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의 역사’ 유영실 감독의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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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합천=홍인택 기자] 우리나라 여자축구의 역사와도 같은 유영실 감독이 여자축구계를 향해 자부심 섞인 조언과 부탁을 전했다.

유영실 감독이 이끄는 대덕대는 24일 제17회 전국 여자축구 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경남 합천공설운동장에서 김은솔과 윤희선의 골에 힘입어 위덕대를 2-0으로 꺾으며 승리를 거뒀다. 특히 선제골을 기록한 김은솔은 골을 넣자마자 유영실 감독 품에 뛰어들며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대덕대는 지난 경기에서 울산과학대를 상대로 1-2 패배를 거뒀다. 위덕대는 단국대를 상대로 4-0 대승을 거뒀고 울산과학대도 단국대를 4-0으로 꺾으면서 대덕대의 위치가 애매해졌다. 조 2위까지 진출하는 토너먼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위덕대를 반드시 꺾어야만 했다. 대덕대는 지난 여왕기에서 위덕대를 상대로 4-2로 꺾은 기억을 그대로 재현했다.

유영실 감독은 “플레이가 비슷하고 서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오늘도 접전이었다”라면서 “우리가 첫 경기를 지는 바람에 물리고 물리는 조가 됐다. 오늘은 준결승 같은 경기였다.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오늘 지면 다음 경기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투혼이 발휘됐고 오늘 결실을 맺은 것 같다”라면서 경기를 돌아봤다.

유 감독은 “한 경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만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과 서로 많이 힘들었다. 선제골을 넣고 제자가 달려와 감격했다. 어쨌든 저를 더 이해해주고 선수들이 좋게 받아들이고 분위기 좋게 경기해준 선수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전하고 싶다”라면서 선수들을 칭찬했다.

유영실 감독은 여자축구 1세대다. 1990년 북경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다른 종목에 있는 선수들을 모아 급조한 팀이 우리 여자대표팀의 출발로 알려져 있다. 여자축구가 체계적으로 시작된 것이 1991년이었고 유영실 감독 축구인생의 시작 또한 1991년이었다. ‘여자축구 1세대’, ‘여자축구의 대모’라는 수식어가 늘 그녀를 따라다닌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전국의 여자축구 선수들이 모이는 이 선수권대회가 명절같은 날이다. 유 감독은 “그렇다”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실업팀에도 제자들이 많고 감회가 새롭다. 실업팀 감독님들도 많이 오셨다. 우리 아이들도 팀에 보내야 하는 처지다. 가까이서 우리 아이들을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 좋다”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부디 이 아이들이 걱정 없이 뛸 수 있도록 ⓒ 한국여자축구연맹

여자축구의 ‘대모’가 보는 여자축구는 어떻게 변했을까. 여자축구 대표팀은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통해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 감독은 “올해 우리나라 선수 구성이 워낙 좋다. 조금만 집중하고 준비만 잘 된다면 어떠한 성적도 낼 것 같다”라면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여자축구는 내년에 열리는 프랑스 월드컵 진출에 성공하며 2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남자 대표팀을 향한 무관심에 이어 여자 대표팀의 쾌거에도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이를 바라보는 유 감독의 시선이 궁금했다.

유 감독은 “우리 때는 16개국이 월드컵을 치렀다. 월드컵 진출 자체가 16강이었고 그때는 좀 어려웠는데 지금은 24개국이 출전하다 보니까 좀 더 여유가 있는 편”이라면서 “아직은 우리나라 정도의 실력이면 월드컵은 당연히 나갈 수 있다”라면서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어쨌든 여자축구는 비인기 종목이다. 우리한테는 그게 가장 아킬레스건인 거 같다. 워낙 시장 차이도 크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것”이라면서 “어쨌든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준다면 파급효과가 훨씬 클 것 같다. 나름 월드컵 진출은 하지만 그럴만한 성적이 안 나오다 보니까 지금 여자축구가 많이 침체되어 있다. 그래서 많이 열악하다”라고 평가했다.

유 감독은 “팀들이 재정난으로 조금씩 해체도 많이 한다. 해체 준비가 드러난 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팀도 있다. 환경적으로 여자축구가 이슈되지 못하면 언제 또 그런 재정난이 찾아올지 모른다. 아시안게임이나 월드컵에서 성적을 내준다면 여자축구도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여자축구 대표팀을 향해 간곡히 부탁했다.

유영실 감독은 “올해가 유독 더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선수들 대부분이 합천의 더운 날씨에도 경기 체력을 끌어 올렸다. 여자축구의 역사와 같은 유 감독이 선수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애정을 넘어 책임감과 자부심도 함께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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