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과 최후방, 대구동부고 신보미는 만능을 꿈꾼다


[스포츠니어스|합천=조성룡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프랑스 음바페의 모습은 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음바페의 존재감은 많은 축구팬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음바페 쪽으로 패스가 간다면 사람들은 기대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골 결정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가 공을 잡으면 ‘무슨 일이 날 것 같다’는 긴장감과 설렘이 들었다. 실제로 그는 사람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며 러시아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월드컵이 끝나고 며칠 뒤 합천에서 음바페와 비슷한 선수를 발견했다. 대구동부고와 전북한별고의 제 17회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 조별예선 경기였다. 최전방에 위치한 대구동부고의 키 큰 선수는 위력적이었다. 그녀를 향해 공이 가면 관중들은 기대했다. 그리고 그녀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탄탄한 피지컬을 자랑하며 상대 수비수를 헤집었다. 이 경기에서 그녀는 두 골을 기록하며 만점 활약을 선보였다. 순간 그녀를 보며 음바페를 떠올렸다.

경기 후 대구동부고 범세원 감독을 만나 “8번 선수 정말 인상적이었다”면서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러자 범 감독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걔 원래 수비수였어요. 공격 시작한지 1년도 되지 않았어요.” 놀랐다. 음바페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김신욱이었다. “주요 공격수들이 모두 졸업하면서 그녀에게 공격수를 맡겼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굉장히 잘해주네요.” 그녀는 대구동부고의 주장이자 에이스인 신보미였다.

“공격수 하고 욕 많이 먹었어요”
대뜸 그녀에게 정체성을 물어봤다. “당신은 공격수인가 수비수인가?”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한 신보미는 웃으면서 “지금은 공격수”라고 대답했다. 개인적인 생각을 밝혀달라고 하더니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만능이라 불렸으면 좋겠다”라며 웃는다. 그녀가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꾼 것은 1년도 되지 않는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나서 정식으로 공격수의 길을 걸었다.

첫 시작은 험난했다. 최후방을 든든히 지키는 센터백이 최전방에서 골을 노리는 공격수로 변신했다. 많은 것이 달랐다. 처음에는 마음 고생도 심했다. “처음에 공격수 시작하고 나서 정말 힘들었다. 특히 팀 동료들에게 욕도 많이 얻어먹었다. 골을 잘 넣지 못한다고 친구들이 정말 뭐라고 많이 했다”고 말한 그녀는 “지금도 넣을 수 있는 골을 잘 넣지 못한다. 속칭 ‘세모발’인가 싶을 정도였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나마 지금의 신보미는 공격수에 제법 어울리는 선수다. 전북한별고전만 봤을 때는 수비수였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요즘도 일대 일 찬스는 잘 살리지 못한다”라고 멋쩍게 웃은 그녀는 “그래도 중거리 슈팅은 많이 발전한 것 같다. 멀리서도 골을 넣을 수 있겠더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녀의 프로필 상 키는 173cm다. 여자 선수치고 상당히 큰 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보다 발을 선호하는 셈이었다.

“골은 기분 좋지만 헤더는 아직도 어려워요”
수비수로 살아왔지만 그녀는 이제 공격 본능에 조금씩 눈을 뜨고 있다.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포지션을 물어보니 그녀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수비수가 더 어울린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골을 막는 것보다 골을 넣는 것이 더 매력적이다. 골을 넣으면 짜릿하다”라고 말한다. 수비수는 골을 막아야 하고 공격수는 넣어야 한다. 두 가지 매력에 모두 눈을 뜬 셈이다.

골을 넣는 순간 “굉장히 짜릿하고 뿌듯하다. 그리고 팀에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같아 좋다”라고 말한 그녀는 “물론 막는 것도 기분 좋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팀 승리를 위해 결정지어줘야 하는 것은 공격수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녀는 단순한 공격수가 아니라 팀의 주장이기 때문에 더욱 승리에 대한 갈망이 커 보였다. 그리고 승리를 위해서는 골이 필요한 법이다.

현재 그녀의 최대 고민은 ‘헤더’다. 의외다. 장신 공격수가 헤더가 걱정이라는 것은 예상 밖이다. 하지만 그녀는 나름대로 타당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센터백일 때는 헤더를 잘 따냈다. 그저 위험 지역 바깥으로 걷어내면 된다. 하지만 공격수의 헤더는 조금 더 정교해야 한다. 그리고 날아오는 크로스를 머리로 틀어서 골문 안으로 집어 넣어야 한다. 아직까지는 어렵더라”고 밝혔다.

“다 잘하고 싶어요. 합천에는 늦게까지 있고 싶어요”
대구동부고에서는 공격수로 활약하는 신보미지만 경기도 파주에만 가면 다시 한 번 센터백으로 변신한다. 현재 신보미는 U-18 여자 대표팀 자원 중 하나다. 한 달 전 파주NFC에서 열린 AFC U-19 여자 챔피언십 대비 3차훈련 소집 명단에도 포함됐다. 여기서 신보미는 최전방이 아닌 최후방에 위치해 있다. 소속팀에서는 골을 넣다가 대표팀에만 가면 골을 막는 입장이 되는 것이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때로는 어색하고 때로는 힘들다. “학교에서 하는 플레이와 대표팀에서 하는 플레이는 완전히 다르다. 학교에서 하는 것과 많이 다르니 어색하고 힘든 점이 있다”라고 말한 그녀지만 “많이 힘들어도 여러가지를 해봐야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것 같다.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그래서 만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보미는 ‘무서운 선수’를 꿈꾼다. 그래서 그녀의 롤 모델은 황희찬이다. ‘황소’라는 황희찬의 별명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그녀는 저돌적이고 상대에게 무서운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위협적인 선수가 되기를 꿈꾼다. 이를 말하며 그녀는 생글생글 웃는다. 무서운 선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라운드 밖에라서 그런 것일 지도 모르겠다.

‘만능’을 꿈꾸는 신보미는 욕심이 많다. 소속팀인 대구동부고에서도 대표팀에서도 다 잘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대구동부고도 좋은 성적을 내고 대표팀에서도 매력적인 자원으로 부상할 수 있다. “주장의 입장에서 우리 팀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최대한 합천에 늦게까지 있고 싶다”라고 말한 그녀는 “일단 조별예선에서는 한 번 더 멀티골을 넣고 싶다. 그리고 토너먼트에 들어가면 정말 죽을 힘을 다해 한 번 뛰어보겠다”는 겸손한 섞인 각오를 마지막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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