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WFC가 3점 차이를 뒤집었던 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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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합천=홍인택 기자] 축구는 가끔 설명하기 힘든 일이 일어난다. 주전 선수가 빠진 우리나라가 주전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독일을 두 번 잡았던 경기처럼. 그런 일이 창녕에서도 일어났다.

WK리그에 참가하는 여자축구팀 창녕WFC는 신생팀이다. 이천대교의 해체 이후 새로 탄생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했던 팀이었다. 가까스로 신생팀으로 창단되어 이천대교에서 마지막으로 지휘봉을 잡았던 신상우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신생팀 자격으로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국가대표 수비수 홍혜지를 선택했고 고려대에서 득점 행진을 올리던 손화연도 새로 품었다. 마찬가지로 어려움에 처했던 한양여대 선수들도 대거 창녕으로 향했다. 곽민영과 곽민정, 안혜인까지 팀에 합류한 팀이기에 그때까지만 해도 창녕이 WK리그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줄 알았다.

어린 선수들로 꾸려진 신생팀은 WK리그의 높은 벽에 부딪혔다. 4월 23일 시즌 개막부터 단 한 번의 무승부도 없이 12연패를 기록했다. 두 번째 경기에서 인천현대제철을 상대로 두 골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했지만 그 가능성이 열리기 전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른 7팀을 한 번씩 만나 모두 졌고 처음 만났던 5개 팀과 두 번째 만났을 때도 모두 졌다. 남은 팀은 보은상무와 구미스포츠토토였다.

그리고 7월 9일. 창녕은 보은상무를 만났다. 5월 18일 첫 만남에서는 1-3으로 패배했던 팀이다. 신상우 감독은 칼을 갈고 나왔다. 신상우 감독은 “보은상무는 군인 색이 뚜렷한 팀이다. 패스 게임을 하면 승리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라며 당시 준비한 경기 내용을 회상했다.

신상우 감독의 승부수는 잘 맞아떨어졌다. 창녕은 전반 23분 홍혜지의 선제골로 기세를 올렸다. 전반 34분에는 손화연의 추가골이 터졌고 6분 뒤 곽민영이 쐐기골을 넣으면서 전반에만 세 골을 넣었다. 손화연이 1골 2도움으로 맹활약했다. 창녕은 이 세 골을 잘 지켰고 무실점까지 거두면서 약 두 달 반 만에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창녕WFC는 보은상무를 꺾으며 13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 한국여자축구연맹

13경기 만에 승리를 거둔 창녕은 기뻐할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불과 4일 뒤인 7월 13일 유영아, 최유리, 여민지, 강가애 등이 버티는 구미스포츠토토를 홈에서 만나야 했다. 구미스포츠토토는 바로 전 경기에서 리그 2위를 달리는 수원도시공사를 1-0으로 꺾은 팀이었다. 오랜 연패의 터널을 빠져나왔는데 하필 그 앞에 호랑이가 있었다. 게다가 창녕은 팀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손화연, 송민희, 홍혜지를 출전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성용을 잃은 우리 대표팀, 박지성과 이영표가 빠졌던 우리 대표팀이 독일을 상대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신상우 감독은 구미스포츠토토와의 경기를 앞두고 “날씨가 더워서 전반은 안정적으로 지키고 실점 없이 도전해보려고 했다. 우리는 젊은 팀이라 후반에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라며 경기에 임했지만 전반에만 3골을 먹히며 2연승의 꿈은 멀어져가는 듯했다. 전반 5분 만에 김상은의 골이 터졌고 전반 30분 유영아, 37분 여민지의 추가골로 완전히 무너졌다. 구미스포츠토토는 전반전을 3-0으로 끝내자 후반에는 김상은 대신 최유리를 투입했고 후반 14분에는 유영아를 빼고도 박은선을 투입하는 등 창녕을 완전히 제압하기 위해 나섰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펼쳐졌다. 후반 21분 구미스포츠토토의 실수로 창녕 이민영이 추격골을 넣었다. 갑자기 기세가 오른 창녕은 4분 뒤 안혜인이 또 골을 넣으며 1점 차로 추격했다. 구미스포츠토토가 점점 쫓기기 시작했다. 결국 후반 34분 동점골까지 기록됐다. 전반전 동안 세 골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던 경기를 결국 3-3까지 따라잡았다. 팀의 주축 선수 없이 세 골 차이를 따라잡았다. 보통은 이 정도만 해도 창녕이 칭찬받을 수 있는 경기 내용이다.

그런데 결국 창녕이 일을 내고야 말았다. 팀의 첫번째 추격골을 넣었던 이민영이 후반 추가시간 3분에 극적인 역전골을 넣어버렸다. 선수들이나 감독이나 짜릿한 순간이었다. 곧 종료 휘슬이 울렸고 창녕에 있는 모두가 기뻐했다. 두 달 반 동안 무승부조차 없었던 이 팀은 불과 4일 만에 시즌 첫 2연승을 거뒀다.

신상우 감독은 “전반을 지키려고 했는데 이른 시간에 실점해서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그래도 확실히 젊은 선수들이라 그런지 한 골만 넣으면 되겠다고 생각했었다”라고 전했다. 신 감독은 여전히 구미스포츠토토와의 경기가 얼떨떨한 것처럼 보였다. 그는 “솔직히 내가 선수 생활이나 지도자를 하면서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역전승을 거둔 건 처음인 것 같다”라며 “그 경기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앞으로도 그런 경기는 나오지 않을 것만 같다”라면서 웃었다.

창녕과 신상우 감독은 합천에서 펼쳐지는 제17회 전국 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도 참가하고 있다. 신상우 감독은 “우리는 리그나 선수권대회나 똑같다.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로테이션을 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라면서 “우리는 매 경기 배운다는 자세로 하고 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보은상무전이나 구미스포츠토토전처럼 좋은 결과도 나오지 않겠나. 나름 잘 준비하고 나왔다”라고 전했다. 창녕만큼 더운 합천에서 또 땀을 흘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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