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 언쟁, 오히려 필요하다

경기 도중 고요한과 안델손이 언쟁하는 모습 ⓒ SPOTV 중계화면 캡쳐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인천유나이티드와 FC서울의 인경(경인)더비가 펼쳐졌던 2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해프닝이 있었다. 전반 18분경 측면에서 중앙으로 쇄도하는 고요한을 보며 황기욱이 공을 길게 올렸다. 공은 고요한에게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이상호가 중앙에 있는 안델손에게 헤딩으로 패스했다. 왼쪽에는 정현철이 완벽하게 비어있었다. 그러나 안델손의 선택은 슈팅이었다. 안델손의 슈팅은 빗맞았고 골문 왼쪽으로 데굴데굴 굴러가고 말았다.

아쉬워하는 안델손을 향해 고요한이 소리를 높였다. 대화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처음 안델손에게 소리를 높이며 다가가는 모습을 볼 때 왼쪽의 정현철에게 패스하지 않았던 안델손의 선택을 질책하는 듯 보였다. 이에 안델손은 주장의 불만을 수용하지 않았고 도리어 화를 냈다. 현영민 해설위원은 “충분히 슈팅을 때릴 수 있는 거린데 왜 이거에 대해서 나에게 이야기를 하느냐고 말하는 듯하다”라며 안델손의 행동을 해석했다.

안델손과 고요한의 충돌은 취재진과 팬들 사이에서 논쟁으로 이어졌다. 서울 팬들은 안델손과 고요한의 충돌을 보며 뒷목을 잡았고 다른 팀의 팬들은 서울팀 내 선수들의 ‘불화’를 이야기하며 비웃었다. 이을용 대행은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팀이 잘 되는 과정이다. 크게 개의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을용 대행의 말에 동의한다. 사실 팬들이 언급한 ‘내분’이나 ‘불화’라는 단어 자체가 조금 자극적이라는 생각이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취재진은 ‘트러블’이나 ‘언쟁’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들은 승리를 위해 언쟁했다. 골을 위한 결정에서 두 선수 간의 의견이 달랐을 뿐이다. 물론 결과론적으론 안델손의 결정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두 선수 모두 ‘골’을 이야기했다.

해프닝이었을 뿐이다. 오히려 이런 모습이 자주는 아니더라도 간혹 비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팀의 승부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될 수 있다. 상대 팀의 선수와 언쟁하거나 몸을 밀치는 행위보다도 같은 팀 동료들이 승리와 골을 위해 언쟁하는 모습은 더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다. 서울이 아닌 다른 팀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친한 데 브라이너와 실바도 언쟁을 높였다 ⓒ 맨체스터 시티 페이스북

해외서도 빈번한 동료간 말다툼

2017/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나폴리를 만난 맨체스터 시티의 케빈 데 브라이너는 전반전을 마친 후 심판과 이야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심판에게 다가가는 데 브라이너를 같은 팀 동료인 다비드 실바가 막아섰고 데 브라이너는 실바에게 큰 소리로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데 브라이너는 <텔레그래프>를 통해 “우리는 잠시 토론을 했다. 1분이 지나면 잊어버린다. 이런 일은 내 아내와도 가끔 발생하는 일이다. 우리 모두가 그런다. 때때로 이런 토론은 필요하다”라며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유벤투스로 이적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레알 마드리드에서 뛸 당시 자신에게 패스가 오지 않으면 종종 동료들을 향해 화를 냈다. 팬들은 그 모습을 중계 화면으로 지켜보면서 “패스 안 줬다고 저러는구나”라며 웃어넘긴다. 유독 K리그 선수들에게는 이 잣대가 엄격하게 적용되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해외에서도 동료 간의 언쟁이 부정적으로 다뤄진 일들은 있었다. 파리 생제르맹(PSG)의 네이마르와 에딘손 카바니가 페널티킥을 두고 언쟁하는 모습,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과 에릭 라멜라가 페널티킥을 두고 언쟁 끝에 라멜라가 공을 차기 위해 준비했던 모습, 또 손흥민과 델레 알리가 서로의 플레이에 불만을 나타내며 ‘F’가 들어가는 단어로 언쟁을 높였던 모습들이 기억난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골을 넣고 팀이 승리했을 때 어깨동무를 하며 활짝 웃었다.

토트넘 홋스퍼를 이끄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라멜라와 손흥민의 페널티킥 언쟁 장면을 보고 “이런 경우는 아무도 차려고 하지 않는 것보다는 확실히 낫다. 모두 용기 있는 선수들”이라며 오히려 선수들을 칭찬했다. 한때 ‘왕따설’까지 돌았던 PSG의 카바니는 “선수들의 성격은 모두 다르다. 우리가 경기장에 있을 때는 팀이 이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면서 불화설을 일축했다.

다 잘 되자고 하는 일이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승리를 위한 언쟁이라면 필요하다

축구는 전쟁과 같다. 육체의 속도도 생각의 속도도 빨라야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의 한마디를 나누는 것도 필요하지만 때때로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할 수 있는 따끔한 말이 필요할 때도 있다. 물론 서로 자기 생각이 옳다며 언쟁을 높이는 상황도 필요할 수 있다.

고요한은 팀의 주장이다. 팀의 현재 성적에 만족할 수 없는 선수다. 동료들은 고요한에 대해 “주장 완장을 차면서 팀 동료들에게도 서울의 순위 상승을 강조하고 있다”라고 자주 언급했다. 안델손은 팀의 외국인 공격수로서 골을 기록하고 팀 승리에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이 있다. 고요한의 의견도, 안델손의 의견도 존중받을 수 있다.

운동장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언쟁은 운동장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경기가 끝난 뒤에도 내부에서 분열하거나 불화를 겪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친한 친구들과 가족 사이에서도 언쟁은 일어난다. 그렇다고 그들의 관계가 크게 틀어지지는 않는다.

어쨌든 고요한과 안델손을 꽁꽁 묶은 인천의 수비도 뛰어났다. 서울은 4경기 무패 행진이 깨졌다. 언쟁 이후에 추가 득점을 기록했거나 안델손이 골을 넣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말이다. 서울의 승부욕은 충분히 볼 수 있었다. 리그는 여전히 19경기가 남았다. 이번 언쟁이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골로 연결되면 될 일이다.

intaekd@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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