해도 4강에 오를 주인공이 일찍 결정된 듯 보였다. 그러나 로마가 2차전 홈에서 기적의 3-0 역전승을 일궈내면서 총합 점수는 4-4 동률이 됐다. 결국 원정 골에서 앞선 AS로마가 34년 만에 4강 진출을 확정했다. 1차전 결과에 방심했던 바르셀로나는 결국 로마 원정에서 희대의 굴욕을 맛봤다.
게다가 이번 여름 브라질 유망주 ‘말콤’을 두고 두 팀이 불편한 관계에 휘말리면서 분위기는 더 묘해졌다. 올해 4월 초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치열한 명경기를 펼친 두 팀은 같은 해 7월 23~4일 하루 동안 선수 영입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일주일 뒤 2018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에서도 한 번 더 맞대결을 갖는다. 올해 만날 때마다 숱한 이야깃거리를 남기고 있는 두 팀이 또 어떤 상황을 연출할지 벌써 많은 기대를 모은다.
하루 사이에 벌어진 '말콤 쟁탈전'
두 팀이 얼마 전 불편한 관계에 놓인 이유는 프랑스 리그앙 보르도에서 뛰고 있는 97년생 브라질 윙어 말콤 때문이었다.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 유망주로 국내에도 익히 알려져 있던 말콤은 지난 두 시즌 반 동안 보르도의 오른쪽 윙 주전으로 활약하며 에이스의 존재감을 뽐냈다. 치고 달리는 능력이 좋고 스루패스로 동료를 지원하는데도 능한 모습을 보여준 말콤은 이번 여름 인터밀란, 풀럼, 로마, 에버튼 등 여러 팀의 시선을 끌었다. 그중 가장 강력하게 구애한 팀은 로마였다.
로마는 알리송을 리버풀에 판 직후 말콤과 보르도에 본격적인 제안을 했다. 지난 시즌 오른쪽 윙 자원이 부족해 아쉬움을 삼켰던 로마이기에 말콤에 대한 남다른 절실함이 있었다. 결국, 7월 23일 오후 로마와 보르도가 말콤 이적을 두고 구단 간 합의를 마쳤다. 이 소식은 말콤을 향한 수많은 루머를 종식하길 원했던 보르도가 먼저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말콤은 보너스 포함 474억 원의 이적료로 AS로마행을 결정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날이 바뀌기도 전에 보르도가 말콤의 로마 이적을 갑작스레 철회했다. 말콤의 로마행을 발표한 직후 바르셀로나가 더 좋은 조건으로 말콤 영입을 제안하자 보르도의 마음이 급변했다. 보르도는 말콤이 아직 로마와 메디컬 테스트, 계약서 서명을 하지 않은 것을 이용했다. 사실상 구두 합의나 다름없는 상태였던 구단 간 합의를 없던 일로 처리하면서 바르셀로나의 제안을 수락했다. 로마행 비행기를 타려 했던 말콤은 보르도의 통보를 받고 비행기 표를 취소했다.
결국, 539억 원을 제의한 바르셀로나가 로마의 공식 영입 발표가 뜬 지 하루 만에 말콤을 영입했다. 이번엔 구단 간 합의 후 메디컬 테스트와 계약서 서명까지 순조롭게 진행하면서 최종적으로 말콤을 품는 데 성공했다. 로마는 구단 간 합의를 마친 후 먼저 공식발표를 띄우겠다는 얘기를 하고도 멋대로 이적을 철회한 보르도에 상당한 분노를 느끼고 있다. 동시에 불편한 관계에 휘말린 바르셀로나와 영입이 불발된 말콤에게도 찜찜한 감정이 더해졌다.
말콤, 로마 선수는 못 돼도 상대할 수는 있다
공교롭게도 이 사달이 난 후 일주일 뒤에 바르셀로나와 로마 혹은 말콤과 로마의 맞대결이 예정되어 있다. 두 팀 다 2018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첫 번째 경기로 토트넘을 상대한 후 두 번째 경기에서 맞대결을 갖는다. 말콤은 바르셀로나 이적 확정 후 곧바로 미국으로 떠나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출전을 위해 예열하고 있다. 만약 29일 토트넘전을 팀 적응 차원에서 결장할 경우 로마를 상대로 바르셀로나 데뷔전을 치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올해 4월 축구 역사에 남을 명경기를 펼치고도 7월 말 한 선수를 두고 불편한 관계에 놓이면서 또 다른 이야기를 남긴 두 팀이 일주일 후에는 어떤 이야깃거리를 남길까? 불편한 위치에 있는 말콤이 로마를 상대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새 팀에서의 적응을 충실히 해낼 수 있을까? 올해 로마와 바르셀로나가 만나면 최소한 재미는 보장된다. 두 팀의 경기는 8월 1일 수요일 한국 시각 오전 11시 5분에 텍사스주 알링턴에 위치한 AT&T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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