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관중 569명 오는 ‘보도자료용 구단’

강원fc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요 근래 몇 번 K리그2 서울이랜드 경기장에 갔다가 힘이 쫙 빠진 적이 있었다. 관중수가 세 자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프로 무대에서 관중수가 세 자리에 그치는 건 사실상 프로로서의 가치를 잃었다고 봐야한다.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 있는 관중을 빼면 거의 무관중 경기와 다름 없는 경기다. 종종 가는 내셔널리그 경기장이나 K3리그 경기장에서도 어지간하면 이보다 관중수가 많다. 가끔씩 이런 경기를 접할 때마다 “도대체 이 구단은 운영을 어떻게 하는 거야?”라는 분노가 치솟는다. 세 자리 수 수준의 관중은 선수 가족이나 관계자 지인, 취재진 정도를 합치면 나온다. 사실상 자발적으로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없다고 봐야할 수준이다.

관중 569명 오는 스타군단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지난 18일 강원FC의 홈 경기 관중이 569명에 그친 것이다.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서울이랜드는 우리가 관심이 부족한 K리그2에 있고 유명한 선수가 없기라도 하지 강원FC는 그렇지도 않은 구단이기 때문이다. 사장이 감독보다 언론에 더 많이 나와 매일 같이 성공을 이야기하고 자서전까지 내 홍보하는 바로 그 유명한 구단의 관중이 569명이라는 건 충격적인 일이다. “이청용을 영입하겠다”며 아주 그럴싸한 포부를 언론에 밝혔던 그 구단이 569명이 뿐이었다. 직원들은 열심히 사장님 기사에 칭찬 댓글을 다는데도 구단 흥행은 요 모양 요 꼴이다. 충격적인 수준이다. 이 정도라면 지자체에서 예산이 끊겨도 할 말이 없다. 이런 구단에 지원하지 말고 어디 자전거 도로 하나 깔아주는 게 569명 이상의 시민을 위한 복지일 테니 말이다.

핑계를 전혀 댈 수 없는 경기였다. 강원FC는 이범영과 오범석, 황진성, 디에고, 제리치, 문창진 등 스타 선수들이 대거 출장했다. 상대팀 울산 역시 화려한 선수 구성을 자랑한다. 김용대를 비롯해 K리그에서는 스타급 선수로 평가받는 이들이 대거 등장했다. 한승규와 황일수, 박용우, 에스쿠데로 등이 출격했고 벤치에는 강민수와 김인성, 이근호가 대기를 하고 있었다. 평일 저녁 열리는 경기라고 핑계댈 것도 없는 경기였다. 그래도 아무리 못해도 관중이 3~4천 명은 와야 “평일 저녁 경기라 관중이 적었다”고 할 수 있다. 569명의 관중은 그 어떤 핑계도 댈 수 없다. 아마도 이 스타급 선수들이 어디 충남 논산에 모여 조기축구를 해도 569명의 관중은 모일 것이다. 이 경기를 열심히 준비한 이들도 있겠지만 이 수준이라면 프로 타이틀은 떼자.

같은 시간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10,579명의 관중이 찾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전남의 경기에는 5,329명의 관중이 모여 들었고 수원삼성-인천전에는 3,455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대구스타디움에도 1,575명의 관중이 모였다. 한 여름 평일 저녁 경기라고 해 핑계를 댈 것도 없다. 군 팀이라 관중의 충성도가 낮은 상주상무도 K리그1의 비인기 팀인 경남FC와 경기를 하는데 관중이 714명은 왔다. 강원이 관중 동원 꼴찌다. 매일 같이 그럴싸한 보도자료를 내고 뭐 대단한 경영 철학을 가진 것처럼 인터뷰를 내긴 내는데 관중은 채 600명이 안 된다. 이 정도면 K리그 팬으로서 화가 날 수준이다. 싹 갈아 엎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은데 또 이 팀의 수장(?)은 언론에 나와 자기 인생의 성공을 이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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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현대 선수들이 강원과의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를 빠져 나가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평창도 실패고 춘천도 실패다
강원FC는 지난 시즌부터 떠돌아 다니고 있다.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점프 경기장을 홈으로 썼었고 올해부터는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경기를 한다. 중간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있어 잠깐 원래 홈 경기장인 강릉종합운동장을 쓸 수 없었던 시기도 있다. 그들의 떠돌이 생활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강원FC가 차선책으로 선택한 평창과 춘천은 접근성과 시설 모두 최악이었다. 평창은 악취가 진동했고 잔디도 거의 맨땅 수준이었다. 화장실은 여전히 생각하기도 싫다. 봄이 되니 진흙에 발이 푹푹 빠졌다. 춘천도 마찬가지다. 자가용이 없으면 아예 접근 엄두도 낼 수 없는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는 건 관중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일이다. 심지어 어제 경기는 강릉에서 운행하는 단체 버스도 신청자 저조로 취소됐다. 알아서 이 꼭꼭 숨은 경기장까지 찾아가야 한다.

경기가 밤 10시에 끝나는데 강릉행 막차는 밤 9시 30분이다. 자가용이 없으면 아예 갈 엄두가 나지 않은 곳이다. 공격적인 선수 영입을 하면 뭐하나. 이렇게 팬들을 위한 기본적인 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은데 최고의 스타들이 뛰고 있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호날두와 메시도 관중 앞에서 뛰어야 빛나는 법이다. 1부리그 경기 관중이 569명에 불과하다는 건 정말 정신차려야 할 일이다. 이래 놓고 또 공격적인 마케팅 운운하며 언론 플레이로 수습하려고 하지 마시라. 적어도 이 정도 선수 구성이라면 아무리 못해도 5천 명 정도의 관중은 모아놓고 자화자찬하시라. 어느 팀이건 감독보다 단장이나 사장이 언론에 많이 나오는 구단은 신뢰할 수 없다. 이건 지금까지의 내 경험이다. 단장과 사장이 감독보다도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 있는 구단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걸 본 적이 없다.

무슨 “강원FC가 춘천시대를 열었다”고 보도자료를 뿌리기 이전에 내실을 다지라. 나는 강원FC가 결국에는 다시 강릉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지역내에서 가장 축구 열기도 높고 그래도 강원FC의 고정팬이 많은 강릉으로 복귀하지 않고서는 평창을 돌건 춘천 순회 경기를 하건 어디 강원도 화천 군부대 앞에서 축구를 하건 비전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살기 위해서라면 강릉으로 복귀해야 한다. 작년까지는 평창올림픽 때문에 강릉종합운동장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핑계가 먹혔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이미 지난 4월부터 내셔널리그 강릉시청은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아주 잘 경기를 치르고 있다. 다만 강원FC가 강릉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건 강릉시와 구단 수뇌부의 갈등설 때문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결국 강원FC는 갈등을 풀지 않은 채 ‘춘천 시대’ 운운하며 겉포장만 하다가는 569명의 관중만을 모셔야 한다.

강원fc 이근호
울산현대 이근호가 경기가 끝난 뒤 친정팀 강원 팬들에게 인사를 하러 다가가고 있다. 이 경기에는 스토리가 풍부했지만 관중은 600명을 넘기지 못했다. ⓒ프로축구연맹

겉만 번지르르한 ‘보도자료용’ 구단이 될 것인가
나에게 오는 제보 중 80% 이상은 강원FC 구단 고위층의 비위에 관한 것이다. 이 중에서는 놀랄 만한 사실도 있고 정말 이 정도까지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유치한 사실도 많다. 하나하나 사실 관계를 따지고 있고 취재 중이다. 하지만 이런 제보를 떠나 겉으로 딱 보이는 모습만으로도 강원FC는 한심하게 돌아가고 있다. 뭐 매일 어디와 무슨 협약을 체결했다고는 하고 보도자료는 숱하게 내는데 그래서 얻은 효과라는 게 무엇인가. 이렇게 ‘대놓고’ 일하는 티 내지 않는 구단도 아무리 못해도 관중이 세 자리를 찍는 일은 없다. 뭘 도대체 어떻게 하기에 마케팅 협약 보도자료는 매일 나오는데 관중은 569명인가. 열심히 일하는 직원의 노고야 박수를 보내야하지만 이건 아예 큰 그림 자체가 잘못됐다. 춘천에서는 그렇게 아무리 해도 답이 없다는 걸 관계자들은 다 알지 않는가.

강원은 매력적인 구단이었다. 스타급 선수가 없어도 끈끈함으로 싸우는 팀이었다. 그들이 스타 선수를 대거 영입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하지 않아도 꽤 괜찮은 팀이었다. 가끔씩 빅클럽을 잡는 다크호스였고 강릉종합운동장에 가면 인상 좋은 아저씨들이 막걸리도 건네며 신명하게 응원하던 구단이었다. 하지만 공격적인 투자랍시고 인프라도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몸값 비싼 선수들만 데려왔다. 팀은 홈 구장도 없어 강원 전역을 떠도는데 선수단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 정도 투자라면 지금쯤 리그 우승을 한 번쯤 해서 성적으로 보여주거나, 아니면 만 명 이상의 구름관중을 모아야 성공이다. 과거 성남일화가 아무리 관중이 없어도 경기력으로 보여주니 그 팀은 지금도 늘 언급되고 있지 않나. 그런데 강원은 그냥 애매하다. 차라리 그 투자 금액으로 강릉 어딘가에 전용구장을 하나 지었더라면 미래를 위해서 더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강원은 최근 들어 논란이 많다. 이전 대표 시절부터 툭하면 논란이 튀어나왔다. 법적인 진흙탕 싸움도 수 없이 일어났다. 꽤 오랜 시간 부침을 겪어왔다. 하지만 이 시절보다 지금이 나아졌다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내홍은 더 깊어졌고 겉만 번지르르한 ‘보도자료용’ 구단이 되고 있다. 매일 포장만 했지 내실은 전혀 없다. 비위 혐의를 받고 있는 강원 조태룡 대표는 연맹의 질의에도 답변을 거부하며 버티고 있다. 그러려면 관중이라도 좀 모아 자신의 행위에 정당성이라도 부여해야 할 것 아닌가. 569명의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하는 팀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대대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이전 고위층들이 운영할 때부터 강원은 논란을 많이 일으켜 왔지만 진짜 강원FC의 흑역사는 지금이 아닐까. 이렇게 욕 먹기 싫으면 구름관중으로 보여주면 된다. 569명은 너무했다. 참고로 강원FC는 강원랜드 지원금을 포함해 160억 원이 투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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