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합천=조성룡 기자] 감독은 끊임없이 경기장을 향해 소리친다.

그들의 외침은 그 때 그 때 다르다. 때로는 선수단 전원을 외칠 때도 있고 특정 포지션 선수들을 향해 말할 때도 있다. 그리고 경기력이 아쉬운 선수에게 조언을 할 때도 있다. 만일 감독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 "00아!" 그 때 두 명의 선수가 동시에 감독을 바라보며 대답한다. 그렇다면 참 난감할 것이다. 하지만 아예 없는 일은 아니다. 동명이인일 경우에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합천에서 열리고 있는 제 17회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서 이런 고민을 할 법한 사람을 만났다. 바로 대구동부고 범세원 감독이다. 범 감독은 우연치 않게 이런 인연을 만났다. 동부고에는 김유정이 두 명 있고 안유진이 두 명 있다. 팀에 한 쌍이 있어도 신기한 상황이다. 하지만 동부고에는 두 쌍이 있다. 성까지 똑같으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심지어 안유진은 두 명 모두 미드필더다. 김유정은 한 명이 골키퍼고 다른 한 명은 미드필더다. 김유정은 그나마 낫다. 포지션이 다르니 '시선 처리'로 선수를 구분하면 된다. 하지만 안유진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같은 미드필더에 있다. 동부고는 안유진과 안유진이 서로 패스를 주고받고 김유정이 막아낸 공을 김유정이 공격을 위해 빌드업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하지만 범 감독은 "아직은 괜찮다"라면서 미소를 지었다. <스포츠니어스> 애독자임을 밝힌 범 감독은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면서 "두 명의 안유진은 학년이 다르다. 1학년과 3학년이다. 김유정도 포지션과 학년이 다르다. 골키퍼 김유정은 2학년이고 미드필더 김유정은 1학년이다. 아직까지 그라운드 안에 동명이인이 같이 뛰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라고 소개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고민이 시원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범 감독은 껄껄 웃으면서 "사실 고민이 아예 안되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동명이인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함께 뛰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훈련장에서는 '큰 유진', '작은 유진' 이런 식으로 구분하지만 정신 없는 경기 속에서는 어떻게 불러야 할지 고민좀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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